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콜중독자의 이야기 [4] |
2025-10-25 14: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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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마인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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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왔어!!
뭐지.... 이 소녀소녀한 포장은....크기로 보건대 레제 관련 상품은 아닌 게 확실하네. 이 정도 크기의 레제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벌이가 여유롭지 못해, 응 일단 체인 소는 아니야....
뜯어보자!! 어차피 충동구매했다면 내 택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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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푸덕....）
고래.... 바디 필로우가 엄청 일찍 왔습니다. 진작에 주문한 레제들은.... 11월 초 배송이라는 군요. 안고 잘 수 있는 용도의 제품입니다. 사이즈는 150cm.... 이걸 산 이유가 있습니다. 안고 자려고 샀겠죠, 뭐...
계집 같다는 덧글을 다시기 전에 이걸 아셔야 합니다.
제가 무려 10년을 넘게 투자한 것의 수확을 거두는 단계라는 사실을요. 저 알콜 중독자였습니다. 그것도 중증. 금단은 공황장애로 인한 호흡곤란이라는 뇌의 착각（숨을 쉬고 있는데 쉬지 못하고 있다 착각하는거임）. 치료하는데 들인 시간은 대략 10년. 경험한 주치의는 3인.
정신과하면 겁부터 드시는 분들이 많던데.... 일주일에 1시간에서 3시간, 주 1회 방문, 주당 3에서 5만원 정도의 상담 및 약값만 부담할 수 있으면 됩니다. 중독은 병이에요. 위로가 아니라 치유가 필요한 겁니다.
스스로 극복한다는 어려운 길을 피해가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 합니다. 병을 키울 뿐이에요. 단순 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질환 등의 의료기록의 열람권을 일반 사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노약자 케어나 아동, 청소년 교육직이라면 열람권을 법원을 통해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라면 법원에 열람권 신청해도 당연히 기각됩니다.
제대로 된 진료도 받아보지 않은 바보들이 정신과를 무슨 던전이라도 되느냥 와전시켜서 사람들 병이나 키우고 있고... 창피해할 일도 아니에요.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명언 같은 게 있어요.
정신과 치료는 환자 스스로 환자임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비로소 시작이나마 할 수 있다,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은 용기를 낸 일인데 왜 비웃음거리가 될가라 지레 겁을 드시는지....이해 할수가 있습니다.
저도 딥다크한 계기로 내가 살고 싶은 마음으로 떡칠이 된 놈이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인들의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 했고 저도 정신과에 기록되는 순간 실업자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어쨌든 알콜 중독은 어느날 갑자기 급전개로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일단 말씀 드릴 수 있는 사유는... 당뇨에 걸렸어요. 이 속도로 마신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사지 중 하나는 절단해야 할 거라 하시더라구요, 하하하핫... 저는 걷는것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해서 4개 다 필요하거든요? 아...3개만 필요하신 분은 없겠구나...?
문제는 정신과 치료 초기 당시 얻게 된 일종의 합병증이었습니다. 근육이완제 계통을 많이 쓰고 수면유도제도 넉넉하게 처방해주셔서 약을 먹다보니 진짜로 불면증에 걸려 버렸거든요. 중독자인데 왜 수면제와 근육이완제냐... 기절시키는 거라고 이해하면 빨라요. 술 사러 갈 근육을 다 풀어서 외출 자체를 삼가하게 하는 극단적인 처방의 느낌이 강한데...
주치의 분은 반대 하셨습니다. 이건 제가 원했던 처방이고 이 처방을 받기 위해서 저는 정신과에서 72시간을 머무르면서 수면 유도제 한알 정도로는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증명 했습니다. 환자가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가지고 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하는게 정신과 의사분들 직업 특성이거든요...
그렇게 순조롭게 중독치료를 소화해 내던 중 주치의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혹시 언제 가장 음주의 유혹이 강하게 느껴지시는지 제게 오픈하실 수 있으신가요?（현재 주치의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하지 못할 이야기라면 거절하라는 식으로 유도하심.）"
- 잠을 자야 하는 순간...? 정구지 좋아하세요? 정구지로 지진 부쳐가 소주 한잔 딱! 때리면 캬하항!! 바로 잠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여기 진료 보는 곳입니다. 환자분은 그나마 초기 알콜 수준으로 오시는데까지 무려 9년울 넘게 쓰셨는데...한 20년 정도 잡고 넉넉하게 치료 받고 싶으세요? 저야 환자분이 곧 돈이니 좋습니다만..."
