평소 큰병이 있던건 아닌데 얼마전 치매 진단받고 건강도 급격히 악화되고 우울증까지 생겼던거같더라
소화안되고 입맛없다고 밥고 잘 안드시려고 하고 종종 머리도 어지럽다고 하셨대.
올해 설에는 나랑 동생한테 세배받으시고 세뱃돈을 주시더니 치매때문에 자신이 방금전에 세뱃돈 준걸 잊고 또주려고 하시고 그러시더라구
그래도 아빠가 떡국 끓여서 대접해드렸더니 맛있다고 엄청 맛있게 드셨어.
할머니 모시고 살던 작은아빠는 할머니가 한동안 잘 안드시다가 이렇게 갑자기 잘 드시니 너무 놀랐대.
그리고 딱 한달 전 엄마 생신에 또 우리집에 오셔서 맛있게 식사하시고 가셨어. 그때는 내가 할머니 손잡고 동네 산책도 갔다왔는데 그때 잡았던 할머니 손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다 어제 일하는 도중에 엄마한테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돌아가신거냐고 했더니 자다가 돌아가셨대. 이미 할머니가 90세를 바라보고 계신데다가 날이다르게 쇠약해지시니 인정하긴 싫어도 할머니 뵐 날이 몇년 안남긴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었거든? 할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기에 편안히 가셔서 오히려 그나마 다행이다하고 생각했지.


근데 어제 어른들 말씀 옆에서 들어보니 아니더라.
기력없다고 아침에도 못일어나셨댔는데.....
할머니 방에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사촌동생들이 발견했대


지난주 금요일엔 아빠랑 큰아빠들한테 다 전화도 했고, 일요일엔 근래 모습중 가장 행복한 표정에 컨디션도 좋아보였대. 아마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염두해두셧나봐.
작은아빠하고 작은엄마가 풍족한 집에서 그렇게 극진히 세상에 이런 효자 없다 싶을만큼 살뜰히 모셨는데... 할머니가 왜 이런 선택을 하신건지 모르겠다

뉴스에서 말하는 노인자살 그런거 정말 딴세상 얘긴줄 알았어...


할머니 영정사진이 10년도 훨씬전에 한참 정정하실때라 환하게 웃고계신데 이게 왜이렇게 가슴아픈지....

어디다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은데 할데가 없어서 여기라도 올려본다...
우리 할머니 좋은곳 가시길 빌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