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든데 말할 곳이 없어 눈팅하던 이 곳에 푸념글을 쓴다.
가끔 웃자에 올라오던 누군가의 힘들다는 글, 이야기 좀 듣고 가라는 글을 오늘은 내가 쓴다.
뭇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가끔씩 악몽 아닌 악몽을 꾼다.
아버지를 모시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며 중요한 무언가를 놓고 온 듯 초초해 하는 꿈,
운전대를 잡고 아버지 병원 예약 시간을 맞추려 도심 속에서 수 많은 차들에 둘러싸여 네비와 사이드 미러를 번갈아 보며 헤매는 꿈.
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거나 다른 슬픈일을 마주하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전조 없이 그런 꿈을 꾸다 깨면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출근 준비를 한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몇 년을 페인처럼 보내고 어머니 생각하며 어떻게든 한 취업.
햇수로 3년차, 1시간 반만 달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리에서
나 지쳐가나 보다. 무너져가나 보다.
격주로 찾아가는 집이지만 토요일 저녁 한 끼 먹고 일요일에는 홀로 아점을 먹고 다시 돌아 온다.
우리 어머니, 주말까지 일하시지 않아도 될텐데 왜 그리 억척같이 일하실까
나에게도 친구는 있다.
가끔 얼굴 보면 서로의 직장 상사를 향해 욕을 날려 주고, 썸 이야기에 씨익 웃으며 어깨를 툭치고,
웃대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개드립에 개드립을 이어 가며 바보처럼 웃을 수 있는 친구.
벌써 20년지기, 10년지기가 된 친구이기에
마음 아픈 일에 누구보다 깊은 한 숨을 쉴 친구이기에 못 한 이야기가 있다.
친구야
나 아직 과거에 묶여 있나 보다.
나, 우리 아버지 장례식, 비명에 가까운 어머니의 절규를 보며
상주까지, 장남인 나까지 무너지면 안된다는 말에
주먹을 꽉 지며 어금니를 꽉 깨물며
눈물을 꾹꾹 밀어 넣고 울음을 터지기 직전까지 눌러 참았다.
슬픈 기색 안 내는 나에게 나중에 혼자 터지면 어떡하냐며 걱정하던 친구야
눈물 쥐어짜내는 신파 가득한 슬픈 영화나 감동적인 이야기에도 무뚝뚝하던 이전의 나는 지금
눈물이 너무나 많다, 친구야
저수용량을 넘긴 댐에 물이 넘치듯 조금만 슬픈 이야기에도 눈물이 핑돈다.
그런 내가 울지 못하는 이야기는 단 하나다. 우리 아버지.
아니 딱 한 번 울었던 적이 있다.
두 달 가까이 입원한 울 아버지 옆에서 먹고 자며 병 간호하던 때,
주말에 어머니가 잠깐 교대해준 밤.
철이 없어서 일까, 슬픔을 미루려 해서일까
집에 오자마자 하던 게임이 문득 재미가 없어져서 끄고 일어서 거실로 가는데 터져나오더라
눈이 터지지 않을까 겁먹을만큼 굵은 물방을이 뚝뚝 떨어지고
성대가 터져서 피를 토할까 아픈 와중에 귀에 들리던 그 소리가 내 울음소리더라
왜 이럴까, 안 멈추면 진짜 눈이든 목이든 큰일 나지 않을까 생각은 따로 노는데 입이 다물어 지지 않더라.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15분? 20분? 뭐 그게 중요하겠냐만은..
핀 뽑힌 수류탄 손잡이를 꽉 움켜진 듯
네가 말했듯 나중에 혼자 터질까봐
가끔 찾아오는 아픔을 모른척하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나 아직 과거에 묶여 있나 보다.
나 지쳐가나 보다. 무너져가나 보다.
자기 일 어떻게든 나에게 미루려는 선배나,
경력 꽉찬 년놈들이 서로 올라가려 싸우는 일터를 보면
나저씨에 나오던 겸덕처럼 이 곳을 떠나 어디 산 속에 박히면 좋을까 생각이 드는 날이다. 친구야
내 마음, 쓰면 좀 나아질 줄 알았지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긴글 쓰면서 아려오는 가슴안고 잠들 준비, 내일 출근 준비한다.
똥글 읽어준 누군가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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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밑시원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