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 춤의 고수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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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그 사람을 보고 싶단 생각에,

그 사람을 느끼고 싶단 생각에


난 그날 하루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퇴근시간 무렵 걸려온

오늘 그사람을 만나자는

오빠의 전화 한통..



그렇게 보고싶던 그 사람을

만나러 달려나갔다.




오빠는 먼저 와 있었고,


슬쩍 쳐다보니

그 사람도 보였다.



왜이리도 반가운건지..



비가와서 그런가?





그리고 난 반가운 마음에

그사람을 잡고 큰소리로 외쳤다.





양띠 : 저, 언니!!

여기 소주한병 더요!!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소주!!




양띠 : 근데 벌써 혼자 한병 해치운 거야?


오빠 : 오늘은 비가 오잖냐?





양띠 : 하긴..

나도 하루종일 소주생각이 간절하더라!!




오빠 : 오늘따라 유난히 소주가 달다..





허걱!!


오빠의 소주가 달다는 말이

내 귓전에서 계속 맴돌았고,



나의 눈엔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오빠는 소주가 달면 발동 걸리는데..



오빠가 발동 걸리면

같이 술먹는 사람은

꼭 만취가 되어 버리는데..



안되겠어..

소주에서 알콜을 추출해야 겠어!!



일단 가열을 하고

촉매로는 아밀라아제 1큰술..




오빠 : 야!! 너 뭐하는 거야?


양띠 : 흠칫!! 뭐..뭐?




오빠 : 왜 소주병을 들고,

밑에다가 라이타를 켜는 건데?




알콜을 추출하기도 전에

걸려버린 나..




아무래도 오늘 조심해야 겠..







다고 마음을 먹은지 30분..



내 혀는 벌써 꼬이고 있었다.






양띠 : 도딤 해야디, 도딤 （조심해야지, 조심）




그리고,

다시 30분 후




난



개띠숙녀가 됐고,



우리 테이블엔

속이 비어있는



소주병 일곱개만이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은


오빠가 발동걸리면

같이 술먹은 사람은 만취가 되지만


정작 오빠는

그렇게 많이 취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무튼

개띠숙녀가 된 나와

오빠는


집에 가기 위해

일어섰고,




오빠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 : 너 왜 호랑나비 춤 추냐?





호랑나비 춤추는게 아니고,


걷는 건데..


걷는 건데..




걷는..



난 바닥에 자빠졌고,



오빠는 냉큼 달려와 내게 말했다.






오빠 : 호랑나비 춤의 진정한 고수는

넘어지지 않게 추는 거라구!!




술집은 3층이였고,


난 계단 앞에서

호랑나비 춤을 맘껏 추고 있었다.




오빠는 또 내게 말했다.





오빠 : 정신차려!!

다리에 힘주고!!


호랑나비 춤의 진정한 고수는

계단에서 결판이 나지!!




오빠는 개띠숙녀가 된 내게

호랑나비 춤의 중요성에 대해

3분여간 열띤 강의를 하였다.



3분간 열띤 강의의 위력 때문인지..





난 계단이 평지로 보였고,

이내 자신있게 한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도

멋지게



호랑나비 춤을 추다가,




호랑나비처럼 훨훨 날아..







굴렀다.







쿠당탕탕탕!!




아마도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빨리 계단을 내려간건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개띠숙녀가 된 내게


정신차려!! 다리에 힘줘!!

이딴 강의가 먹히겠냐고!!



하긴


강의를 하던 오빠나,

강의를 듣던 나나..






그날 이후

내 오른쪽 다리엔


하이얀 깁스가 입혀졌고,





난생처음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에이..

생각보단 승차감 별루자네?





엄마는 한껏 걱정이 서린

따뜻한 눈빛으로 내게 말하셨다.










엄마 : 니 술먹고 자빠졌지? 앙?



양띠 : 아..아닌데..

미끄러졌..


맞다!!

