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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 간 글의 답글입니다.
댓글 쓰다보니 길어져서 안담기더라구요

- 원 글: https://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pds&number=136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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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관심 못가질거라 생각하고 하소연이나 풀어보자 하고 글썼은데, 많은 분들이 좋은 이야기 해주셨네요. 모두 감사합니다. 한분한분 말씀해주신거 다 읽었고 가슴에 담아둘게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의 의견대로 빛날 날 생각하며 힘내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핵심인재라고 보너스도 주고요. 입지도 잘 쌓아서 부장 과장들 다 제치고 차기 파트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요 하하. 제 글 아래 글이 경조사 회식 불참한 괘씸죄 글인데, 경조사랑 회식도 잘 챙깁니다.. 헛소리로 분위기메이커 하고 있죠.. 제 유무에 따라 회식의 재미가 정해진다랄까.. 후후..

아빠는 이미 개인 파산 했어요. 빚 때문에 구치소를 갔다왔지만 （제가 자세한건 잘 몰라요 듣질 못해서） 빚이 남아있어서 3년정도 전에 파산 신청을 하시고 드디어 홀가분해졌다 이야기 하셨거든요. 지금은 엄마 아빠 모두 빚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시다보니 빚이 거의 없으시고, 저한테 마음의 빚만 있으신 것 같아요 ㅋㅋㅋㅋ 할머니 돌아가시고는 엄마가 요양사 자격증을 따서 요즘엔 돈번다고 좋아하시네요. 최근엔 한두번 쓰러지셔서 잠시 쉬고 계시지만, 그땐 본가가면 와이프 이쁘다고 용돈도 주시고 그랬는데 얼른 그런 모습 다시 보고싶네요. 그래도 연금 탄다며 대리비에 쓰라고 몰래 쥐어주실땐 웃음만 납니다.

그리고 엄마만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이번에 글을 쓰게 된 주된 이유였어요. IMF 전에는 집이 잘살아서 시집살이를 심하게 했다고 하고, IMF 이후에는 우리집 먹여 살리느라 고생했어요. 엄마는 청춘이란 시간에 우리들의 길을 밝혀주려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촛불 같달까요. 그래서 본가 갈 때마다 새로운거 맛있는거 먹자고 데리고 나가고, 500이나 520이나 똑같다 하면서 오마카세도 데려가고（아빠 몰래） 오락실도 가보고 떡볶이도 먹으러가고 파스타 맛집이며 MZ한 곳 웨이팅도 해보고 같이 손잡고 걸으면서 여자친구 자랑도 하고 했어요 ㅋㅋㅋ 엄마에게 청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처음 가장을 맡을때, 있던 돈들로 주식도 좀 하고 야근도 하고 보너스 받은걸로 잘 살면서 한달에 400-600씩 갖다 드리는걸 4년정도 했어요. 초년생이던 시기였어서 월급은 좀 적었는데 코로나 때에 주식으로 좀 재미봐서 그걸로 좀 드리다가, 매번 잘할 수는 없으니.. 주식 코인이고 뭐고로 돈 벌 기회도 없어지고 목돈이나 지키자 하다가 그걸 병원비로 와라라라락 털리곤 빚만 남았네요. 그때 계속 주식했으면 제 병원비도 나올뻔 했어요 뒷목잡고 쓰러져서 ㅋㅋㅋㅋ 그러니 사실상 몇년간 억단위로 쓴거 같아요. 병원비가 증말...

와이프는 딱 코로나 시기 전에 만났어요. 5년 연애하면서 제 힘든 모습 다 보고 매번 똑같은 옷 돌려입기로 만나도 멋있다면서 찰싹 붙어서 안떨어지더라구요. 먼저 좋다고 붙은 것도 와이프고, 먼저 결혼하고 싶다고 한 것도 와이프였어요. 이벤트는 제가 했지만, 하라며 옆구리 쿡쿡 찌른 느낌이랄까요ㅋㅋㅋ 제가 옷을 잘 안사는 건 장모님도 아시나봐여. 이젠 장모님이 와이프 옷 사면서 제 옷도 사다주시면서 쇼핑하는 재미가 2배가 됐다고 이쁘게 말씀해주시네요.

그리고 7000만원 사기 당할 정도 있었네! 하실수도 있는데, 저희가 달동네 이사갈 때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살 수 있는 큰집이 없어서 할머니랑 고모네는 10평 남짓한 빌라 꼭대기층 매매하고 저희는 월세였어요. 그러고 할머니 돌아가시면서 그 집을 팔까말까하다가 고모가 익숙한 곳에 두는게 어떻겠냐 해서 안팔았었는데요. 공황장애로 힘들던 누나가 속도위반으로 결혼하면서 고모를 본가로 모셔오고 그 집을 팔아서 지원해주려던거 였어요. 그 사기 당한거 땜시 누나는 집 계약을 못할뻔 했지만 반전세 비율 크게 돌리면서 제가 있던 비상금 몽땅 주고 급한건 이걸로 처리하라 했네요.

저도 대출 만기되서 이것 저것 고민 되는데 그냥 주고 나니 후련합니다. 집안 고민이 개인 고민으로 바뀐 느낌이라.

모두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시간은 18년도에 멈춰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참 야속하게 빠르게 가네요. 움 엄니도 그러지 않으셨을까 생각하니 다음 주말에 엄마랑 데이트나 해야겠네요 . 5년 뒤, 10년 뒤에는 조금 더 여유 있고 인자한 제가 되길 바라며 글을 줄여봐요.
다들 좋은 하루 되시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