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동생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일망의 희망을 갖고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뇌관이 죽어서 어쩔수없다고, 결국 7월 20일 20시 50분..선고를 받았습니다
어머님의 오열과 이혼했지만 찾아오신 아버지의 오열을 들으며, 멈춰있는 동생의 심장박동과 의료진님들의 심폐소생술에도 반응이 없고
차가워지는 동생의 몸을 보면서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황 스럽고, 너무나 허망해서 정말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안됩니다.
17세의 나이에 형이라는 존재가 덜컥 미혼부로 아이를 데려오고, 더불어 아버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가정 형편도 어려워진 상황에
자기 조카에게는 따듯한 엄마가, 저에게는 동생이면서도 같이 게임하고 마트나 장을 보며 돌아다니는걸 좋아하던 친구이자 동생이였구나, 너의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조카를 봐주며,직장도 다 포기 했던 네 맘을 나는 왜 몰랐을까..
어머니께는 짐드는것 조차 용납 못하던 든든한 아들이자 어머니도 일을 하시기때문에 모든 집안 일을 맡아서 장보기부터 청소 빨래 등, 모든 일들을 도맡아서 해주던 찯한 아들이였습니다.
1차 병원에서 왜 바로 수술하라고 권장을 안했는지, 지금 하면 장애가 심각하다고 지켜보라고 했는지, 왜 그 다음 날에도 수술하면 식물인간 수준이라고 했는지..왜 나는 진작에 대학병원에 옮길 생각도 안하고 1차 병원 의견만 믿고 기다리고 아무일 없는듯이 있었는지..정말 제 스스로가 쓰레기고 원망 스럽네요
2차 대학병원에서는 첫날에도 바로 빼줘야하고 젊으니까 더 빨리 해줬어야 했다고 하고..2일차 아침에도 수술 왜 안했냐고 하시고..데려오라고 이 상태면 해볼만 하다고..식물 인간 수준 아니라고 얼렁 오라해서 갔는데..그 사이에 늦어버려서..결국 누워만 있다가 가버렸네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못난 형을 만나서 좋은건 형에게 다 양보해가며 살아야했고, 그 못난 형이 미혼부라는 사실에 조카까지 보듬으며 엄마 역할을 해줘가면서 모든 집안일을 하게되면서 사회생활을 포기하게 되었던 내 소중하고도 불쌍한 동생이자 친구야.
아직도 실감이 되지 않고,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너의 사망진단서를 들고서도..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단다.
지금도 꿈만 같아서 집에가면 방바닥에 누워서 게임을 하고 있을꺼 같고, 지금도 너에게 저녁에 뭐 해먹을까? 물어봐야할거같은데, 아무 대답도 없이 돌아오는 답변도 없는데, 살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빨리 가슴속에 묻어두고 일상을 찾으라는 말이..나는 왜 이리도 싫은지 모르겠구나.
아직도 믿기지도 않고..너의 그 큰 덩치에 수의를 입힐때도 실감이 안와서 울어주지 못했다, 화장대에 들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 덩치 큰 네가, 그저 돌아온건 몇조각 되어보이지도 않던 뼛조각 몇개라는 사실에 너무나 아직도 혼동 스럽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내 일상에 가장 큰 존재였던거 같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느라 못보는 집안일들과 택배,서류 일등..모두 네가 다 해주었구나.
밥을 먹으려 해도 너랑 같이 먹던 생각과 니가 좋아하던 음식이라는 사실에 미칠거 같고, 평소보다 적게 준비해도 네가 없는 빈자리에 음식도 남게되고,
어떻게든 너의 빈자리를 매꾸고 채우려고 가전들을 바꾸고 들여놔도..왜..너 있을때 진작 준비해서 조금 더 편하게 있게 해주지 못했을까 원망 스럽구나
좋아하는 과자나 음식도 먹고 싶다고 할때, 왜 사달라고 하냐고 구박하고..몇천원 되지도 않는 그 돈들이 왜 그리도 아까웠는지..
