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먹이를 노리는 검은 구멍들
지금 생각해도 다소 황당하다.
대학생 시절, 참 쓸데없는 이벤트를 자주 열곤 했다.
그 중 하나가 의미 없는 선물 교환이었다.
감동도, 실용성도 배제된 순수한 무의미.
그러나 그런 무의미함 속에서도 나름의 규칙과 질서는 존재했다.
나는 고민 끝에 번개탄을 선택했다.
왜였을까.
아마도, 당시의 나는 '번개탄'이라는 사물이 지닌
비주얼과 시대착오적인 상징성이 주는
그 아이러니한 웃음을 노렸던 것 같다.
번개탄맨은 마음에 드는 엉덩이를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는 진짜 사나이처럼
내 책상 밑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내가 그것을 잊을 정도로
2. 내 목숨을 아이어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니 어머니가 잠깐 장보러 가시면서 내게 한마디를 하셨다.
'니 목숨은 하나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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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따라 엄마가 성령 충만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착오였다.
내 번개탄맨은 그날 사라져있었다.
이후의 상황은 매우 조용하게 전개되었다.
그날 밤, 어머니는 나를 부르시지도, 다그치시지도 않으셨다.
다만 내 방에 들어오셔서 담담한 목소리로 한번 더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 목숨은 하나님 거야'
3. 상징과 불신
그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리고 깨달았다.
번개탄은 상징이었다.
그것은 ‘난 살아갈 힘이 없습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읽힌 것이다.
엄마가 들어왔을 때 나는 급히 해명했지만,
엄마는 마트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고, 그 뒤로 아무 말씀 없으셨다.
그러나,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엄마는 영수증을 들고 가 다담식자재마트에서 직접 환불을 받으셨다는 것.
그 모든 과정을 나에게 알리지 않으신 채,
며칠 후 어머니는 다시 한 번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
'니 목숨은 하나님 거야'
4. 갱신
애잔한 엄마의 눈빛을 받으며
나는 더 이상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 연탄은 환불되었고,
나의 명예는 번개탄 환불금과 함께 사라졌으며, 하나님은 그날 나를 갱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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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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