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해서 묻는건데 1758년 2월 17일에 누가 죽었는지 아는 사람 있어? 그 사람은 남자였나? 여자였을수도 있겠지. 왜 죽었을까? 그 전에, 그는 어떤 삶을 살았지? 그가 좋아하던 음식은 뭘까. 그는 누굴 사랑했으며 왜 사랑했고 사랑의 결실은 만족할 만 했을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세상을 살았을까? 그는 무슨 생각을 마지막으로 죽게 되었을까.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지. 안다고 해도 그것이 그 죽은 이에게 무슨 이득이 되나. 천국에서 평온할까? 지옥에서 고통 받을까?

그도 아니라면 다시 태어나서 살아가고 다시 죽고 다시 살아가고 다시 죽어버렸을까. 결국엔 내 삶도 그럴거야. 나는 아마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하겠지. 이렇게 눈을 감으면 천국인가 지옥인가 그도 아니면 이 지옥같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태어나나? 

아니면 단어 그대로 소멸인가, 이 생각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참아내지 못 하고 유언으로 "...나, 무서워." 라는 말이나 남기려나. 결과가 무엇이든 난 죽을거고 길어봐야 5년뒤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 별로 기억되고 싶지도 않고... 거리에서 웃으며 지나가는 어떤 소녀들을 봤어. 아름답지. 그럴 나이잖냐. 근데 그 친구도 죽으면 불에 태워져서 가루로 빻아가지고 예쁜 함에 담아 납골당에 넣어서 보관되겠지. 다들 그러잖아. 

차라리 말이야 빨리 죽으면 이 진절머리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니야? 1738년 2월 17일에 죽은 그 사람들처럼 미래에 누군가 어떤 바보가 이런 글이나 적겠지.

2045년 6월 3일에 누가 죽었는 줄 아는 사람 있어?

알게 뭐야 누가 죽었는지. 모르긴 몰라도 오늘만 해도 100명은 죽었을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