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대학에 이런 징징거리는 글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에 따라 뭐 이런 걸로 우울해하냐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축 처지는 얘기 싫어하시면 뒤로가기를 추천드립니다.. *걍 의지박약인 중딩 얘깁니다..
그냥 요즘 사는 게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소연 좀 해보려고 왔습니다. 주변에 딱히 얘기할 사람도 없어서ㅎㅎ
일단 저는 내년에 고1 올라가는 예비 중3입니다. 곧 폐지될 외고의 중국어과를 목표로 두고 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제가 힘든 이유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가 잘 안 되어서 힘든 것 같습니다.
아니, 공부가 안 되면 공부법이나 찾아봐야지, 왜 여기다가 글을 쓰고 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부법을 찾아봐도 공부가 안 됩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가 안 돼요.. 책상에 앉는 게 너무 힘들고 앉아도 집중도 안 되고, 놀고 싶고..
그러다가 저는 결국 공부를 놓고 휴대폰을 잡고 침대로 가거나, 네이버 영어사전을 찾다 웹서핑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숙제도 다 안 했는데 말이죠.
앞으로 4시간 뒤면 수학학원에 가야 하고, 수학학원을 간 뒤에는 바로 영어학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까맣게 잊고서 말이지요.
이제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시죠.. 그런 식으로는 근처의 oo대도 못 간다.. 서울대는 어림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고졸로 사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 집 사정이 힘드니 어줍잖은 지방대에 갈 바에는 대학을 못 보내줄지도 모른다.. 재수는 못시켜준다..
알고 싶지도 않았던 '진짜' 현실에 대해서 말씀해주십니다. 네, 저도 우리 집 힘든 거 압니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께서 힘들게 일하셔가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아끼고 아끼시면서 사랑하는 자식의 학원비를 꼬박꼬박 내주시고, 방학에는 해외여행은 어렵지만 가까운 지방이라도 꼭 여행하고 많은 경험을 시켜주시려고 노력해주시고.. 나도 엄마 아빠를 사랑해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저도 스카이에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피땀 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압니다. 저에게는 제게 크게 희망을 걸고 계시고, 학비와 문제집비도 아낌없이 지원해주시는 할머니와, 유일한 자식인 저를 많이 사랑하시지만 제 스스로를 혹사시켜서라도 꼭 명문대에 갔으면 하는 부모님... 대학 간판이 중요한 사회.. 이해합니다. 저에게는 그 모든 것이 버거울 뿐이지만.. 왜 그런지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다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요.. 여기서 다 설명하기는 너무 길지만.
저는 또다시 자기혐오의 늪에 빠집니다.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시고 나간 방 안에서, 어제, 그저께, 그끄저께···와 똑같은 생각에 빠져서 숙제를 잡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어리석을까, 공부를 해야 하는데 왜 멍청하게 휴대폰이나 하고 있었지? 그러다가 숙제를 다 끝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수학학원에 갔습니다. 학원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공부방입니다. 약 2시간 동안 수학 공부를 합니다.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드문드문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숙제를 가지고 영어학원으로 떠납니다.
영어학원은, 뭐, 무난합니다. 방학 중 친구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고, 중간중간 고등학교 1학년에서의 1등급을 강조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꽃히지만, 영어는 자신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크게 불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합니다.
학원이 끝나고, 친구 a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요즘 배우는 게 너무 어렵다.. 내일 oo학원에 가야 하는데 숙제도 많다.. 저는 a를 위로해줍니다. 그러나 제가 힘든 것은 절대 친구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얘기하면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가 얘한테 공부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싫거든요.
a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왔습니다. 저는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면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공부 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내용은 아까 썼던 부모님의 잔소리 내용과 거의 일치합니다. 공부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조금 심란해졌습니다.
밥을 먹고 이것저것 숙제와 공부를 뒤지다가 보니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서 핸드폰을 꺼냅니다. 실컷 하다가 시간도 잊어버리고 어느새 2시간이 흐릅니다. 문득 시계를 본 저는 잘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고 멍해집니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잘 시간이 되었다고 하시며 불을 꺼주시고 잘 자라고 인사를 해주십니다.
누웠는데 정말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부모님이 방문을 닫고 나가시니 정말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자기 혐오와, 꾹꾹 묻어두기로 했던 극단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눈물이 터집니다. 엉엉 울면 부모님이 들으실 테니 조용히 눈물만 흘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다시 공부해야지 하며 공부 계획을 세우다 보면 어느새 저는 잠들어 있고, 하루가 지나갑니다.
친구들이나 다른 학생들도 다들 이렇게 사는 것 같은데（몇몇부분 제외） 왜 저는 이렇게 힘든 걸까요..? 아까 공부가 안돼서 힘들다고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시 보니 그냥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까 무슨 소설처럼 됐네요. 저 일들이 모두 하루에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썼습니다.. 써보니까 생각 정리는 확실히 되는 것 같네요.
어쨌든 긴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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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13
짬뽕케이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