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 중 차남
위로 이복 형
맞다가 죽을것같아서 이젠 때려보자 싶더라
왼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될 무렵
집에 있으면 맞을 일 밖에 없어 권투부에 들어갔어

선수코스를 밟다 어깨를 다쳤어
이미 집과는 결별한 상황이었고
열일곱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
숙식노가다를 들어가거나
적성을 살려 깡패가 되거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래
나는 항상 최악의 선택만 해왔네

처음에는 철거용역으로 시작했어
점차 하는 일이 많아지더라
가드부터 해서, 돈을 받아오라는 이야기, 참.. 쓰레기같이 살던 시간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쓰고 버리기 좋다는 생각이었는지 사람을 해치는 일에 투입이 되었고
그 상황에서 살아나오니 나를 인정하기 시작하더라
그게 독인 줄 알았어야 했는데.
인정받고 올라갈 수록 위험한 일은 점차 더 많아지고
나 대신 나와 같이 시작했던 의형제같은 친구가 죽었어

나는 두려웠어
양아치같은 똑 닮은 동생을 나 대신이라고 던져두고 빠져나왔어
집에서도 버린 놈. 어차피 쓰레기같이 살다 죽을 놈.
그런 생각이었던것 같다.
나름 적성에 맞았는지 좋아했던것 같다.

도망치듯 타지로 숨어 남들 다 간다는 대학에 가보려 했어
나름 머리가 좋았나봐
제법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어
거기서 내 인생이 다시 풀릴 줄 알았는데.

스물다섯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어
어두운 과거라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었고
하잘것없는 내 목숨 하나 걸어서 이사람 지켜주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
이 사람의 꿈을 위해 돈을 벌었고
이 사람의 행복을 위한다면 내 고통은 당연한거였어
행복한 적 없었는데, 그냥 그 1년이 너무 행복하더라.

근데 동상이몽이라고 했던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나봐
헤어지고 나니 내가 털어놓았던 내 과거는 나의 약점이 되었고
그사람에게는 술자리 안주감에 불과하더라
원한관계 정리하지 않고 동생을 던져두고 도망친 깡패
업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
하필 그 술집에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이 있었더라.

추적이 붙었고 나는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내가 평생 번 돈을 다 썼어
그러고도 모자라서 내 동생 목숨까지 털어넣어야 하더라

잃고 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어
내가 뭐라고 그놈 죽어도 된다 단정했을까
부모도 찾지 않는 장례식
사흘 내리 깡패새끼들이나 들락거리는데 상주랍시고 서있고.

기일부터 여태 반쯤 정신 나간 채로 살았던것같다.

며칠 전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연락을 들었어.
나를 '엮여선 안될 범죄자'라고 칭했다더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다 같이 보내면서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대.
나한테 일어난 일은 그냥 업보일 뿐이래.

이성이 마비되는 그 느낌, 심장이 썩어들어가고 피가 거꾸로 도는 그 느낌,
고민하고 있어. 복수를 해야하는지, 아니면 이제라도 내 갈 길을, 내 꿈을 찾아 나아가야 할 지.
나한테 복수를 할 자격은 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건지. 그냥 내가 죽어야 끝이 날지.

나도 언젠간 꿈이 있었던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