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으니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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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났다...




그는 특별한 남자였다.

그는 언제나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내 겨드랑이에선 망고냄새가 나...'


망고.

그래.

처음엔 믿지 않았어.

그냥 그가 뿌리는 향수가 망고향이려니 생각했었어.

하지만 무더웠던 지난여름의 어느날.

우연히 돌뿌리에 걸려 너의 겨드랑이에 얼굴을 파묻었을때.

그것은 향수냄새가 아니었다는걸 알수있었어.

너의 겨드랑이 땀에선 망고쥬스 맛이 낫거든.


아아 망고 겨드랑이!

나는 지금 망고쥬스를 마시며 너의 겨드랑이를 회상해.

망고향기 가득했던 너와의 추억이 다시금 나를 외롭게 해.


그리고 너의 겨드랑이 털.

너는 그것이 망고나무의 잎이라고 했어.

믿을수 없었지.

하지만 암갈색으로 누렇게 떠버린 너의 털이 망고나무의 잎이라는걸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

날 결국 느껴버렸거든.

바람에 휘날리는 너의 털들이 뿜어내는 자연의 자태를.

그것은 인간의 몸에 나야할것이 아니었어.

싱그러운 남쪽나라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망고나무.

너의 털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그후로 가끔은 너의 털을 몇가닥 뽑아 쥬스를 만들어 먹기도 했었지.

비타민C가 정말 풍부했어.


그렇게 네 겨드랑이 비밀을 하나 둘씩 알아갈때쯤.

너는 내게 고백해 버렸지.

알아선 안될 그 사실을.

아직도 난 너의 고백을 들은것을 후회해.

내가 그 얘길 듣지 않았다면 넌 날 떠나지 않았을테니까.


'나는 사실 망고행성의 어린왕자야.'

그럴수가!

'내가 어린왕자라는 증거를 보여줄께. 이게 뭔지 아니?'

그는 하얀 도화지에 슥슥 그림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손이 멈췄을때 도화지속엔 제법 멋드러진 망고나무 한그루가 그려져있었다.

'이게 뭔줄 알겠니?'

그의 그림은 자세했고 사실적이었다.

평소 망고를 좋아하던 내가 그것을 모를리 없었다.

'망고나무!!!'

하지만 그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빗겨가 버렸다.

'틀렸어. 이건 겨드랑이 털이야.'

그래.. 털이었구나...


'난 이곳을 떠나야해. 너무 오래 머물렀어.'

'가지마. 가지마. 난 네가 없인 허전해서 살수가 없을것 같아.'

'내가 그리울땐 겨드랑이에 망고쥬스를 붓고 핥아보도록해. 조금은 위안이 될꺼야.'

'하지만 너의 망고겨드랑이와는 다른 맛이잖아.'

'그래도 난 떠나야해. 미안해.'

'가지마..'


하지만 그는 떠나버렸다.

가지말라는 나를 냉정하게 뿌리치고 효리가 선전하는 망고쥬스 하나만을 남긴채 떠났다.

아아.. 망고행성의 어린왕자여..


그는 특별했다.

그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망고냄새는 나의 맘을 편안하게 했고,

그의 겨드랑이에서 흐르는 망고쥬스의 상큼함은 나를 푸르르게 했다.

그런 그가 떠나갔다.

이제 내게 남은건 한캔의 망고쥬스 뿐이다.


그는 너무나 순수한 남자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항상 행복할수 있었고 즐거울수 있었다.

그리고 겨드랑이에선 망고냄새까지 났다.

완벽한 사람.

그런 그가 떠나갔다.


이제 이곳 지구엔 겨드랑이에서 망고냄새를 뿜는 사람은 남아있질 않다.

내가 느꼈던 행복함을. 편안함을 느낄수있는사람은 더이상 생겨날수 없다.

아아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세상 사람들은 겨드랑이에서 나는 망고냄새를 맡아보지도 못한채 이대로 죽어가야만 한단 말인가.


나는 비장한 결심을 했다.

내가 지구의 망고왕자가 되어주리라.

세상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리라.

모두에게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나는 망고쥬스를 겨드랑이에 바르고 팔을 몇번 움직여보았다.

그래. 이냄새야.

겨드랑이의 망고냄새.

이젠 내가 지구의 망고왕자다!


그길로 난 친한친구를 찾아가 밖으로 불러내었다.

그리고 겨드랑이에 망고쥬스를 바르고 몇번 움직여 친구에게 망고향기를 맡게 했다.

친구의 얼굴을 환해졌다.

'너도 내가 느꼈던 행복을 느끼는구나.'

친구가 즐거워하는것을 보자 나도 흥이 났다.

'핥아봐도 돼.'

나는 웃으며 친구에게 겨드랑이에 흐르는 망고쥬스의 맛을 음미해보길 권했다.




















그리고 난 왕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