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다. 갑자기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쓰게되었다. 술먹어서 글은 못써도 나름 스토리는 재밌을 거다.

내가 6살 정도의 시절. 내 집은 확실히 꽤 부유했다. 아버지는 어떤 회사의 사장이셨고 돈이 정말 많아 정말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었다. 외동아들이었던 나는 정말 왕자님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회사는 어떤 큰 회사의 콩고물을 받아먹는 회사였고, 그 큰 회사가 부도가 나자, 아버지의 황금기는 찬란하고 달콤했던 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 집은 내가 7살에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갑자기 달라진 우리집의 분위기에도 나는 그저 순진한 꼬맹이였다.

내가 8살 시절, 갑자기 베이블레이드가 갖고 싶어졌던 나는 어머니께 사달라고 했지만, 당연히도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 때 나는 부모님께 "왜 요즘엔 이런거 안사줘요?"라고 했고 부모님은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며칠 후, 아버지께서 거의 마시지 않는 술을 마시고 들어오셨다. 언제나 자상하시던 아버지께선 어린 나에게 처음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셨고 그때 머리에 흉터가 생겼는데 아직도 남아있다. 그때 아버지께서 우리집에 빚이 20억이라고 하셨다.

응급실에 실려가던 와중, 셈에 빨랐던 나는 20억이란 숫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당시 나는 2의 제곱수에 대해 재미를 붙혀 꽤나 많이 할 수 있어 백만단위까지 암산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은 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대한 암담함은 아버지께 맞았다는 사실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던 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일이었다.

아버지께선 그 일 이후 집을 나가셨다가, 2주만에 들어오셔서 어린 나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셨다. 나는 그때 아버지의 감정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삼성에 들어가셨다. 굉장히 빠른 승진을 하셨다고 들었다. 우리집은 옛 부유한 모습은 잃었지만, 나름대로 가정의 형태를 유지하며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뒷모습을 보며 살았다.

시간이 흘러 내가 11살 시절, 내가 학교 수업을 듣고 있을 때 갑자기 행정실 선생님께서 나를 데려가셨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어머니께서 하염없이 울고계셨다. 어머니의 오열하던 모습을, 난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버지는 간암 말기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암세포가 몸 곳곳으로 퍼져 손 쓸수없는 상태가 되었단다. 아버지는 곧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선 내가 태어난 이후로 하지 않으시던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난 외할머니께 맡겨졌다.

어머니는 내 어릴 적 기억에도 병약하시던 분이셨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그렇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런 분이 나를 건강하게 키우겠다고 무리를 하시니, 몸에 병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13살 되던 때부터 입원하시게 되셨다.

어머니께서 입원하시던 시점부터, 나는 부모님의 친구 분들이 데려가셨다. 그 분들은 기독교의 신념에 따라 나를 데려가셔서 친아들처럼 대해주셨다. 하지만 자식이 없었던 그 분들께 내가 14살때 아들이, 15살때 딸이라는 늦둥이가 생겼다. 그때의 나는 혼자 살거나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어머니께선 내가 15살때 돌아가셨다. 부모님의 친구분들은 나를 양아들로 삼고 나의 빚을 갚아주신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그 두 분을 부모님이라고 부르겠지만, 서류상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빚은 내가 돈을 벌어 갚겠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자살을 빨리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 남은 빚은 3억이였다.

내가 중학생일적에, 학교에선 패드립이 유행이었다. 처음에는 거북했지만, 결국 나도 패드립을 친구들에게 하게 되었다.

내가 16살 시절, 내가 어떤 친구에게 선패드립을 시전했더니 그 친구도 "애미없는새꺄 ㅋㅋ"라는 카톡을 보냈다. 내 어린 남동생（양부모님 늦둥이 아들）은 나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 때 나에 대한 환멸감을 극심히 느끼고 침대에서 하루종일 울었다. 정말 24시간동안 울어서 침대가 완전히 눈물에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살하기로 마음을 굳히려 했다. 그런데 내 동생들을 나처럼 살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날 붙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을 용기조차 없었던 나의 죽지 못해 사는 하루하루의 연명이었다.

고등학교를 꽤 대단한 곳을 갔다.（웃대에도 간간히 소개되는 곳이다. 웃대 소개와는 좀 다르긴 하다.） 그곳에서 음울한 아우라를 풀풀 날리던 나는 당연히 아싸행이었다.

중학교 때 전교 탑10을 놓치지 않던 나는 300명중 뒤에서 3등도 해보고 그냥 삶을 놓아버린 하루를 살아갔다.

난 기독교 집안에 태어나 교회에 갔다. 그 교회에서 초딩 시절부터 친했던 몇명이 시계 한정판들을 구해 비싸게 팔아먹자고 했다. 5명에서 뭉친 우리들은 정말 꽤 큰 수익을 냈고 나는 18살에 학교를 자퇴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달라졌고 20살때 빚을 다갚는 등 여러 일을 하며 무식할 정도로 돈만 모으니 뭐가 되긴 되었다.

5명에서 뭉친 친구들 중에 한 명（이하 ㅇㅇ）은 나와 정말 친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처음으로 시계 사업을 말했던 친구로써 나와는 정말 달랐던 부랄친구였다.

그 친구를 잠깐 소개하자면 인생의 부딪힘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던 친구였다. 인생의 도전은 그만큼이나 낭만적이지 않냐고 열변을 토하던 ㅇㅇ의 모습이 선하다. ㅇㅇ은 인간관계도 대단히 폭넓어서,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는데도 여자들이 주위에 끊이지 않았다.

21살 나의 생일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내 동생들과 같이 놀이터로 놀아주러 나갔다. ㅇㅇ도 같이 내 동생들이 귀엽다며 놀아주러 나왔다. 놀이터를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비보호 우회전을 하던 차와 내 여동생이 충돌하려고 했다, 그때 ㅇㅇ이 여동생을 밀치고 대신 차에 치였다. 나는 사람이 차에 치이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알게 됐다.

구급차를 타던 와중 비몽사몽하던 ㅇㅇ 말했다. "임마 천재는 단명하는 법이야." "그 사람한테 처벌은 안해도 돼.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인생이 있잖아." 그 말 말고도 그새끼는 별 시답잖은 말을 많이 했다. 개새끼다.

그 다음날 날 ㅇㅇ은 사망했다.

내 생일 다음날은 ㅇㅇ의 기일이 되었다.

그저께는 내 생일이다. 어제는 ㅇㅇ의 기일이다.

술은 언제나처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