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은 오늘도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옆구리에는 어제 톤요일에 박철곤 해병님이 선물해 준 뜨끈한 전우애 인형이 식어 있었다. 싸늘해진 인형을 보니 갑자기 뜨끈한 것이 먹고 싶었다. 황룡은 앙증맞은 손으로 식탁을 쿵쿵 두드렸다.

“아쎄이! 싸제 콩국수! 싸제 콩국수를 내오라는 말이다!”

그 소리에 오도봉고에서 막 내린 갓 해병이 된 아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황룡의 우렁찬 기합 소리에 잔뜩 겁을 먹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해병대의 식사 메뉴는 언제나 정해져 있는 법!

이윽고 오도짜세 해병들이 해병대 최강의 보급형 식량, 새끼해병 육수로 만든 해병짜장을 내왔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황룡은 언제나처럼 침착하게 국물을 들이켰다.

“이 맛은…!”

황룡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병짜장의 구수한 맛 속에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맛이 섞여 있었다. 마치 여름날 시원한 콩국수를 먹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황룡은 눈을 비비며 다시 맛을 보았다.

"음, 이 맛은 분명히..."

황룡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맹렬히 타오르는 아쎄이의 육신이 해병짜장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때, 황룡의 뇌리를 스치는 번뜩이는 깨달음! 이 맛은 바로 아쎄이들이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힘없이 늘어진 엉덩이에서 짜낸,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콩'국물이 아닌가!

황룡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악! 이 맛은 바로 해병 콩국수가 아닌가! 기합!"

황룡의 외침에 모든 해병들이 일제히 젓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해병짜장 속에서 콩국수의 맛이 났다. 역설적이지만 그 맛은 해병들의 얼빠진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오늘도 해병성채의 식사는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