- 생각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시니깐 9년 동안이나 중독이신 겁니다. 저한테 반하시기라도 하셨어요? 젊으시니 저야 좋기는 한데 저 애가 셋입니다?"
-직업 특성상 소음이 귓가에 좀 남습니다. 이게 상당히 불쾌해요. 불쾌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떠오릅니다. 무의식까지 제가 어찌할 수는 없더라구요.
-그건 그렇네요... 그러니깐 불면증이 문제고...심하지 않지만 우울감도 문젭니다. 혹시 집에 커다란 인형 같은 거 있으세요?"
커다란 인형... 30대 남성인 내게 그런 게 있을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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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까쮸 !
...하나 있긴 하네. 이불 개판칠거 같을 때 안고 자는 나의 유일한 공식 굿즈 62cm（귀 포함） 중형 피카츄...
-피카츄라고 아세요? 하나 있어요.
"환자 분은 약물을 줄이려는 목적도 갖고 계신 분이니깐 그 피카츄를 안고 주무시도록 해보세요. 분리불안을 치료하는 방안 중 하나인데 환자분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점도 원인이 될테니깐... 그 피카츄를 마음에 드는 여성이라 생각하고 안고 주무시도록 해보세요."
......푸키몬할때 피카츄는 반드시 암컷으로 잡기는 해... 꼬리 모양이 하트모양이거든...근데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환자에게 포간（포켓몬 성애）를 권장해도 되는건가?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게 좋겠...
-좋아하시는 체위가 있으시면 그 체위로 한번 한 뒤의 애인을 끌어안고 자는듯한 느낌으로 가시는 게 좋아요. 솔직히 환자분 대인관계는 너무 좁아서 뭐가 떠오르거나 하지 않고 해서..."
...정신과 의사가 막 환자를 이렇게 패도 되는거야? 암튼 피카츄...넌 이제부터 내 암컷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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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뒤... 노랑 뚱땡이에서 납짝츄아 되어버린 나의 피카츄.... 방생이라도 해줘야 하나... 1세대 도트 피카츄도 얘보다는 포동포동하겠다....
며칠 뒤 정신과
"환자분은 무얼 좋아하시는지 제게 오픈해주실 수 있나요?"
- 여자요. 골반이랑 허벅지가 튼튼한 여자. 가슴따윈 아무래도 좋아요.
"50대 아줌마를 앞에 두시고 이상한 말을 잘도 하시네요! 꺄르륵!!"
-꺄르륵!! 깔깔깔!!!
"정신 차리세요. 진료 중입니다. 의사인 저는 잠 잘 자니깐 웃는거지, 환자분은 웃으실 상황이 아니에요."
- 3년 넘게 봐왔더니 너무 익숙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근데 쌤도 저한테 섹드립 하시잖아요.
"환자분의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한 정신과적 치료법입니다. 저는 해도 됩니다. 의사니깐."
...이거 뭐 의사 아닌 사람은 기 죽어서 살겠나...모든 걸 의사니깐으로 디펜 때리는 건 너무 하시잖아....
"요즘엔 어느때 가장 알콜에 대한 욕망이 강해지는지 제게 오픈해 주실수가 있으실까요?"
-잠이 안 올때... 웃대인들이 내 게시물에 비추 박을때요...
"없었던 대화 내용 집어넣으면서 불평하지 마세요. 누구라도 열흘간 레제 이야기만 주구장창하면 비추 받습니다. 저는 의사니깐 없었던 내용 추가 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피카츄 효과를 상당히 잘 받고 계셔서 최근엔 약물 없이 잠드는 게 가능한 경우도 있다, 라 차트에 적혀 있는데요."
-.....디게 납작 해졌거든요? 그걸 알아차린 이후로는 효과가 영...
