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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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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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카톡을 본 순간 너무 기뻤지만, 동시에 무언가 가슴 속에서 엉키는 게 느껴졌다.
덤덤한 척 답했다.

‘학원 다니죠’

그녀는 이번 토요일에 바쁘냐고 물었다.
아무 일 없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가 맛있는 짬뽕집을 알게 됐다고 같이 가자 했다.
우린 점심 약속을 잡았다.
기대를 억누르려고 해도 밤에 도저히 잠들지 못했다.
피케 니트도 깨끗이 빨아뒀다.

토요일이 됐다.
날씨는,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햇빛만이 쨍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설��지만, 애타는 마음이 커질수록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고민이 커졌다.
가게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그녀가 오는 게 보였다.
짙은 청바지, 몸에 맞는 흰 티셔츠, 깔끔하게 묶어 올린 머리.
너무 예뻤다.
엉켜있던 가슴 속 무언가는 싹 내려갔다.

우린 반갑게 인사하고 중국집에 들어갔다.
짬뽕은 맛있었다.
그녀의 친구가 추천해 준 가게라고 했다.
내가 저번에 공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짬뽕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래서 왔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우린 역시나 시시한 얘기를 나눴다.
금방 다 먹고 가게를 나와 옆 카페에서 레몬에이드를 사 같이 산책했다.
웃긴 농담과 이런저런 장난을 치면서 걸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잠시 앉아서 쉬기로 했다.


“오늘 너무 좋타!”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저도요”


웃으며 답했다.


“날씨도 좋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리고 난 너랑 있으면 너무 좋다?”



그 말에 깜짝 놀라 쳐다봤다.
그때 나는 처음 봤다.
나를 좋아하는 여자의 눈빛.
서로에게만, 초점 맞게 하는 그 눈빛.

마음속으로

‘어?’

라는 간투사가 나왔다.
당황해서 바닥을 봤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매끈한 벤치의 촉감, 우레탄 바닥이 내뱉는 뜨거움, 쨍하게 비추는 햇빛이 주는 인상만 남아있다.

아마 그녀가 일어나서 다시 걷자고 한 거 같다.
나는 뭔가 긍정적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대화는 이미 일상 얘기로 넘어갔고 갑자기 꺼내기엔 억지 같았다.
난, 그냥 이전보다 가깝게 다가가서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그녀가 말했다.


“우리 집 저기 앞인데 들어가서 좀 시원하게 쉬었다 가자”


나는 어떻게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냐는 생각에 거절하려고 하는데 내 몸짓을 읽은 그녀가 등 뒤로 와, 날 밀면서 ‘더워 빨리 가자’고 했다.


그렇게 그녀의 좁은 원룸에 가게 됐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은 처음이었는데 생각했던 거랑은 달랐다.
뭔가 인형과 핑크색이 가득한 그런 걸 예상했는데, 그냥 집 같았다.
또 처음 들어간 원룸을 보고 '너무 작은데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편안했다.
원래 나는 처음 가는 곳이 어려워 친척 집도 가시방석처럼 불편했는데 그녀의 집은 이상하게 익숙하고 정겨웠다.
그녀는 나에게 소파에 앉으라 했다.
딱 두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소파였다.
소파의 커버는 스판 같은 감촉이었다.
그녀는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꺼내 텀블러에 담았고 물을 따라 붓고 소파로 왔다.
뭔가 나는 공간을 넓게 만들어 주려고 했지만 팔걸이가 있어서 갈 곳이 없었다.
우린 팔이 닿은 채 나란히 앉았고 그녀는 먼저 한입 마시고 나에게 줬다.
시원한 얼음물이 속으로 들어오자 감각이 예민해졌다.

그녀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우리가 같이 찬양하며 명작이라고 말했던 코믹영화였다.

해가 안들어와 어두운 방에서 티비 혼자 번쩍였다.
영화는 금방 끝났다.
이미 몇 번을 봤던거지만 낯설었다.
티비 빛에 은은하게 비치는 그녀의 옆 모습.
계속 문대지는 그녀의 팔.
그리고 그녀 몸에서 나오는 달콤한 안나수이향.
모든 자극들이 강렬한데 어떻게 그깟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그녀가 말했다.


“역시 잘 만들었다, 그치? “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영화의 포인트들을 �슷떳�며 마치 영화에 집중했다는 듯 이런저런 말을 했다.
그렇게 영화가 꺼진 티비는 검은 화면이었고 방은 어두웠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없는 앞을 보고 있었고 나도 조용히 앞만 쳐다봤다.
그녀가 텀블러를 집어 몇 모금 마셨다.
또 그 달콤한 향이 났다.


"쌤 향수 뭐 쓰세요?"


그녀는 살짝 놀라며


"아, 안나수이라는데 거 써. 은은하게 나라고 어깨 뒤에만 살짝, 아주 조금 뿌려. 향 좋지?"


"네...너무 달달해요...

솜사탕 같아요…

그렇게 달콤한 향은 처음이었어요."


난 바닥을 보며 그렇게 얘길 했다.
그녀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한참 말 없이 날 보던 그녀가


"그러면...한번 맡아봐"


그녀가 내 머리에 손을 대고 천천히 어깨 쪽으로 끌었다.
그녀는 입만 살짝 웃고 있었다.
천천히 끌어당기는 손에 이끌려 내 얼굴은 그녀 어깨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목을 가까이서 처음 봤다.
매끈한 쇄골과 목뒤 부드러운 잔머리까지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달콤한 향이 강하게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무 말 못하고 숨만 계속 들이마셨다.
그녀의 반대쪽 손이 내 어깨를 잡아끌었고, 난 그녀 위로 올라갔다.
어깨, 쇄골, 목을 자세히 관찰하며 천천히 숨을 맡았다.
내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숨이 그녀에게 계속 닿았다.
목에서 귀, 귀에서 뺨, 천천히 숨을 맡고 뱉었고 조금씩 호흡이 빨라졌다.
그리고 뺨에서 코.
눈을 맞췄다.
가깝게 붙어있던 얼굴이 더 가까이, 아주 천천히 더 다가갔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말랑했다.
그녀의 한 손이 내 머리를 감쌌고 다른 손은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나는 완전히 그녀의 몸에 밀착했다.
우린 다시 입술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 틈 사이로 그녀의 촉촉한 혀가 들어왔다.
미끌거리는 혀의 감촉은 너무 자극적이었다.
나도 혀를 움직였다.
서로 혀를 밀어내고 비벼댔고 우리는 서로 강하게 빨았다.
침이 들어와 삼켜졌다.
그녀가 옆으로 몸을 기울였고, 소파에 서로 안은 채 누웠다.
나는 소파 안쪽으로 박힌 그녀를 강하게 감싸고 이곳저곳 입술을 문질렀다.
턱, 귀, 목, 쇄골까지 입술과 혀로 문지르고, 물고 싶은 곳은 살짝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날 꼭 안은 채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안나수이 향이 나는 그녀의 몸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난 그녀의 부드러움을 마음껏 느꼈다.
그녀도 나의 얼굴 이곳저곳을 핥아줬다.
미끄러운 입술이 닿는 느낌과 뜨거움 입김 그리고 혀의 간지럽힘은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자극이었다.
우리의 얼굴은 서로의 침으로 덮였다.
두 시간이 넘게 키스했다.
어지러워지면 그냥 눈을 맞추고,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웃고 안고 또다시 키스했다.
내 첫사랑의 시작은 그렇게 뜨겁고 달콤했다.

여기까지, 내 첫사랑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우리의 얘기를 예쁘게 글로 써 달랬던 너와의 약속을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