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영화 개봉 시기 난 중2였고 5살 터울의 운동 선수인 영화광 고3형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한 방에 같은 침대를 쓰며 컴퓨터 한 대를 공유하며 자랐고 내 초등학교 고학년 진입 즈음 형은 자기전에 매일 공포영화를 틀어놓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참 어렸던 내겐 뭘 봐도 충격에 공포였지만 형은 항상 운동이 피곤했는지 아니면 지루한건지 보통 반 이상의 확률로 영화 중반부엔 혼자 잠에들었다.

그렇게 나 혼자 곯아 떨어진 형 옆에 누워 열심히 긴장하며 끝까지 보게 되는 심야의 나날이었다.

초4쯤부터 나날이 공포영화를 보고 자는 일상이 반복되며 공포영화에 면역이 생겼다고 할 법 했는데 내 중2때 파라노말 액티비티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고 형의 권유로 난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기에 다다랐다.

그 배경은 우리 가족은 모든 인프라가 좀 뒤쳐지는 시골에 가까운 동네에 살고있다가 마침 이 영화 직전 즈음 재개발 초입인 동네로 이사오게되어 집 코앞에 CG*라는 영화관이 생겼음이다.

아직 재개발 초입이라 아파트 단지에 사람들도 많이 입주하지 않았고 타 동네에서 여기까지 영화보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난 공포감을 더 느끼고 싶다는 형의 욕구에 의해 넓은 영화관에 5명밖에 없는 상황에 일부러 옆에 사람 없는 자리로 떨어져 혼자씩 앉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보러 가는지도 모르고 아무 정보 없이 따라온 내게 영화관에서 표를 구매하며 형은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닌 실화 필름을 돈 많은 스필버그 감독이 필름만 사서 편집 후 세간에 공개한 작품'이라고 거짓말을 했다...ㅋ 아오...

덕분에 이때 나는 여태 32년 인생을 통틀어도 최고의 몰입도와 숨이 넘어갈듯한 긴장감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그렇게 관람 후 형은 고3이라 합숙과 전국체전 준비 등에 여념이 없어 집에 들어오지 못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당시 나는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10시 반쯤 집에 도착하면 그 시간에 혼자 타는 엘리베이터가 극도로 무서워 15층 집에 매일 같이 걸어서 올라갔고 한 번은 방화문을 열고 계단실에 담배피러 나오는 아저씨를 마주쳐 비명을 지르며 계단에서 뒤로 자빠져 구르기도 했다.

아파서 죽을뻔했지만 사춘기에 쪽팔림은 알아서 괜찮냐고 묻는 아저씨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척 고개만 까딱 하고 마저 올라갔던 일도 있었고（오히려 중간에 사람 마주쳐서 공포감 덜어서 좋았음）, 집에서 샤워할때, 잠잘때 심지어 대변을 보는 중에도 밀실에 혼자 남으면 영화와 같은 일을 당할까 하는 공포심에 방문과 화장실 문을 죽어도 닫아놓지 못했고 어둠이 극도로 무서워 밤에도 항상 불을 켜놓고 잠들곤 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다 한 2개월만에 형이 집에 들어왔고 그날도 어김없이 공포영화를 틀어놓고 자려 하길래 여태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고 안보겠다고 시위를 하자 형은 '그걸 믿었냐 새꺄ㅋㅋ'라는 한마디와 함께 재생버튼을 눌렀다. 이 시발

그 날 이후로 하루하루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의한 트라우마는 반감되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