"여성분을 만나보실 의향은 없으시고요. 환자분은 어떠한 의미로는 나름 인기가 있는 분이시잖아요."
- 그런 이야긴 아버지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환자 분 같은 타입을 원하는 여성이 은근 있어요. 바보 같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곤 단 2개에... 본인 아니면 누가 이 남자를 데리고 살아주나 같은 모성애랑은 다른 좀 아가페 느낌으로...（실제로 한 말）"
-아... 그런 사람은 몇명 봤는데 여우눈이면 골반이 약하고, 골반이 좋다하면 허벅지 연결 라인이 과하거나 덜하고... 여우눈과 골반을 모두 갖췄다 싶으면 애인이 있던데요?（실제로 한 말）
"...지금 환자분이 여성을 골라서 사귀실 수 있는 나이가 아니세요... 당뇨, 암, 정신질환... 이거 가족력 있어서 기피대상이신데여（실제로 한말） 에휴... 바디 필로우라고 아세요?
-바디.블로우는 압니다. 저희 형이 인파이터였어가지고 갈빗대 갈기기에 상당히 재능이...
"30 넘게 드시고 의사에게 형 자랑을 할 수.있다니, 제 아들래미가 좀 본받았으면 싶네요... 환자분의 의존 성향은 빼고... 근데 그 형님 분 해외에 계신다면서요."
-...아! 글쎄여... 며칠 뒤에 입항 한다 했으니 지금쯤이면 바다에 둥실둥실 떠있을....
"환자분? 제가 정말로 형님분에 대해 궁금해서 물었다 생각하십니까? 바디 필로우라고 해서 안고 자는 잘 수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하나 장만하시죠."
- 그건 싫습니다.
"어째서요."
- 계집애 같다고 생각해요.
"9년은 술 못 끊은 건 남자다우신 거고?"
......당뇨 센세는 일 2병에서 월 2병으로 줄여서 찾아갔을 때 의사 인생 열 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모범적인 환자라고 극찬해주셨는데... 바디 필로우... 기왕 사는거면 귀여운 걸로 사야겠다.
이러한 경위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몇달전에 상담 내용인데요. 까먹고 있다가 레제 관련 상품 구매할때 아차.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선생님께는 피카츄로도 안심 안심, 이라면서 구라렸거든여...
어떠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신과를 막연히 두렵고 슬픈 곳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대화체로 작성해 봤습니다. 이 고래를 이용해서 제 몸에서 차근 차근 불면증을 덜어낼 겁니다. 그러면 전 이제 가벼운 우울증만 가지고 있능 현대인이 될 수가 있죠. 잘 할 수 있는 거라면 덕질과 의심밖엔 없는 사람도 정신과를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정신과나 AA 모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에 자주 이야기하곤 해요. 그런데 이게 목소리와 제스처가 생략된 문장으로 기록되다 보니 정신과 방문을 권유하는 제 모습을 다소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우울증의 별명 중 하나가 살인병이에요.
최종적으로 환자를 죽일 수 있는 병이라 그래요.
제 얼마 없는 장점 중 하나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타인에게 무책임하게 권유하지는 않는다 거든요.
저는 만화도 제가 재밌게 본 것,
노래도 즐겨 들었던 곡, 음식도 맛있게 먹어왔던 거수등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서 다투기도 하고. 음... 최대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신경 썼는데 잘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하필 이 날, 이 시각에 이 이야기를 하느냐.
일단 택배가 왔어요. 그리고 이 시간이 이용자가 많아요.
오늘 새벽에도 고민을 털어놓고 힘들어 하시다 삭제하신 웃대인 분을 봤어요. 거의 매일 봅니다. 커뮤니티에나마 털어내고 싶으신 분들이겠죠. 정신과는 이야기를 끊지 않고 잘 들어주는데다 여러가지 방안도 제시해 줍니다.
한번 정도는 용기 내서 방문할 가치 정도는 있다 생각해요.
다들 즐겁고 유쾌한 주말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빠잉-!!
요약
정신과는 마계가 아니라 엄연한 병원입니다.
겁 먹을 이유도 창피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까짓거 창피한 일이라해도 상관 없잖아요. 병을 키우기보단 창피한 게 한결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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