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얘기 하는 사이트에 암울한 얘기해서 먼저 사과할게

난 32살 남교사고 지금 8년차임.

작년 올해 교권침해 당해서 진짜 진지하게 이번년만 하고 때려칠까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고민 되어서 글 남겨

첫번째 교권침해는

한 학생이 반에 지가 다니는 학원 전단지 무단 게재하니 내가 그걸 찢어버리고 버린 후 반 애들한테 학원 전단지 게시하면 안된다고 하니 그걸 게시한 학생（다른 반）애가 어떻게 내가 찢어버린걸 알고 교무실로 찾아와 따지더니 내가 논리와 행정적 절차로 따지니 교사자격 운운하면서 나중엔 지 어머니까지 부르더니 어머니란 작자는 나한테 교사로서 지혜가 부족하다 이러더라

두번째는 재작년에 학교에서 어디 무릎을 다친 애가 우리반에 있는데 걔가 이번에 우리반이야. 사실 이게 병원 기록은 개인정보잖아?? 심지어 그거 2년전 일이야 난 그때도 2학년에 있었고 걔가 누군지도 몰랐어 작년에도 다른 반 애였고 걔를 맡은게 이번해가 처음이야 그래서 당연히 난 얘가 다쳤는갑다만 알고 세부사항은 알수가 없거든（어떤 수술을 했는가 어디서 수술을 했는가 등） 근데 걔가 체육수업 중에 그 다친 무릎에 통증이 왔던가 그래서 다시 병원으로 갔어. （난 물론 체육교사가 아냐） 근데 이 과정에서 너무 이상한게 여기가 초등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인데 애가 체육쌤이나 나한테 아프단 말 한번을 안해 그렇다고 학기초에 그 부모가 나한테 주의해달라고 연락을 준 것도 아냐 근데 그 부모란 사람이 전화로 한다는 말이 나보고 담임 자격없다고 사표 쓰라고 소리지르더라 그런 폭언을 거의 3분간 듣고만 있어야했어. 이건 녹음본도 있어.

진짜 이런 사례들이 이번학년도에 많다고 해서 이 애들데리고 안올라오려고 했어. 이 학년에 너무 착하고 예쁘고 상냥한 친구들 있는거 아는데 걔네들 꼭 챙겨주고 싶어도 작년에 이미 너무 지쳐서 이 애들의 유통기한은 1년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3학년 안올라오려고 했는데 그 망할 순간의 책임감과 뭣도 안되는 양심 따위 때문에 올라왔어...

물론 교직생활 하면서 나쁜 기억만 있는건 아냐 아니 오히려 좋은 기억이 횟수로 치면 훨씬 많아 아이들한테 담임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는 거의 100통에 가깝게 받았고 첫해 제자들은 아직도 스승의날이나 방학때 내려오면 연락와. 아니 내가 가르쳤던 매해의 아이들에게 항상 잘 지내냐고 연락이 오지. 덕분에 대학 다닌다고 쌤이 최고였다고...

근데 수백개의 좋은 기억이 있다고 두 개의 안좋은 기억을 없애주진 않잖아.. 그래서 지금 신경안정제 먹고 있어..

다른 직종에 있는 형들도 다들 이런 거 겪으면서 참으면서 사는거야?? 나도 진짜 빌런 되고 싶어... 아니 그냥 때려치고 싶어. 교사라는 직업은 나랑 완전 적성이 맞아. 솔직히 고등학교 수준에서 내가 가르치는 교과들 나한테 어려운거 하나도 없고 난 애들이 던지는 모든 질문（상위 개념 질문이든 수능문제 질문이든） 거의 안막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설명해줄수 있어. 같은과 선생님들도 애들 질문에 막히면 나 찾아와. 그리고 수업도 우리 지역 아니 전국 기준에서 난 잘하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해. 수업하는거 재미있고 나한테 적성 맞아.

근데 저 두사건이 날 너무 아프게 해. 지금 1억 중반대까지 모아뒀어. 퇴직금은 따로 없겠지만 이번해까지 일하면 1억 후반까지는 모으겠지. 난 집도 없고 차도 없어서 빚도 없어. 순자산이 저거야 그냥 때려칠까?? 진짜 때려쳐도 당장은 버틸수 있잖아. 돈이 부족할 것 같으면 기간제나 시간 강사 하면 되지 않을까??

내 소리가 개소리 같으면 개소리라고 해도 좋아. 난 거의 졸업하자마자 임용 된거라서 요즘 구직난인거 알지만 막 피부로 느끼지 못한걸수도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있는걸수도 있어. 그니까 그니까 내가 개소리하는거면 개소리라고 진짜 냉정하게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