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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의 독백

                                                                                       우기몬엄마

어째서 여기까지 왔냐고? 듣고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솔직히, 난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해 여기에 닿았어. 이름 모를 작은 씨앗 하나가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간신히 고개를 들 때부터 말이야. 그 햇살의 온기, 흙내음, 그리고 농부 아저씨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정성은 나를 여기까지 키운 보이지 않는 발자국들이었지.

뜨거운 볕 아래서 목마름에 허덕이기도 했고,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폭풍우를 쏟아낼 땐 "아, 여기서 끝인가" 싶어 바들바들 떨기도 했어.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달까? 누가 내 발자취 하나하나 기억이나 할까 싶더라. 어쩌다 경매장에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이대로 헐값에 팔려버리면 어쩌지? 그럼 순식간에 폐기처분인데...' 그렇게 불안에 떨었던 순간이 생생해. 뭐, 나름대로 고가에 팔려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숨 돌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란 존재는 늘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만 살아왔더라고. 흙에게, 농부에게, 또 내 가치를 알아봐 준 누군가에게, 전부 신세만 잔뜩 지고 온 것 같아. 그래서 이젠 나도 뭔가를 돌려주고 싶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는, 뻔하지만 꽤나 절실한 마음 말이야.

내 마지막 소망은 단 하나야. 내가 품었던 에너지,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게, 식탁 위에서 버려지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지 않는 것. 누군가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그 사람의 하루를 활기차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 그게 나의 작은 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