어제 비가 와서,

비 때문에 미끄러져서..





엄마 : 그래?

후니야!!



후니 : 네!!




엄마 : 그래 검사결과는 나왔나?




후니 : 네..여기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혈중알콜농도로 보아


양띠숙녀에서 개띠숙녀로

변신한 상태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 각도로 봐선,

호랑나비 춤 과다로 인한 폭주로 보여지구요!!



그리고 사건 현장에 있던

공범은 행방불명입니다..






엄마 : 사건 25시에 공개수배를 하도록!!





헙!!

오빠가 행방불명?



엄마한테 혼날까봐

도망간 게로군!!





그렇게

나의 병원 생활은 시작되었고,



다음날 후니로부터

오빠의 검거소식이 전해져 왔고,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 야..양띠냐?


양띠 : 와하하..

이게 누구셔?


술취한 나에게 호랑나비춤에 대해

목이 닳도록 설명하신 분이 아니신가?




오빠 : 무..무슨..



양띠 : 왜? 찔리시나 부지?

으이구..인간아!!

술 취한 사람한테 부축은 못해줄 망정

옆에서 호랑나비춤 고수는 어쩌고 저쩌고..

정말 오빠 맞아? 앙?



오빠 : 그..근데 다리는 괜찮냐?



양띠 : 몰라 몰라!!

오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자네..




오빠 :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



양띠 : 너무하다니..

뭐가 너무 하다는 거야?




오빠 : 아니, 뭐..그러니까..




와하하!!

오빠가 사식 넣어 줄까?





양띠 : 사식?

오빠, 여긴 병원이야..

난 범죄자가 아니라구!!



초밥 부탁해!!





다음 날..



오빠 : 야..양띠야..


양띠 : 오빠!!



오빠 : 크흑..

고생이 많구나..

기브스 푸를 때까진..






호랑나비 춤 못 추겠네?



양띠 : 뭐..뭐얏!!



오빠 : 와하하..

농담이야 농담!!

자, 사식이나 먹어!!




오빠가 사식이라며 넣어 준

초밥을 먹으며,


내 기브스한 다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오빠에게 말했다.




양띠 : 오빠, 여기다가 한마디 써 줘!!


오빠 : 한마디?



오빠는 매직펜을 집어 들더니

기브스한 내 다리에 쓴다.










한 마 디




양띠 : 아아악!!

인간아!!

이게 뭐야?

한마디?



오빠 : 니가 한마디 써 달라며?



양띠 : 이런 썰렁한 오빠 같으니..





병실에 다른 환자들이

물끄러미 오빠와 나를 쳐다본다.




아마도


정형외과가 아닌 정신과 쪽

진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눈빛들이다.




오빠는 미안해서였는지

이틀에 한번 꼴로 면회를 왔었다.


물론 올 때마다 사식은 기본이었고,

난 오빠보다 사식을 더 기다렸는지 모른다.



오빠가 올 때쯤 되면

입가에 침이 잔뜩 고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쯤


난 이제 퇴원을 거의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죵니 가려움에

나무 젓가락으로

기브스 틈으로 쑤셔 넣어 긁고 있을 때 쯤..


전화가 왔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양띠 : 여보세요?


오빠 : 여보세요?



양띠 : 오오..사식!!


오빠 : 이제 내가 사식으로 보이는 모양이지?




양띠 : 뭐..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빠 :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양띠 : 음..오늘은..


양념통닭!!

양념통닭 먹고 싶어!!




오빠 : 양념통닭?

알았어..


그럼, 조금 있다 보자!!





그리고 얼마 후..


오빠는 양념통닭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념통닭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침을 흘리고 있는데..



오빠가

주머니에서 맥주캔 하나를 꺼낸다.




양띠 : 뭐..뭐야?

지금 여기서 술 마실라고?



오빠 : 통닭사다 보니까

맥주 생각이 나길래..



양띠 : 미쳤어, 미쳤어!!

