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6 0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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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플18주년노래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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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갱진이 운동화 사 올란다."
엄마가 장에 가면서 말씀하십니다.
초등（국민）학교 입학식을 앞 둔 나를 위해
우리 엄마는 5일장을 가려고 준비를 합니다.
입학식을 앞 둔 딸에게 새 신을 신겨서 보내려고 하나봅니다.
버스비가 아까우니 저는 안 데려가고
엄마는 내 발을 댓돌 위에 올려두고
엄마의 손으로 뼘어 봅니다.
옆에 있던 언니가
대나무 빗자루에서 댓살을 하나 뽑아와서는 말합니다.
"엄마, 요놈으로 딱 재서 딱 맞게 가져가시시요"
"아이구, 그래 니가 참말로 똑똑흐다."
엄마는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내 발을 댓가지로 다시 재더니 약간 크게 자릅니다.
한창 크는 애들이라 너무 딱 맞는것을 사면
얼른 작아져서 못신는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엄마가 암탉 발목을 새끼줄로 묶어서
보자기에 세 마리나 싸서 나갑니다.
엄마 조심히 다녀오시고요, 이쁜 신으로... 잉! 꼭 이쁜신으로 !
위로 언니가 세 명이나 있는 저는
언니의 작아진 고무신을 물려 신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새 신이 생깁니다. 고무신도 아니고 운동화로요.
우리집 딸들은 그랬습니다.
헌 신 물려받고 살다가
초등학교 입학식 때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 받는것.
엄마는 그렇게 장에 가시고,
골목에서 말타기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는 떠들썩한 소리에
언니가 우리도 가서 같이 놀자고 하는데 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언니는
"엄마 아직 안 와, 얼른 같이 나가자"
하는데 저는 그저 엄마가 어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자고 하는데 밥맛도 모르겠고...
오후 한 참 지난 후에 배고프다는 생각에
다 식어버린 고구마 하나를 솥에서 꺼내 먹었습니다.
목이 빠져라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도 안 옵니다.
하이고 드디어 버스가 옵니다.
비포장 도로에 흙먼지를 부옇게 일으키며 버스가 오더니
구멍가게 앞에 딱 멈춥니다.
하 ~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앵? 우리엄마는 안 왔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밤7시에 막차를 타고 오려나
좀 빨리오지 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우리 엄마가
옆집 명순이네 소달구지를 타고 오는 것 이었습니다.
우리엄마 말씀이
버스는 멀미가 나기도하고
달구새끼를 버스에 안 실어준다고 핑계를 대시는데,
실은 엄마는 버스비가 아까워서
제삿장을 보려는 명순이네 달구지를 타고 간 것입니다.
"엄마 보따리 무겁제?"
"내 운동화 사왔제? 먼 색이여? 언니맹키로 빨간색이믄 좋것구만..."
"언니는 인자 헌 신이고 나는 새 신이네"
하며 집에 와서 엄마가 이고 온 장보따리를 머리에서 내리고는
풀어서 내 운동화를 찾았습니다.
신문지에 둘둘 싸여있는 내 신!
새 운동화는 이쁜 분홍색이고
앞에 무슨 노란머리 공주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언니 ! 언니!
이것 봐 !
분홍색이여 !
저녁밥도 안넘어가고 잠도 안오고
세 밤 자야 입학식인디 그 동안에 신지도 못하고 어쩐다냐
다음날 아침 밥을 일찍 먹고
나는 운동화를 손에다 신었습니다.
발에는 고무신 신고 골목에 나가서 친구들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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