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그것이 공익이니까...

근무지 세 군데 돌았음. 첫 번째는 정신재활센터였는데, 조현병 환자들만 있었고 진짜 같이 있다보면 내가 미칠 거 같았음. 직원들도 하나같이 개새끼였고. 출퇴근 거리도 개헬이라 장거리 판정 받고 빠졌음.

두 번째는 아동센터였는데 한 1년 정도 있었음. 일은 편했는데 센터장이 주식하다가 돈 다 날리고 시어머니를 유령직원으로 등록해서 돈 빼돌리다 걸림. 결국 센터 문 닫음.

세 번째도 아동센터였는데, 전보단 일이 좀 많긴 했지만 배울 건 많았음. 뭐 나쁘진 않았음.

나는 공익 가기 전엔 봉사활동도 실습도 제대로 안 해봐서 애들 다루는 게 진짜 어색하고 어려웠는데, 아동센터 돌면서 그나마 좀 배운 거 같음. 그리고 세상엔 진짜 힘들고 불쌍한 애들이 많다는 것도 느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번째 아동센터 다닐 때였음. 애들 중에 초5이 지적장애 남학생 하나가 있었는데 말은 그럭저럭 했는데, 수학은 진짜 심각했음. 10 넘는 덧셈도 안 되고, 곱셈은 아예 개념도 없음.

당시엔 느려도 노력하면 될거란 생각이 있어서, 책도 찾아보고 교구도 만들고 진짜 별 짓 다 하면서 가르쳤음. 목표는 단순했음. 내가 나가기 전까지 얘한테 일의 자리 덧셈이랑 구구단 정도는 박아넣고 가자.

근데 현실은 시궁창. 어제 가르친 거 오늘 되면 까먹고, 3일만 쉬면 리셋됨. 노력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낌. 그리고 애도 너무 힘들어했음. 난 걔 부모도 아니고, 고작 하루 몇 시간 잠깐, 2년도 안 되게 보고 갈 입장인데 그걸 계속 몰아붙일 수가 없었음. 결국 포기했음...

걔 여동생 있었는데 한 3살 연하. 얘는 정상이었는데 오빠를 엄청 무시하고 싫어했음. 한부모 가정이었고, 아빠가 맨날 “오빠 좀 챙겨라” 이러니까 스트레스 쌓일 만도 했음.

그때 느낀 게 많았음. 그냥... 안타까웠음.

소집해제 벌써 5년됐네. 걍 생각나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