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요즘 들어 부쩍 듣는 말이 있다.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다는 말이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근성이라는 것도 일종의 내공 같은거라 생각된다.
내공이라는 것도 원래 급하게 길러지는 게 아니다.

우린 어릴 적 만화방에서 허리 굽힌 채 무협지를 보고,
장풍 쏘는 놈을 보며
"오오 진기네 진기야”
하며 컸다.

그래서 나도 생각해봤다.
40줄이 넘은 나는 과연 내공이 있는 사람인가?

직장에서 회의하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버텼던 그 시간들,
엑셀 파일 200개 복붙하며 숨도 안 쉰 날들,
밤새 글 쓰다가 아무도 안 읽는 줄 알았던 그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 하나 눌러줬을 때의 그 정화 같은 기쁨...

그게 다 내공 아니고 뭔가 싶다.

요즘 애들도 내공 있다.
다만 그 내공이 경맥을 흐르는 기가 아니라
디스코드와 자취방을 흐르는 침묵의 기류일 뿐.

어쩌면 세상이 바뀐 게 아니라,
우리가 예전에 내공 쌓던 방식이 너무 촌스러워진 거 아닐까.

그러니까 괜히 요즘 애들 탓 말고,
우리도 달라진 내공심법을 우리가 배워보자.

그게 무림의 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