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허물을 좀 벗어볼겸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탕에 사람은 별로 없었고 나는 혼자 느긋하게 때를 밀 수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내게 중년의 남자가 다가왔고 남자는 인사를 건넸다.


그분 : 안녕하세요?


나 : ...


나는 인사를 받지 않았다.


구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인사를 받을 필요는 없었으므로...


절대로 그분의 물건이 내 물건보다 큰게 샘나서 안 받은건 아니었다.


그분은 때수건에 비누칠을 해서 자기몸을 문대셨고...


얼마나 터프하게 문대셨는지 비누거품이 내 몸에 튀었다.


나 : -_-


자기 몸만 씻으면 될 것이지 누가 남의 몸까지 씻겨달라고 했나...?


그 분은...


그분 : 어...좀 튀었네...죄송합니다.


하시면서 친절하게 샤워기로 비누거품이 튄 곳을 씻겨주셨다.


문제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그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너무 차가웠다는 거였다-_-


나 : 앗 차거...!


그분 : 풉...! 죄송합니다.


그 분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이 웃기셨나 보다.


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고...


그 분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지금 그분에게는 멱살이 없었으므로 참기로 했다.


...


그분은 때를 다 미셨는지 열탕으로 뛰어드셨다.


나는 왠지...


그분이 나에게 결투신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_-


나는 열탕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고...


열탕에 발을 담궜을때...


'이건 아니다'싶었다.


젠장...


이렇게 뜨거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잠시 열탕 밖에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들어가야만 해...저기 저 쉑히가 나를 부르고 있잖아...'


'하지만 지금 들어갔다간 인육 샤브샤브가 될 것만 같은데...어떡하지?'


...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선냉후열이였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냉탕에 들어가 몸을 차갑게 만든후 몸이 달아오르기 전에


서둘러 열탕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의미하는 한자어...


선냉후열이였다-_-


역시나 그 방법은 효과 만점이었다.


잠시후 열탕 안에는...


두명의 남자가 필사적인 결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분 : 여기 자주 오시나봐요?


나 : 아니요...


나는 점점 선냉후열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분 : 청산~


어쭈 노래까지^^?


나도 질수는 없었다.


나 : 동해물과 백두산이...-_-


그렇게 평소 부르지도 않던 노래를 부르며 악착같이


버티던중 드디어 그분은 몸을 일으키셨다.


그분이 나가기가 무섭게 나 또한 열탕을 빠져나왔다.


내 몸은 가을녘 아름다운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_-


결과적으로는 나의 승리였지만...


내가 열탕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지랄 생쑈를 하던 시간을 고려해


봤을때 그건 결코 내가 이긴것이 아니었다-_-


...


그분이 사우나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녀석의 콧대를 눌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우나로 들어갔을때...


빌어먹을 호흡이 곤란했다^^;


나 : 헙...헙...허어업...


그분 : 뭐하세요-_-?


나 : 아무것도...헙...아니에요...허어업...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내가 내일아침 신문기사에 -사우나에서 숨 못셔서 죽은 멍청이-


라는 제목으로 실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


그분은 에너지가 넘치시는지 푸쉬업을 하셨다.


그분과 동등하게 겨루기 위해서는 나도 푸쉬업을 해야 했지만...


지금 내 상황은 푸쉬업은 커녕 볼륨업도 못할 상황이었다-_-


그분은 푸쉬업을 끝내시고는 드러 누우셨고...


눈을 감으셨다-_-


이런 젠장...


누구는 이런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 너는 자고 있어? 응^^?


잠시후 그분은 몸을 일으키셨다.


훗...그러면 그렇지...


그 놈은 나보다 꼬치만 더 탐스럽지 속은 별거 아닌 녀석이었다.


가 아니었다-_-


그분은 일어나더니 모래시계를 뒤집으셨다^^;


이 고통의 시간이...


5분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


참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속에서 어떻게 5분이나 버텼는지...-_-


...


난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제 그만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일어났다.


그 순간 얌전히 주무시던 그 분이 눈을 뜨셨고...


나를 보며 기분 나쁘게 씨익 웃어 주셨다.


...


뭐냐 그 미소는?


'역시 넌 나한테 상대가 안된단다 꼬마야^^'그 뜻이냐?


아무래도...


이대로 나갔다간 그 빌어먹을 미소가 평생 한으로 남을것 같았다-_-


난 아무렇지도 않은듯...


모래시계를 뒤집었다-_-


...


나 : 하악...하악...하악...


그분 : 저기...힘드신거 같은데...너무 오래 계시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아요...


나 : 아뇨...저는 괜찮아요^^b


...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내 앞에는 아지랑이들이 신나는 댄스를 추셨다.


더 이상은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난 살아야겠다는 일념하에 사우나 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사우나 문 손잡이가 너무 뜨거워 차마 열 수가 없었다-_-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 어깨 너머로 팔 하나가 쑥 넘어왔고...


그 팔은 친절하게도 문을 열어주셨다-_-


그분 : ^^


나 : ^^


...


그냥 아까 열탕에서의 결투로 끝냈으면 좋았을걸...^^


그날 나의 오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