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가 진짜 지옥 같았어.
그냥 자고 일어나면 이 삶이 끝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지.
딱히 큰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무기력함 자체가 나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어.
매일 우울했고, 정신 놓고 술에 기대 살았어. 그렇게 몇 년을 흘려보냈지.

근데 지금은 달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아내랑, 웃는 얼굴만 봐도 가슴이 벅차는 딸이 있고
우리 가족만의 집도 생겼어.
진짜 말 그대로, 행복하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행복해.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이 시간이 오래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그런 내가 어젯밤에… 정말 소름 돋는 꿈을 꿨어.
꿈속에서 아내랑 딸이랑 놀이공원 같은 데서 놀고 있었어.
햇빛 쨍쨍한 날씨에 다들 웃고 있고, 그냥 평화롭고 좋았지.

근데 갑자기 파란색 옷 입은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아무 말 없이 내 양팔을 잡고 끌고 가더라.
놀라서 "어디 가는 거냐"고 계속 물었는데, 그중 한 명이 무표정하게 이렇게 말했어.

“2019년 00월 00일에 접수하신 안락사 신청 건입니다.
대기 인원이 많아 처리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금일 기준으로 순번이 도달하여 안내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어.
꿈이었지만, ‘맞아… 그땐 진짜 그럴 마음이었지’ 하고 내가 스스로 납득해버렸어.
하지만 나는 지금은 다르다고, 살고 싶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말했어.

근데 그 사람들이
“취소 안 된다고 써 있고, 동의하셨잖아요.”
하면서 인상 쓰고 짜증내는 거야. 너무 무서웠어.

결국 끌려간 곳은 어떤 하얀 건물이었고, 문을 하나 지나니까 내 이름이랑 신원 확인하더라.
그리고 또 다른 문을 열었는데, 거긴 완전 흰 공간에
안락사 기계 같은 게 줄지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하나둘 누워 있었어.

그 순간, 진짜 죽을 것 같았어.
너무 무서웠고, 숨이 안 쉬어졌어.

그래서 진심으로 빌었어. 울면서, 소리치면서,
"제발 살고 싶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하면서.

신원 확인하던 사람한테 달려가서 매달렸어.
그 사람이 나를 끌고 오던 사람들보다 윗사람 같았거든.
진짜 올드보이 최민식처럼 바짓가랑이 붙잡고 애걸복걸 했어.
그러니까 그 사람이 인상이구겨진채로 날 내려다보면서 한숨 쉬더니

“아, 그냥 가세요.”

진짜 그 말 한마디에 나 “감사합니다!” 하고 울면서 그대로 뒤도안보고 건물에서 뛰쳐나왔어.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떴어.

정말 눈이 번뜩 떠졌어.
거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
아내랑 딸이 같이 놀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