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 [15] |
작성 2022-07-06 11: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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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9단.
일본기원 소속의 바둑 기사로 유명한 레전드다.
일본 바둑이 세계 기전에 자주 출전하지 않게 되었기에
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정환-신진서로 이어지는 세계 랭킹 1위의 라인업에 포함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조치훈 9단은 사실 순수하게 레이팅 상으로는 이창호 다음으로 오랫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바둑기사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바둑이 세계 최강일 때 일본 바둑의 절대 지배자가 바로 조치훈 9단이기 때문이다.
대략 2925일 동안 세계 1위를 유지 하셨다.
이창호 9단이 대략 5600일
이세돌 9단이 대략 1920일 정도 1위를 유지했다.
조치훈 9단이 바둑을 대하는 자세는
목숨을 걸고 둔다이다.
실제 자서전 제목도 목숨을 걸고 둔다이다.
이와 관련 되어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86년.
기성전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시절
조치훈 9단의 타이틀을 빼앗기 위해 도전자로 조치훈 9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올라왔다.
조치훈 9단과 고바야시 9단은 입단 당시 부터 인연이 있는데
바둑천재였던데다가 한국인이었던 조치훈9단은 일본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어릴 때 슬럼프를 겪었는데
자신보다 하수라고 생각했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먼저 입단을 하자 충격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참고로 조치훈 9단은 고바야시 9단 보다 3살 어리며
11살9개월에 프로에 입단했다.
일본 남성 기사중 최연소 입단...
어쨌든 그때 부터 라이벌로서 치열하게 싸워왔고
그 덕분에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고바야시 9단을 상대하기 위해 바둑 연구를 하며 방어전을 준비하던 어느날
밤에 야참을 사기 위해 차를 타고 나갈 일이 있었는데 오토바이와 가벼운 교통 사고가 나고 말았다.
조치훈이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를 일으켜 세워 줄 때...
조치훈과 오토바이 운전자를 다른 차가 치어버렸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오른쪽 정강이의 뼈가 모두 부러지고 뼈가 살 밖으로 삐져나왔으며
오른쪽 무릎 관절에서 퇴골（허벅지뼈）의 연골이 떨어져 나갔다.
왼쪽 무릎 관절에서 전십자인대 파열, 후십자인대 손상, 대퇴골의 연골 골절되었고
왼손 관절부에서 요골과 척골 골절이 되었고
머리는 외상 상태였다고 한다.
전치 3개월.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특히 일본 타이틀전은 시간도 길고 체력적으로 몹시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고 바둑을 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본 타이틀은 아무리 천재 지변이 일어나도 늦춰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있으면 기권패가 될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머리가 멀쩡하고 오른팔이 멀쩡하다'
라고 말하고 의사의 만류에두 불구하고 사고 열흘만에 대국에 임한다.
결국 2승 4패로 조치훈은 타이틀을 내주고 만다.
하지만 타이틀 획득에 성공한 고바야시 9단보다
저런 상태에서 2승이나 거둔 조치훈 9단에게 사람들의 관심과 칭송이 몰렸다고 한다.
이후에 사고의 영향으로 정상권에서 멀어지는가도 싶었지만
조치훈9단은 자신의 치세를 이어나갔다.
이 대국 이후에는 사이가 안 좋았던 고바야시 9단과의 사이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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