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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호의》

군 제대 후의 삶은 마치 유예된 시간 같았다. 복학까지는 한참 남았고, 마음은 풀려 있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나날들이었다. 자연스럽게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자리를 이어갔고, 새벽녘에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날도 그랬다. 발산역 근처의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 몇 병을 나눈 뒤, 문득 “오늘은 걸어서 집에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몸도 머리도 가벼웠다. 차가운 바람이 술기운을 식혀주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고, 어차피 걸어가면 한 시간쯤 걸리는 거리. 마곡지구는 지금이야 번화한 동네가 되었지만, 그때는 양옆으로 논밭만 펼쳐진 어두운 길이었다. 그래도 큰 도로 덕에 가로등은 밝았고, 새벽 1시라지만 간간이 지나는 차량들 덕분에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길을 반쯤 걸었을 즈음, 뒤에서 사이렌 소리는 없던 엠뷸런스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옆에 속도를 맞춰 붙었다. 이상했다. 비상등도 없이, 응급한 기색도 없이. 창문이 내려가고 안쪽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태워드릴까요?”

그 말에 순간 걸음을 멈췄다. 보통이라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타는 게 예의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했다. 너무 이상했다. 병원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이름이었고, 차 안에 탄 사람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짧게 대답하고 걸음을 재촉했지만, 엠뷸런스는 속도를 줄이며 따라왔다.

“이 밤에 위험하잖아요. 그냥 타세요. 금방 갑니다.”

그 다정한 말투는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불쾌하게 다정했다. 짜증이 올라왔다. 그때 마침 생각난 건 친구 하나였다. 통화를 시작하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친구가 바로 받았다. 일부러 큰 소리로 대화하며 걸었다. 그러자 엠뷸런스 안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사람 성의 무시하시네…”

그리고는 급속히 가속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잠시 안도하려던 그 순간, 수백 미터 앞에서 그 차가 길가에 멈추는 게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름이 끼쳤다.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 몸이 굳었다. 한참을 서서 지켜봤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걔는 다급히 말했다.

“택시 무조건 타. 아무 차나 잡아. 안 되면 내가 간다.”

하지만 이 시간, 이 도로에 택시가 있을 리가.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둘러보던 중, 마침 맞은편 차선에 한 대가 보였다. 반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동시에, 엠뷸런스 뒷좌석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담배를 물고 서 있는 그 사람. 내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다. 택시야 제발 멈춰줘… 제발…

기적처럼, 택시는 불법 유턴을 해서 내 앞에 멈춰 섰다. 문을 열고 타자마자, 기사님도 상황을 눈치챘는지 묻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엠뷸런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그 길을 걷지 않았다. 아무리 친구들이 같이 있어도 그 길만은 피해 다녔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그 차를 탔더라면 어땠을까?’ 정말 누군가의 선의였을까? 아니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라져간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날, 밤의 얼굴을 피해 돌아온 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 경험담을 챗GPT에 넣었더니 이렇게 만들어주네..
얼마전 가양역사건이 눈에 보이길래 문득 생각나서 만들어봄...같은 강서구이고..거리도 안먼곳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