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프리 힌튼 교수가 정립한 ‘딥러닝’ 기술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
그리고 2022년 말, ChatGPT가 등장했다.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광풍은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 성능은 오랫동안 의심받아왔다.
“챗지피티 하는 꼬라지 봐라. 이게 인간을 대체하겠냐?”
그런 냉소는 2025년에 들어서며 급격히 줄어들었다. AI의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확신한다. 세계는 크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과도기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 하나다.
수많은 AI 기업들이 말하는 ‘AI 유토피아’가 올 것인가, 아니면 ‘AI 디스토피아’가 올 것인가.



AI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과거 미국이 구축한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붕괴되고,
부와 이념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트땡땡’과 ‘땡땡핑’을 필두로 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현실을 근거로 든다.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똑똑해지는 시점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이미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 AI가 깊숙이 개입해 있을 것이다.

AI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믿는다.
그런 AI가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그 누구도 빈곤하지 않고, 모든 질병이 정복되며, 기후변화조차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대.
모두가 풍요롭게 살아가는 미래.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할 만큼 강력한 AI가, 과연 지구상의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할까?

AI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오늘날만 봐도 그렇다.
극단적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반대편의 죽음을 기원한다.
독재자는 자신의 체제를 거부하는 이들의 몰살을 바란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소통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아주 오래전 조선시대, 한양의 어느 노비가 부당한 처사로 죽었다고 하자.
그 일을 어느 시골의 농민이 신경이나 썼을까.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의 난민을 돕기 위해 유니세프에 후원금을 내는 시대다.

인간의 소통 영역은 최대치에 다다른 지금, 그 영역은 다시금 축소하고 있다. 신냉전과 함께 개인주의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세계를 멸망시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대다수가 여전히 “We are the world”라는 믿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과연 그럴까?

선진국들이 버려놓은 쓰레기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AI가 그려낸 미남 미녀.
두 영상이 나란히 재생될 때,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을 바라보는가.

AI가 범용되는 이 시기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우리는 이미 ‘안락사’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종교나 윤리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락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언제 전쟁이 터져 드론이 떨어뜨린 폭탄에 사지가 잘려나가 고통스럽게 죽을지도 모르는 현실이라면,
‘내가 선택한 죽음’이 오히려 유토피아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뇌에 칩이 이식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지금은 책 한 권을 읽는 데 몇 시간이 걸리지만, 그때는 그 데이터를 1초 만에 기억 메모리에 저장할 것이다.

사람들은 늙어가며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마침내 죽음을 받아들인다.
“하, 인생 참 잘 살았다.”
그 마지막 감상을 칩에 저장해 몇초만에 뇌로 전송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 이상의 삶은 부질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다.

AI는 언제나 효율을 추구한다.
설령 그것이 인류 전체의 공리주의적 질서 안에서 작동한다 해도,
인간 스스로 생명을 경시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그들을 제거하는 행위 역시 공리주의적이다.

그때의 세계는 과연 디스토피아일까, 아니면 유토피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