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직장 가까운 곳에 구축 아파트 전세로 이사했다.
1.난방
이전 월세 집이 외풍이 너무 심했기에 아파트 건물 한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선택했고, 따뜻한 겨울을 기대했다..
겨울이 시작되고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하질 않아 관리실 연락했다.
"지역난방 열병합이라 난방해도 미지근한 정도고, 데워지려면 몇시간 걸려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조작을 잘못하고 있나 싶어 다시 연락해도 같은 대답의 반복.
그렇게 한달 반을 떨었다. 암만 날씨가 추워도 집에서 잠바 껴입고 있는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강하게 이야기 했더니 시설 관리자가 왔다.
"난방기가 고장났네요."
2.누수
이사온지 며칠 안되서 비가 내렸다. 퇴근후 저녁 빨래를 널려고 베란다에 나갔는데, 바닥에 물이 밟혔다. 베란다 우수관 천장 접합부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새는 양이 좀 많았다. 그렇게 새어나온 물은 바닥에 고여 베란다 반대편의 오수관으로 흘러 나가고 있었고, 하필 물이 새는 우수관 옆은 창고여서 박스에 싸서 정리해둔 생활용품과 박스에 담아둔 전자제품들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밤 늦게 까지 물건을 다 빼고, 물이 떨어지는 상황을 촬영하고 다음날 날이 밝아 관리실에 연락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왔다. 외부 온도가 낮아 결로가 생겨 물이 고여 떨어졌단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주변에 물에 흠뻑 젖은 물건들을 둘러봤다.
'결로 때문에 이만한 물이 고여서 떨어진다고?'
비가 오는 동안 우수관 천장 접합부에서 물이 많이 샜다고 해도 결로가 원인이란다. 촬영해둔 영상이 생각나서 보여줬다.
"물이 많이 새네요."
소장인지, 팀장인지랑 이야기 해보겠다며 돌아갔다. 전화가 왔다. 우수관이 노화되서 실리콘 작업을 할텐데, 바짝 말라야 작업이 된단다. 젊은 직원이 다시와서 커터칼로 우수관 주변 접합부에 칼집을 냈다. 고였던 물들이 흘러내렸다.
3. 누수2
날이 개고 3주가 지나 베란다가 말랐다. 시설 팀장인지가 우수관을 보수하겠다고 왔다. 접합부에 스티로폼처럼 붙어 있는 부위를 칼로 뜯어냈다. 그런데 윗층 우수관과 우리집의 우수관이 연결되어있지 않고 떨어져있다. 빈 공간을 폼같은걸로 메워 물길을 놓았던 것이다. 관을 들어올려 접합부에 맞추려고 했으나 아래쪽은 금속 고정장치가 우수관을 붙들고 있었고, 그 밑은 접착제가 발라져 바닥과 떨어지지 않아, 그곳도 칼로 쑤셔댔으나 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콘크리트로 매설이 된것 같네요."
길이와 폭이 맞는 관을 대고서 맞물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는 작업할 수 없단다. 서로 떨어져 있는 관과 관 사이를 비닐로 대더니 비닐의 겉에 실리콘을 두껍게 발랐다. 그게 작업의 끝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안샐거예요."
신뢰가 안갔다. 집의 인테리어 계약을 했던 업자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해결책이 있을지 물어봤다.
"그 관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관리하는 시설물이라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임의로 손댔다가 나중에 원상복구를 빌미로 덤터기를 쓸수도 있겠네요."
'2년 계약 끝나면 곧장 나가야겠다. 저 실리콘이 내가 있는동안은 잘 버텨줘야 할텐데'
물에 또 젓을까 불안해서 창고에 물건을 놓을수가 없었다. 두달뒤 폭설이 내렸고, 눈이 녹으며 물은 새지 않았다. 천장에서는...
4. 누수3
눈이 녹으며 우수관에 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칼로 헤집은 부분에서 물기가 묻어났다. 짐작컨데 우수관 아래쪽도 정상은 아닐것 같았다. 관리 사무실에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연락달라고 하여, 또다시 눈이 그치고 베란다가 완전히 마를때까지 두달이 지나 연락을 했다. 누수 작업을 했던 직원이 왔다. 방금 피고 왔는지 몸에서 담배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괜찮네요."
'? 당연하지. 마를떄까지 기다렸다 연락을 했으니.'
이전과 같이 실리콘을 덧대는 작업을할거라 생각했는데, 물이 새는걸 직접 보지 못했으니 할수가 없단다. 물이 생기면 다시 와서 볼테니 연락달란다. 앞서 이야기를 다시 했다. 그리고 같은 대답의 반복이다. 이제는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릴거고, 그러면 이전과 비해 더 많은 물이 새어나올텐데, 여름에 장마가 시작되면 그걸 또 말리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것이며, 이사온 이후 창고에 들어가지 못하고 안방에 쌓여있는 물건박스들을 가리키며 그냥 실리콘을 덧대는 작업을 해주시면 안되겠냐 요청했으나 강경하게 안된단다. 그의 입에서 풍겨오는 담배냄새에 속이 뒤집혔다. 지독한 냄새만큼이나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돌아가시라하고 실리콘을 직접 사서 쏘려다가 인테리어 사장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임의로 손댔다가 나중에 원상복구를 빌미로 덤터기를 쓸수도 있겠네요.'
관리실에 다시 연락하였으나 관리 소장도 같은 말을 하는걸로 봐선, 그쪽 나름대로의 업무 가이드가 있는 듯 했다.
자정에 물건 다부수며 부부싸움하고, 파워 섹스하는 옆집 몽골 부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유독 우리집의 창문과 문을 쳐대며 소리지르는 옆옆집의 치매걸린 할머니, 정신이 아파서 낮이고 밤이고 소리를 질러대는 아랫집 청년, 최근에 이사와서 한밤중에도 망치질을 서슴지 않는 옆집의 윗집 사람, 일단 다 집어 던지고 발로 차는 택배 직원
숙면을 못해서 그런걸까, 그러려니 넘기던, 모든게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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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키는멀록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