여긴 병원이라고!!







근데 내껀 없어?




오빠 : 너 마셔도 되냐?



양띠 : 그..그럼..

나 이제 조금 있으면 퇴원 하자네..




오빠 : 하긴 나만 먹기도 그렇지?






오빠는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맥주캔 하나를 더 꺼냈다.




오빠 : 내가 두개 먹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빠와 나는

양념통닭을 안주삼아

홀짝홀짝 맥주캔을 마셨다.





오빠 : 뭐..뭐야?

벌써 다 마셨자네?



양념통닭은 다섯점이나 남았는데,

오빠는 맥주를 다 마시고는

아쉬워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 맥주캔을 집어 들려 했다.




양띠 : 아악!! 안돼!!

이건 내 꺼야!!




혹시 몰라 침을 퉤퉤 뱉었다.



난 필사적으로 방어했고

오빠는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병실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양띠 : 뭐하는 거야?


오빠 : 야..먹다남은 소주라도 없냐?




양띠 : 뭐?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병실이라고!!







어제 다 마시고 치웠는데..





오빠 : 뭐?

암튼 이런 나일론 환자 같으니..




에이..안되겠다..

난 맥주나 한잔 하러 가야겠다..





양띠 : 뭐..뭐라구?

치사한 인간!!

혼자만 마시겠다구?



오빠 : 넌 환자자네?


양띠 : 그..그래두 그렇지..

발동 걸리게 해 놓고선..




오빠 : 그럼 어떻게 하냐?



양띠 : 잠깐 나갔다 오면 되지 뭐..




오빠 : 나갔다가 온다고?



양띠 : 내가 요 옆에 잘 하는 닭집겸 맥주집 알아..

닥치고 먹어라고..



오빠 : 니가 거기 잘하는지 어떻게 알아?




양띠 : 으응!!

병실 환자들이랑 몇번 가 봤..



오빠 : 너..나일론 환자 맞지?




그렇게 오빠랑 난

능숙한 솜씨로 병원을 탈출하여


닥치고 먹어로 갔고,

맛나게 생맥주를 들이켰다.




오빠 : 와하하..

디따 맛난다!!

술이 달어 그냥!!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보니

취기가 올라왔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양띠 : 어맛!!

나 병원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오빠 : 그래? 그럼 이만 갈까?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

난 목발을 오빠에게 건넸다.



오빠 : 이걸 왜 나한테 주냐?

난 다리 안 부러 졌는데..



양띠 : 잠깐만 들고 있어봐..

나 깽깽이로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난 왼쪽발로 깽깽이를 뛰어가며

오빠에게 외쳤다.




양띠 : 웨헤헤헤..

오빠 나 잘하지?



오빠는 나의 깽깽이를 한참 쳐다 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오빠 : 그렇게 깽깽이 뛰면

한쪽발만 근육이 생겨 두꺼워질걸?

오오..

벌써 많이 두꺼워 졌는데?

내 다리 보다 굵겠어..




오빠의 말에

난 기브스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채,

술도 한잔 먹었겠다


아무 생각없이



깽깽이 뛰던 발을 바꾸어 버렸다.








콰직!!





그리고 자빠졌다.





아아악!!




오빠 : 야..양띠야!!

양띠야!!



.................................




엄마 : 으이그..

이노무 가시나!!

내가 못 살어, 못 살어!!

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노? 앙?




퇴원이 얼마 안남았던 난

퇴원이 연기되었다.



깽깽이 때문에


부러졌던 다리가 또 부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새 기브스엔

이렇게 써 있었다.











중복이네?


- 오빠




기브스 풀면..


절대 넘어지지 않는

호랑나비 춤의 고수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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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때문에

잠이 없어져 버렸네요..


내일 또 지각하는 건 아닌지..



대한민국 선수들

모두모두

아자아자 화이팅!!



차 한잔 하고 가세요..

http://cafe.daum.net/ewegirl



양띠숙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