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타이레놀이 어떻게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이론들을 알아보자.

1. 타이레놀이란?

  우선, 타이레놀이란 이름은 다음 물질의 상표명이야.

    

  이렇게 생긴 물질인데, 이 물질은 정식 기관인 IUPAC 기준으로 'N-（4-hydroxyphenyl）acetamide'라고 불러.

  이름을 분해해 보면, 'N에 （4번 위치에 Hydroxy가 붙은 Phenyl）이 붙은 아세트아마이드'라는 뜻이야.

  이걸 다른 이름으로는 N-acetyl-para-aminophenol라고 부르고, 여기서 어떻게 이름을 짓냐에 따라서

    1） N-acetyl-para-aminophenol: Acetaminophen

    2） N-acetyl-para-aminophenol: Paracetamol

  위 2개로 나뉘어. 같은 물질인데, 이름이 2개인 사례지.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Acetaminophen을, 유럽에서는 Paracetamol을 사용해. 

  1955년에 McNeil사에서 Tylenol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해서 팔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 존슨앤존슨사에서 회사를 인수했지.

  그 전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을 약으로 파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타이레놀이 워낙 히트를 쳐서 사람들은 그냥 타이레놀이라고 불러.

  그래서 이 글에서도 그냥 편하게 타이레놀이라고 할게.

2. 통증이란?

  일단 진통 효과를 알아보려면, 왜 통증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알아야겠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진통제는 NSAIDs 계통 약물이야. NSAIDs는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를 뜻해. 해석하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물이지. 

  이런 NSAIDs는 COX（Cyclooxygenase）라는 체내 효소의 억제제로 작용해. COX는 COX-1과 COX-2로 나뉘는데, 그 중 COX-2가 통증과 연관이 있어.

    

  여기서 오른쪽 라인을 보면, 맨 처음 지방산의 일종인 Arachidonic acid가 여러 대사를 거치고, COX-2를 거쳐 PGE₂가 되는 걸 볼 수 있어.

  만들어진 PGE₂는 또 여러 과정을 거쳐 통증이나 발열과 같은 염증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지.

  잠깐 다른 얘기를 더 하자면, 그림에서 위쪽 회색 박스 안에 있는 NSAIDs가 보이지?

  일반적으로 먹는 이부프로펜같은 소염진통제나, 아스피린이 저기에 속해. COX-1도 함께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

  COX-1의 산물은 위 점막 형성이나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걸 억제하면 속쓰림이나 응고 장애가 생겨.

  그래서 빈 속에 진통제를 먹지 말라는 약사들의 충고나, 아스피린을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쓰는 일이 생긴 거야.

    （+ 정정: 아스피린은 현재 심혈관질환 예방용으로는 안 쓰이고, 이미 한 번 발병했던 사람의 재발 방지 목적으로 쓰임）

  그렇다면 아래쪽 회색 박스인 "COX-2 선택적 NSAIDs를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또 저것만 억제하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생 확률이 올라간대.

3. 타이레놀의 작동 방식

  타이레놀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어. 하나는 바로 위의 COX 관련 작용 경로고, 다른 하나는 Cannabinoid 관련 경로야.

  1） COX 억제제로서의 타이레놀

    우선, 타이레놀은 일반적인 NSAIDs로 분류되지 않아.

    "아니 그럼 대체 왜 위에서 COX를 얘기한 건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조금 복잡하더라고.

    NSAID는 항-염증 약물이야. 그런데 타이레놀은 COX를 저해하긴 하는데, 항염증 작용이 거의 없어. 그래서 타이레놀은 NSAIDs가 아니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에요? 아까는 COX-2가 염증 증상을 만든다면서요?"

    타이레놀은 과산화물이 낮은 상태로 존재할 때 COX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그런데 염증 조직에서는 과산화물이 많아.

    그래서 류머티스성 관절염같은 심각한 염증 상황에서는 타이레놀이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 반대로 치과 발치같은 약한 염증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항염증 효과가 나온다는 거야.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강약약강 약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2） Cannabinoid 수용체 관련 인자로서의 타이레놀

    이 이론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론이야. 그래서 아직 이론적 근거가 많이 쌓이진 않았어.

