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가까이 살아서 교류도 자주 하고
나보다 7살 많은 유머감각도 좋은데 어투나 딕션조차도 웃긴
게임도 좋아하는데 인싸인 사촌형님이 계시는데
결혼하시고 3년만에 이혼하고 지금은 1년정도
혼자 살고 계심. 암튼 이 형님이 결혼했을 땐
웃음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가, 최근 다시
예전 텐션으로 돌아오셨더라구.
이 형님이 놀러와서 술을 같이 마셨음.
친형이랑 사촌형이랑 셋이 마시다가
조만간 친형이 결혼할 것 같다고 얘길 했는데
잠깐 침묵하시더니, 정말 진지하게 결혼을 더 고민해볼
생각이 없냐 하시더라. 우리 형제가
그 형님께 영향을 받은 게 많아서, 자전거도 어릴 때
이 사촌형이 알려줘서 친형은 자전거 동호회까지 들었었고
나도 농구 이 형이 가르쳐줘서 서른 넘어도 친구들이랑
아직까지도 보호구 끼고 가끔 고향에 모이면
모여서 농구를 살살 하곤 함. 게임도 이 형이
어릴때 악튜러스나 환상서유기 같은 게임CD도 주고,
디아블로2나 라그나로크도 이 형이 알려줘서 첨 했었고
아직까지도 간간히 즐기며 비슷한 게임들 즐겨 하고
암튼 그렇다보니 뭘 우리한테 말해줄 때
설명 없이도 말에 신뢰가 가는 형님인데
결혼 얘기를 하다보니 그 사촌형님이 말씀하시는게
" 네가 지금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한다.
가정이 생겨서 내가 돌아갈 보금자리가 생겨
심신에 안정감이 생겨 막연히 좋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 보고 내린 결론은
솔직히 그냥 혼자 독방에 살아도 통장에 돈이 넉넉하면
그게 더 안정감이 든다는 게 펙트다.
평생 함께 할 아내가 생기고 날 닮은 자식이 생기는 기쁨은
솔직히 거품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직장 사람들도, 내 친구들도 다 동감하더라.
신혼의 기쁨은 정말 잠깐이고, 자식의 기쁨은
자식으로 인해 가중되는 가장의 무게감과
고통을 상쇄해줄 정도의 기쁨이 되지는 못한다 카더라.
우리 아빠나 이모부들 보면 행복해보이더나?
우리 어릴 때 그 분들 모여서 술마시면
우리가 안주 뺏어먹는다고 주변에서
하시는 얘기들 대충 들어서 니들도 알잖아.
다들 삶에 고통밖에 없었어.
난 그걸 이혼하기 직전까지 뼈저리게 느꼈다.
제발 결혼에 의무감이나 궁금증은 접어두고
그것이 혼자 누리는 행복을 모두 포기할만한
가치가 과연 있나 한번만 생각해봐라..
우리 어른들은 결혼의 고통을 순응하고
주변에서 다들 하니깐 나도 해서
그 고통 또한 남들도 다 느끼는 고통이니
공감대 느끼면서 인생에 필연적인 고통이라 여기며
의심 없이 살아오셨다지만, 우린 생각할 기회가 있잖아.
물론 넌 나랑 다를 수도 있고, xx씨 저번에 보니까
사람도 착하고 엄청 좋은 신부감인건 부정 안하는데,
형이오지랖 부린적 솔직히 처음이잖냐.
나한테 무슨 득이 된다고 너희에게 이런 얘길 해 내가..
그냥 니들이 친동생이나 다름 없으니 하는거지..
우리 누나들도 그 좋은 대학 나와서
（누나 두분이 있는데 둘 다 서울대 법대 나오심;;）
그냥 애 없이 살겠다 선언하고 살잖아.
그 똑똑한 누나들이 집이 없냐 돈이 아쉽냐 왜 그랬겠냐
누나들도 결혼은 했지만 너무 공부만 하며 죽어라 살다보니
남은 생은 즐기고 싶었다더라. 매형들도 그 말에 동감했고
엄마가 누나들한테 낳으면 다 키워주겠다고 해도
엄마도 우리 키운다고 고생한거 다 아니까 짐 주기 싫어서
그냥 애 낳길 다 포기한거야.
그 똑똑한데 애 안낳으면 아쉽다고
어른들이 머라머라 하시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는 생각할 기회와 여유가 있잖냐.
결혼에 대한 진짜 확고한 의지와 이유가 없다면,
주변 압박이나 결혼할 시기의 임박을 느껴 그저 하는거라면,
정말 한번만 더 고민해봐라.
정녕 결혼은 하더라도 자녀계획은 또 고민을 더 해봐.
분위기 씹창나니깐 이까지만 할게 "
하고 또 기분좋게 마셨는데,
이거 듣고 나도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읽고계신 유부 행님누님들요, 현실을 좀 알려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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