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그놈을 마주친건 어린이날이었다. 더듬이가 한쪽은 짧고 한쪽은 길었다. 생존경쟁에 다른 놈한테 뜯어먹히기라도 한건지 중요하진 않지만 그놈 특징이었다.

그녀석을 마주쳤을때
연약한 남자가 할수있는거라곤 전기모기채에 의지하는것뿐이었다. 그녀석의 촉감을 느끼지 않고 잡으려면 어쩔수 없다.

그런데 이건 큰 단점이 있었다. 주방엔 잡동사니가 많았고 모기채를 바빡 붙이는데 방해가 되는것이다.

그래서 평탄한 곳으로 그녀석을 유인했다. 모기채 손잡이로 벽을 두들기며 콩콩콩콩 거렸고 그녀석은 반응했다.

그런데
절대 내가 전기모기채로 눌러서 죽일수 있는
넓고 평평한 곳으로 도망가진 않았다.이새끼는 지능이 존나 높은게 분명하다.

30분쯤 지났을까

나와 그녀석 둘다 조급해졌고 긴장했다.
나는 정신적 피로감과 육체적 피로감을 느꼈다.
그녀석의 좆같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달아나기 쉬운곳에 진동을 일으켜 후퇴를 시키는 것은 힘든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킬각 보는걸 실패했고
그녀석이 찬장뒤 틈으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내며 들어가는것을 지켜볼수밖에없었다.

나는 그 후로 검정색 공포증이 생겼다. 바닥에 굴러다니는것 벽에 얼룩, 어떠한 물건이라도 그녀석과 크기가 비슷한 검정색 대상이라면 몸을 멈춘채 그것을 빤히 바라볼 수 밖에없었다.

나는 내가 잠자는 사이 내 집을 마음껏 유린하며 위풍당당하게 다닐 그놈 때문에 편히 잘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방을 깨끗이 치워놨다 거슬리는 물건을 치우고. 음식도 밀폐용기, 냉장고 콤보, 음식물은 생길때 바로버리기로 가족끼리 약속했다.

내집은 바퀴벌레가 살기 좆같은곳이 되어갔다. 이제 그녀석은 단식투쟁을 할수밖에없을거다.

그 녀석의 목적인 번식또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고픈 채론 할수없을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혹시몰라 남은 싸이버거를 비닐봉투로 포장해두고
나갔다와서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수저통에서 아이스크림 퍼먹을 숟가락을 들고오는데
그녀석이 보였다.

이럴땐 침착해야한다.
흥분했다가 물건을 건드리는 순간 그녀석은 존나빠른 속도로 찬장뒤로 도망갈게뻔했기때문이다.

우선 지형을 점검한다.
분명치워놨던곳들이 어지러워져있었다.
그녀석을 자극하지 않게 살금살금 들어서 옮긴다.

둘째로
데운 싸이버거가 그녀석을 자극했을게 뻔하니 햄버거를 주방 싱크대 근처로 옮겨놓고 손으로 존나 휘저어 냄새로 그녀석을 유혹한다.

셋째로
그동안 지형적 불리함으로 인해 패배를 안겨준 전기모기채 외에도 무기가 필요했다. 묵직하면서도 단단한.. 절굿공이
나무 절굿공이가 눈에들어왔다. 이거다.
다이소에서 2천원에 팔 퀄리티이지만 엄마손에 수많은 마늘들을 빻아 버렸던 녀석이다.

촉감을 느끼는건 싫지만 바퀴벌레가 번식을 하고난뒤엔 늦는다. 그땐 집을 버려야 한다. 어쩔수 없다.

대치한지 5분쯤 햄버거 위에서 손을 휘저었는데 반대방향으로 간다. 왼손엔 전기모기채 오른손엔 미니나무 절굿공이를 들고서 그녀석을 바라본다.

살짝 튀어나와있는 곳에 그녀석이 조금씩 나온다.
조급하면 안된다. 한방에 죽여야한다.
제대로.. 제대로... 기다리다가 지금!!!
하고 찍어내렸다.

그녀석의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나의 승리였다.
나는 카톡을켜 가족방에 바퀴잡음 이라고 올렸다.
오늘만큼은 내가 우리집 영웅호걸인것이다.

그녀석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녀석은 더듬이와 남아있는 다리를 움찔거렸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직 살아있지만 더이상 접촉하고 싶지않았다.
그래도 할건해야지.

두터운 물티슈 두장으로 감싸 변기에 내릴생각이었다.
근데 그새끼씨2발것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체가 덜렁거리면서 떨어지기 직전인데도 힘겹게 발걸음을 내딛더니 점점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는것이었다.
이런씨2발 좀비가 따로없었다.

나는 아드레날린이 치솟는걸 느꼈고 다시한번 정의봉을 휘둘렀다.

우직하고 그녀석의 상반신을 찌그러트리는 느낌을 제대로 느끼고 나는 싸움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웃대에 글을 쓴다.
결코 그녀석 시체와 접촉하는게 싫어서 이러고 있는게 아니다.

글을쓰다가도 그새1끼가 다시 살아움직일까봐 3번정도 정찰을 다녀왔다..

엄마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리는게 절대아니다..

이녀석은 아마도 유입된걸거다. 그동안 마주친게 두번. 그리고 둘다 사진을 찍었고 30분이상 관찰했는데 똑같이 더듬이 한쪽이 잘린듯이 짧고 한쪽은 길었으니까.

만약에 또나온다면 그때는 바퀴벌레 특효약이라는
셀렉트겔인지 뭔지를 써야겠다..

지친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