    우리가 약을 먹었을 때 그 약이 효과를 나타낸다는 건, 우리 몸 안의 무언가와 먹은 약이 서로 상호작용을 했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서, 아편성 물질（Opioid）인 모르핀이 우리 몸 안에서 작용을 한다는 건 우리 몸 안에 뭔가 모르핀 비슷한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거지.

    그래서 발견된 게 엔도르핀이고, 이름도 엔도-모르핀, 즉 내부-모르핀이란 이름을 얻었어. 

    아무튼 이런 아편성 물질（Opioid）인 모르핀이 우리 몸에 작용한다는 건, 우리 몸 안에 Opioid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해.

    그럼 대마초도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니까, 관련 수용체가 존재하겠지? 그게 바로 Cannabinoid 수용체야.

    그리고 모르핀-엔도르핀 관계처럼, 대마초-（내부-대마초） 관계인 물질은 이렇게 생겼어.

      

    이름은 Anandamide야.

    불교에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은 '아난다（आनन्द）'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야.

      

    석가모니의 제자인데, 산스크리트어로 '기쁨', '환희'라는 뜻을 가진대. 위 물질이 아마이드 구조（R₂N-C=O）를 가지니까, 아난다+아마이드, 아난다마이드가 된 거야. 대마를 하면 행복감을 느낀다는데,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봐.

    Anandamide도 Cannabinoid 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고, 그래서 통증 억제나 행복감에 관여할（최소한 쥐에서는） 수 있어.

    아무튼, 그럼 타이레놀과 아난다마이드가 무슨 관계일까?

    타이레놀이 우리 몸 안에서 대사될 때, 이런 물질이 생길 수 있대.

      

    이 물질, 바로 위 Anandamide와 비슷하게 생겼지? 이름은 AM404라고 해.

    비슷하게 생긴 AM404가 뇌세포의 연결 부위（시냅스）에서 Anandamide의 재흡수를 담당하는 단백질을 교란시켜서 농도를 상승시키면 진통 효과가 나타나는 거지.

    또, 비슷하게 생겼으니 직접 Cannabinoid 수용체를 자극해서 Ananadamide 효과를 낸다는 견해도 있어.

    그래서 어떤 연구는, 우울증에도 타이레놀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해.

    정신적 스트레스로 가슴이 아플 때 타이레놀을 먹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있고.

    그렇다고 타이레놀을 그 효과를 보려고 왕창 먹었다간, 간 손상으로 더 이상 우울해지지 못할 수 있으니 착한 웃대인은 따라하면 안 돼.

4. 결론

  타이레놀은 엄청 많이 팔리는 약 중 하나야. 종합감기약에는 거의 약방의 감초처럼 함께 들어 있고, 해열제로도 많이 쓰는 약이지.

  그런데 타이레놀은 이런 유명세와 다르게, 그 원리가 잘 밝혀지지 않았어.

  이런 사실을 알고 타이레놀을 먹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효과는 모르겠지만.

5. 요약

  1） 타이레놀의 원리는 그 유명세에 비해 잘 정립되지 않았어.

  2） 유력한 가설로는 （1） 염증 반응을 매개하는 효소를 억제하거나, （2） 대마초처럼 작용해서 진통 효과를 낸다는 가설이 있어.

  3） 그렇다고 대마초 대신 타이레놀을 쓰겠다고 왕창 먹으면, 대마로 가기 전에 간이 먼저 갈 거야.

6. 참고 자료

  1） Graham, Garry G., et al. “The Modern Pharmacology of Paracetamol: Therapeutic Actions, Mechanism of Action, Metabolism, Toxicity and Recent Pharmacological Findings.” Inflammopharmacology, vol. 21, no. 3, 2013, pp. 201–232.

  2） Högestätt, Edward D., et al. “Conversion of Acetaminophen to the Bioactive N-Acylphenolamine AM404 via Fatty Acid Amide Hydrolase-Dependent Arachidonic Acid Conjugation in the Nervous System.” The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vol. 280, no. 36, 2005, pp. 31405–31412.

  3） Fuss, J. et al. （2015） “A runner’s high depends on cannabinoid receptors in mi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PNAS, 112（42）, pp. 13105–13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