"나는 거지잖아"라고 너스레떨던 니 모습이, 이제서 생각해보면 네가 있어서 내가 밖에서 생황을 하며 경제 활동을 할수 있었고, 너는 나 때문에 집안일과 아이를 보느라 집안에 있어야해서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왜 나는 이제서야 깨닳고 후회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에게 너무 관대하고 너에게는 너무나 치졸한 형이였나보구나..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지 그랬니..분명 전조 증상이 있었을거라는데. 고혈압때문에 뇌출혈이 왔다고는 하지만..너는 비만이였잖니
그것도 내 탓일꺼라고 생각한다..너는 다이어트라도 하겠다고 식사도 거르거나 바꾸고, 링피트를 사서 집에서라도 움직이려고 하고 있던 너인데,
나는 그저 집에가서 유일하게 가족끼리 식사하는게 한끼라고..왜 같이 밥 안먹냐고 너한테 꼬장피고, 매번 배달 음식이네..장보기네..하면서
내가 널 먹여서 살이 쪄서 그런거 아닐까..?
네 말대로.."형하고 밥을 같이 안먹어야 살이 빠진다니까." 그 이야기를..들어줬어야했는데 내 욕심이 참..널 가게 만들었나보구나
그렇게 겁이 많아서..엘리베이터도 무너지면 어쩌냐고 싫어했고, 전쟁 얘기 나오는 뉴스나 질병 관련 뉴스만 봐도 질겁을 하던 너였는데.
그렇게 살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던 너인데 내가 정말 너한테 몹쓸짓을 한거 같구나.
너를 보내고 너를 마주보았을때, 내 속내를 털어놓지 못해서 그저 이렇게 끄적여본다.
나까지 무너지고 울고 불고 정신이 없으면, 혼절해 가는 어머니는 누가 챙기고 너의 가는 길은 누가 챙기나.. 싶어서 독한척 참고 참아봤다.
이제 다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있는거 같으니..이제는 내 차례겠구나 싶어서 마음을 추려본다.
그런데 아직도 형은 너를 보낼 준비가 안된거 같다..어쩌면 좋을까..아직도 형하고 같이 게임하고 TV보고 장보러 다니며 헛소리나 하고 있을거 같은데
어릴때 욕하고 때려서 미안하다
살릴수 있었을텐데, 대학병원을 빨리 생각하고 옮겨볼 생각 안하고..그저 첫 병원 소견만 믿고 아무 조치 안해서..널 못지켜줘서 미안하다.
집안 늘 어질러서 미안하고 집안일 매번 떠넘겨서 미안하고, 그렇다고 뭘 자주 사주거나 잘 챙겨주지도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먹고 싶다던거 너 역시도 우리집 경제가 안좋아서 몇천원짜리도 제데로 못먹고 못사줘서 정말 정말 미안하다.
정말 하고 싶은거 많았을 나이였고, 하고 싶은것도 많은 너였을텐데, 그 모든걸 내가 막아버린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널 보내고 난 뒤 하루 하루가 정말 모든 것이 후회 스럽구나, 그때 사줄걸 그때 해줄걸, 그리고 널 더 편하게 미리 바꿔줄걸..등등..
그랬다면 조금은 지금 이 현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형이 할수 있는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첫 병원을 상대로 싸워야하는지..
널 따라서 다 놔버리고 따라가고 싶은데, 지금도 하루 하루가..뭔지 모르겠구나, 즐겁지도 않고 뭘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동생도 다 잃어버린것 같구나..
넌 나의 연인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였구나, 미안하다..
돈이 없어서 납골당도 간신히 구했고..어머니도 형도 키가 크지 않지만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
높은 자리에 두었구나..많이 더울텐데..미안하다 너의 병원비도 장례식비도..부족해서 외가쪽 사람들이 엄청 많이 도와줘서..
더 여유롭게 도와달라하지 못했다
형이 ..꼭 돈 벌어서 바로 바라 볼수있게 밑으로 내려줄께 조금만 참고 있어줘,
그리고..어머니는 너에게 다음에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달라고 했지..?
형은 반대야..다음에는 형같은 못난 사람의 동생으로 태어나서 고생하지 말고..꼭..내 동생이 아니여도 되니까 행복한 삶을 살수 있도록 태어나렴
정말 미안했다..
31
38,218
정체를밝혀
추천
베스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