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1일, 아오스타에서 출발했다.
오늘이 21일째. 지금은 루카에 왔다.
7월 20일 로마 도착이 목표인데… 솔직히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요약
• 대략 400km 걸었고, 중간에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가끔은 죄책감도 탔다.
• 발바닥이 터지고 무릎이 신호를 보내고, 날씨는 왜 이렇게 덥고 모기는 또 왜 이렇게 많냐.
• 하루에 한 번씩은 “나 왜 이러고 있지” 생각하다가, 또 한 발짝 내딛는 걸 반복 중이다.
사건들
1. 첫 물집 → 발가락 사이에 생겨서 그냥 고통의 시작
2. 모기 습격 →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기가 기둥처럼 서있는걸 봤고 그 기둥모기들한테 26방 물리는 데 진짜 10초도 안걸렸음. 새벽마다 잠 깨서 담배 피우며 정신 붙잡기
3. 폭염 → 걸을 수가 없어서 결국 기차 점프, 자괴감으로 하루 마무리
4. 반딧불이 보고 감동받았는데 그날 세번 넘어짐
5. 곰팡이 냄새나는 숙소에서 깊은 삶의 회의
6. 수건 하나 잃어버리고 남은 수건 하나로 온몸 닦는 중
만난 사람들
• 프랑스 청년 Reda: 밝고 유쾌한 성격, 어느새 사라졌지만 인상 깊었다
• 노르웨이 부부: 캔터베리부터 걸어온 부부, 그냥 대단하심
• 스페인 부부 Antonio & Alma: 빠르고 가볍게 걷는 부부, 밥도 잘해먹는다
• 네덜란드 부부: 네덜란드에서 로마까지 매년 4주씩 나눠 걷는 중. 이건 그냥 삶의 방식
•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얼굴들. 이름은 기억 안 나도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몸 상태
• 발바닥: 터졌다 붙었다를 반복 중
• 무릎: 말을 안 하지만 가끔 표정은 씀
• 입: 혓바늘 한 번 등장했을 때, 그냥 체념함
• 어깨: 배낭 덕분에 자세 좋아짐
• 위장: 뭐가 됐든 먹고는 있는데 김치먹고싶다.
정리하자면
걷고 있고, 계속 걷고 있다.
쉬고 싶을 땐 ‘순례는 완주보다 과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사실 그 말도 이제 좀 지겨운데, 그래도 걷고 있다.
어느 순간엔 이 길이 내가 나를 견디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로마가 날 안 받아줘도, 거기 가서 그냥 누울 생각이다.
순례길준비하는 웃창들있을거다. 산티아고가라!
희년이라고 이탈리아순례준비하는 소수의 카톨릭웃창들!!!
지금은 아니다! 9월 후에 걸어라.
9월전애 와야 시간되는 웃창들은 루까부터 걸어라 이상한짓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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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D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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