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1.《편지》

여자에게도 건네 본 적 없는,
편지를 미래의 나에게 건네려니

가슴 한구석에
어색함이 날아드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오늘의 나를 바라보며
한 가지 절실히 바라는 것은

푼돈에 얽매이지 않는
절대적인 경제적 자유의 실현.

동시에 심장 속 한 가지 권면은 —
타인에게도 이를
선물할 수 있는 야망.

2.《해병대》

어른을 억지로 연기해 보던,
한 없이 철 없던 나이.

어색한 연기를 삶으로 승화시키려
찾아간 곳은 포항 교훈단.

지옥불을 끊임 없이 걸어
출구에서 마주친 것은 부모님의 눈물.

그 눈물을 뒤로 한 채, 실무 배치를 받은
이등병의 다짐 —

전역하는 날,
죽는 한이 있어도 효도하리라.

3.《눈물》

태어나 세 번만 눈물 흘리는,
사나이 인생에 어떠한 성장이 있으랴.

다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핏방울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터.

다만, 타인의 시선이 무섭고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 받을까 두려워

눈물을 떠나 눈 앞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 앞에 혈안이 된 것이리라.

그 두려움 속, 억지로 참은
눈물이여야 비로소 우리를 성장시키리라.

4.《악마》

착하다는 수준을 초월하여,
선악조차 구별하지 못하던 과거의 나.

세상이 억지로 먹여준 선악과를 먹고,
손 잡은 것은 마음 속 악마.

내 목숨이 끊기는 날 까지,
저 야비한 인간들보단 잘 나가리라.

의도치 않게 야비해져 가는 머릿속 뒤로,
악마의 날개가 그들을 노려 보았다.

5.《돈》

밤낮으로 고생하며 버티고 있는,
오늘의 초라한 모습보다

할 일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상상 속 미래의 모습이 무서웠다.

고난 속, 젊은 나이에 탈모약을 먹는
내 비극적인 현실 마저.

그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면역 체계가 아닐까?

6.《까닭》

"신이시여, 이리도 비참한 세상 속에
저를 던지신 까닭을 여쭙고 싶습니다."

"이토록 비참한 세상이기에,
내가 너를 믿어 이 세상 가운데 불렀다."

'나 따위가 뭘 잘났다고.' 라는 과한 겸손.

그 말은 악마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영혼을 입 속으로 밀어 넣게 했는가.

악마가 식곤증에 걸려
숨 넘어가는 코골이를 골아대던 사이,

나는 발 소리를 잔뜩 죽인 채,
세상 가운데로 나아갔다.

7.《해병은 말이 없다》- 7행시

해병은 강해야 한다는 신조 아래,
병신될 뻔한 위기를 끊임 없이 넘기며.
은빛을 뿜어내는 달빛 아래

말 없이 행군하다 보니,
이젠 사랑하는 부모님을 재회하는 날.

업신여겼던 그가 해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다들 그의 붉은 명찰 앞에 눈물을 흘렸다.

8.《달빛》

빛 속에 잠겨버린 태양보다,
어둠 속을 홀로 외로이 비추는 달빛.

그 찬란한 빛 속에,
오늘 밤에도 남 몰래 깊게 묻어둔 것은.

실현 되지 않을 사랑 대신,
사랑이 먼저 주목할 깊은 꿈 속 내 모습.

평가 ㄱㄱ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