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23: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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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군 휴가였다.
며칠 전부터 손에 꼽아 기다렸던 날이었고,
막상 집 앞에 도착했을 땐 괜히 긴장이 됐다.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맞벌이셨고
평일 낮,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조용했다.
너무 오랜만에 들른 내 방도,
익숙한 냄새가 나는 거실도.
다 그대로인데,
어쩐지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슬그머니 거실 탁자 위에 시선이 갔다.
검은색 봉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크지 않은 비닐봉지.
별말 없이 그저 거기에 있었다.
봉지를 열었다.
초코칩 쿠키, 바나나 우유, 불닭볶음면, 치즈.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한 번도 “이거 좋아해”라고 말한 적 없었는데,
사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었는데,
엄마는 다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쓸쓸함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하나가 조용히 남았다.
검은 봉다리 안엔 간식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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