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지 이제 딱 6개월 된 신입이야.

대기업 그룹사 중 한 곳 다니는 중인데,
요즘따라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어

입사하고 2주 뒤부터 야근하기 시작해서,
정시 퇴근을 해본 날은 손에 꼽을 지경이고
주말까지 업무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있어.
사실 이 글도 방금까지 업무 보다가 쓰고 있는 글이야 ㅎ;

출근길이 매일 지옥 같고 도살장 끌려 가는 기분이네.
‘사고라도 나면 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수십 번씩 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입사동기들한텐 한 명씩 전담 마크해주는 사수들이 있었는데, 왜 내 사수는 아무런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던 걸까.

실질적인 사수 역할을 했던 사람은 뭔갈 물어보면 화부터 내는 사람이었고 （나름 조사해서 물어봐도 건성으로 대답하더라） 내 의견을 말하면 무시하기만 했어.

신입이 동원예비군 간다며,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잔소리 하질 않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데 하루하루 지날 수록 주눅이 들더라.

입사한지 3개월 차가 됐을 때, 5억짜리 프로젝트 PM을 맡게 됐어.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하나도 안 잡히는 거야. 게다가 선배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총괄하는 PM을 하라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더라고.

일단 기존 결재함을 찾아가며 최대한 조사를 해봤어.
그런데 기존 문서를 봐도 뭘 모르겠는 거야.
여기저기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도 안 해줘.
최대한 이리저리 만들어 보려 하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작업 속도가 늦나며 과장님한테 혼나기만 했어.
제안서, 견적서 쓰는 거 숙련된 직원은 3-4일이면 끝내는 거라고, 참고하라 하더라.

그 이후에도 평일 야근, 주말 업무는 쭉 이어졌고
24년이 되면서 내가 맡은 일은 더 늘어났어.

평일엔 여기저기서 계속 업무가 날아오는데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은 쌓여만 가고
정신 차리면 이미 퇴근 시간이 넘어있더라.

부장, 차장, 과장, 심지어 맞은 편 과장님도
빨리 퇴근하라며 재촉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못 가는 걸 어쩌라는 건지 참..

요즘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
나를 챙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내 나이가 29살인데, 아직 한국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
엊그제 여권을 발급 받았거든.

지금이 아니면 맘 편히 여행갈 수 있을 때가 없을 거란 생각에 많은 고민이 들더라.

그렇다고 당장 때려치고 여행을 간다는 건 아니야.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하소연하고 싶었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