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아빠가 돈으로 나랑 동생들에게 많은 거 사주고 그랬음

그런 아빠가 신기하기도 했고
나도 자식인지라 아빠 따라해서 나눠주는 게 습관에 베였었는데

어느날 수련회에 갔을 때
아빠가 걱정되서 그런지 2000년대 초반에도 큰 돈인
5만원을 나한테 쥐어줬었음

초등학교 4학년 짜리한테



그러던 중 수련회에서 어떤 아이가 돈이 없어서
사고싶은 과자를 사지 못하자
나는 돈을 쥐어주면서 과자 사라고 전달함

그때 그 감정이 너무 좋아서 그랬을까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기 시작함

그냥 그렇게 나눠주는 것 자체가 기뻤던 것 같아

근데 그렇게 한참을 나눠주니까
어느샌가부터

내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
다들 의심하기 시작하더니


내가 돈을 훔쳐서 그런거라는 누명을 씌워버리더라고


나는 절대 그런 거 아니다
아빠가 5만원짜리 돈을 쥐어줘서 갖고 있던거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아무도 안 믿음

아무리 해명을 해도 안 먹힌데다
그때를 계기로 온갖 안 좋은 소문과 누명에
심한 경우에는 학폭까지 이어져버려서

그때부터 멘탈도 나가고 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음



그냥 사람을 못 믿겠더라고
어찌되었던지간에 나는 호의를 배풀었던건데
그 호의가 배신으로 돌아온 거니까


이 일로 인해서
돈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도 생겨버려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거부감이 심함

（물론 그래도 나름은 열심히 일하며 지냈다
힘든 거 참으며 억지로 버텨서 문제였지..）


이거 외에도 유달리 내 어린 시절에는 상처가 많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아주 많았어


나도 여태까지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는데
뭐랄까.. 꼬인 실뭉치처럼 풀어도 풀어도 새로운 게 계속 나와


나는 이제 그만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