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고2~3 정도 되는 학생들은 슬슬 ‘현실’이라는 단어를 깨닫게 되니까
자기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경우가 많더라.

물론 애초에 그 교육 구조 자체가... 예를 들어 7등급 정도 되는 애들이
갑자기 3등급까지 오르는 경우는 드물긴 하니까,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근데 나는 솔직히 4등급만 돼도
충분히 잘해냈다고 말해주고 싶어.

내가 직접 봐온 애들이 좀 있거든?
7등급, 8등급, 6등급...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노량진이라는 동네에서 많이 봤단 말이야.

그쪽에서 자주 삼겹살 같이 먹으면서 나눴던 얘기 중에 하나가,
"고3도 절대 늦지 않았다"는 거였어.

다들 개고생하면서 공부하고는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라면 고3 때만큼은 진짜 최선을 다해서
한번 부딪혀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혹시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노량진 와서 또 부딪치면 되는 거고.

그리고 이런 얘기도 많았어.
정말 힘들면 고3의 마지막 추억이라도 제대로 남기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의 마지막 추억이잖아?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데,
그걸 전부 공부에만 쏟는 건 너무 아깝다는 의견도 있었고.

좋은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 힘으로 노량진에서 버틸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어.

물론 요즘은 노량진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고3들이 잘 안 모이지만,
그 시절엔 그런 얘기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고 나도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됐는데,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학원가든...
다들 먹고살려고 정말 열심히 움직이더라고.

특히 본인 전공이 아닌데도
공기업 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어.

그 과정이 정확하게는 교사가 되는길은 내가 알아도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그 과정이 어땠는진 몰라도 딱 하나 느꼈던 건, ‘대학교가 끝이 아니구나’ 였어.

오늘 저는 대기업에 못들어가요 라고 애기하는 학생한테는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어.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지금 네가 공부하는 건 좋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근데 '삼성 못 갈 것 같으니까' '대기업은 힘드니까' 하고
애초에 포기해버릴 이유는 없어.

안 좋은 대학? 갈 수도 있지.
근데 그건 패배가 아니야.
그냥 그 시기의 너의 상태, 너의 실력이었을 뿐이고,
그게 네 직업까지 결정짓는 경우는 거의 없어.

결국에는 네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더라.

대학교가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야.
매 순간 너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해.

지금 네가 준비하는 건 '대학'이지,
‘미래의 직업’은 아직 탐색조차 안 했잖아.

니가 모르는거에 대해서는 안다고 생각하면 안돼 그건 모르는거잖아? 애초에 니네가 조사하는 수준은 기업이 원하는 과가 뭔지 정도만 아는 것 정도가 가장 열심히 조사한 수준일텐데 근데 그걸로 직업까지 아는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냥 못 한다는 말은 하지 마. 진짜 못 하는 건 없어."

솔직히 이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냥 내가 보고 듣고 느껴온 걸 얘기한 거지.

대기업 준비하라고 하면 나도 못 할 거야ㅋㅋ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더 만족스럽고,
단순히 돈 벌기 위해 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근데... 진짜 많이 봤어.
우리 학교가 막 엄청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나만 해도 공립교사 됐고,
외교관 관련된 공기관 간 친구들도 몇 명 있어.

물론 다 성공한 건 아니야.
하지만 다 실패한 것도 아니었어.

대학교는 그냥 도구일 뿐이야.
자기 목적에 맞게 휘두를 수 있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

비관적으로 보는 게 무조건 나쁘지도 않고,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고 봐.

다만 진짜 별별 일 겪다 보니까
나도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지.

대학교가 ‘목적’인 사람들은
편입하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좋은 학교로 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별로였던 경우도 꽤 있었고.

그냥 어제 학생들이랑 얘기 나누다가 문득 생각이 많아졌어. 내가 말하는게 꼰대가 아닌가? 나도 이런소리를 들었었나? 생각이 들었는데 애초에 '포기'하라는 애기를 훨씬더 많이 듣다보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흘러가는 꼰대소리라는건 확실한거 같긴한데.. 이왕 꼰대소리 말하는거, 포기하라는 말보다는 하라는 소리가 맞는거 같긴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