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서른일곱번째 생일이자 중개사 합격 발표일이다.
합격했다.
3년동안 찌질거리며 겨우 붙었다.
올해에도 떨어지면 진짜 죽으려고 했다.
내 대신 직장다니는 아내에게도
엄마품대신 어설픈 아빠의 돌봄을 받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함이 너무커서
죽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하는 동안 인터넷에 쓴 내 글을 지워갔다.
자살방법을 찾아다니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합격했다.
누구에겐 1년 안에 붙어버리는 시험인데
나는 3년동안 쌩고생을 했다.
너무나 힘들어서 찾아간 정신과에서 약을 받아먹었다.
머리 속에 조용해지며 불안함이 잦아들고 안정을 찾아갔다.
내 생각대로 못 산 건 내 탓이라는 정상적인 생각이
이제 든다.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사라져간다.
삶은 대체 무얼까.
교회를 다니다 사람과 내 상황에 진절머리 느끼고
불교도 건드려보고 사주도 건드려보았다.
그냥 삶이란 거창한 게 아니고 하루하루 밥 먹고 살면서 가족들 챙기는
뭐 그런 건 아닐까.
10대와 20대 그리고 30중반까지
뭔가 나아지리라 내심믿으면서 우울증인 줄도 모르고
버텨갔었다.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언젠간 자살을 하리라 생각하면서.
이젠 그 시절 못하고 안해봤던 것들을 해보며 살려고 한다.
남들은 피똥싸며 안위하는 삶을 난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다.
그게 우울증 때문이든 뭐든 간에,
내 탓인 건 변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살려고 한다.
원랜 그냥 웃대에도 글 안 올리고 현생을 살려고 했는데
내 잡설을 쓰는 블로그에 고3이 당시 내 상황에 공감하며
이웃추가하는 거 보고
적어도 반전의 기회는 삶에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요새는 예전에 포기해서 신경끄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처럼 뒤떨어진 것들을 따라잡고 있다.
그 유명하다던 하루히를 보았다.
패션잡지를 사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고
옷을 주문했다.
미츠테루의 만화를 주문해서 읽었다.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 밥먹자고 문자했다.
가족에게 밥을 샀다.
스팀에서 게임을 샀다.
모두 처음해보는 것들이다.
삶이 행복하다는 게 이제 느껴진다.
웃대인들도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현재 상황이 막막하고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음을
잊지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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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