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 14:47:58
ⓞ 추천
ⓤ 단축URL
|
4
335
tjung
|
안녕하세요,
미국 모 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중인 tjung입니다.
지난번에 양자컴퓨터가 암호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썼는데 （https://humoruniv.com/pds1390577）, 생각보다 재밌어 하시고 좋은 질문들도 엄청 많이 주셔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댓글중 비트코인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이번엔 비트코인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보려 합니다.
이것 또한 웃긴 얘기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할법한 얘기이니 재밌게 봐주세요.
역시나 최대한 간결하게 원리만 설명할거기 때문에 엄밀하지 않고 정확도는 많이 떨어질 예정입니다. 특히 3. 거래 알고리즘의 내용은 제가 설명을 최대한 쉽게 하기 위해 엄청 간소화 시켜서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0-3이 주요 내용이고, 4와 그 이후는 그냥 비트코인 원리가 궁금한 분들만 보시면 됩니다~
*** 중요: 저는 비트코인 거래 알고리즘의 원리를 아는거지, 비트코인 프로그램의 구현을 정확히 아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더리움은 잘 몰라요... ***
*** 사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한국에 있었고, 그 뒤엔 중국에서 유학하다가 미국으로 박사하러 건너온거라.... 기술/학술 용어를 한국어로 쓰려니 어렵네요.... 영어를 번역기 돌려서 쓰는중이라 용어가 이상할수 있습니다! ***
0.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아닙니다
블록체인은 자료를 분산해서 저장하는 시스템, 네트워크 혹은 프로토콜이고, 비트코인은 거래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화폐 프로토콜 입니다.
1. 비트코인의 주소: 지갑,계좌 이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프로토콜 상에서는 지갑이나 계좌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주소만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비트코인 채굴"을 할때 채굴자는 본인이 새로운 주소를 생성하거나 기존의 주소를 재사용해서 （추천되지 않는 위험한 방식입니다） 채굴로 인해 얻어지는 비트코인을 자신 소유의 주소로 보내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여러 거래소에서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지갑"이나 "계좌"라는 형식으로 이용해서 사용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소와 해당하는 키를 맡아서 저장하고 관리해줍니다.
비트코인을 받고싶다면 주소를 새로 생성해서 비트코인을 한번만 받고, 그 받은 비트코인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고 나면 주소를 버려 버리고 안쓰는게 제일 안전합니다. 한번도 쓰지 않은 주소는 해당하는 공개키가 공개되지 않기때문에 안전하지만, 한번 쓴 주소는 공개키가 노출되고, 공개키를 이용해서 비밀키를 해독해내는 공격을 시도할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밀키를 해독하는데 몇십년에서 몇백년이 걸리기때문에 무의미해보이지만, 주소를 재사용 하는건 권장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2. 비트코인의 거래: 입력 = 수수료 + 출력
위에 "비트코인을 보낸다" 라고 했는데, 이것은 거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거래에는 두가지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a） 입력: 사용되지 않은 비트코인 （UTXO라고 부릅니다. Unspent Transaction Output） 이 있는 주소들 = 보내려고 하는 비트코인들의 "출금계좌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b） 출력: 비트코인을 보내려는 주소들과 각 주소별로 보내지는 비트코인 액수 = 비트코인이 입금되는 "입금계좌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소"들" 이라고 표현했는데, 입력에 여러가지 비트코인 주소를 넣어서 내가 가진 비트코인들을 모을수 있습니다. 반대로 출력에도 여러가지 비트코인 주소들을 넣어서 비트코인들을 여러 주소에 보낼수 있고요. 이게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면...
비트코인 거래는 기본적으로 전체 입력값과 전체 출력값이 같아야 합니다. 일반 사용자간의 비트코인 거래는, 무조건 입력값 = 거래수수료 + 출력값 이 성립이 되어야 하고, 이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거래는 모든 노드가 거부하고 버려집니다. 거래수수료는 비트코인 채굴에 성공해서 거래를 블록에 넣고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넣어주는 채굴자가 가져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유일한 예외가 코인베이스 거래라고 존재하지 않던 비트코인이 새로 생성되는 거래인데, 이건 밑에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래서 주소 하나에 1 비트코인이 있었을때, 여기서 0.4 비트코인만 다른사람에게 보내는 방식의 거래를 할수가 없습니다. 이런거래를 원할 경우 출력에 0.4 비트코인 받는 사람의 주소를 넣고, 자기 자신의 주소를 넣어서 0.6 비트코인을 거기로 보내는 방식으로 "거스름돈"을 돌려받습니다.
3. 거래 알고리즘: 블록체인은 다 공개된다는데...? 어떻게 주인만 비트코인을 쓸수 있게 보호가 되지?
예를들어 주소A에 제가 10 비트코인을 받은적이 있고 （아직 사용되지 않은 비트코인인 UTXO입니다） 이중 4.5비트코인을 주소B에 보내고 싶고, 5비트코인은 주소Cdp 보내고 싶고, 0.5는 수수료로 하고 싶다고 하면 （수수료는 거래를 올리는 사용자가 정하는 금액입니다）, 하면 출력에 기록되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력0: （1） 4.5 BTC, （2） 주소B
출력1: （1） 5 BTC, （2） 주소C
입력은 좀 더 복잡한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입력0: （1） 주소A, （2） 주소A에 해당하는 공개키 pk, （3） Sig（주소A+현재 거래의 전체출력, sk） <-- 여기의 sk는 공개키 pk에 대응되는 비공개키 입니다.
* 주소A는 10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주소이고, Sig는 비공개키로 "주소A+현재 거래의 전체출력"을 서명해서 생성되는 전자서명이란 뜻입니다. 전자서명에는 비공개키가 필요합니다.
주소A가 애초에 생성되었던 방식이 아래와 같습니다: 랜덤하게 비밀키sk를 생성하고 -> 거기서 공개키 pk를 생성하고 -> pk에 특정 해시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주소A를 생성한거라, 주소A-주소A에 해당하는 pk-서명에 쓰여진 sk는 1:1:1 대응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10 BTC를 4.5BTC->주소B, 5BTC->주소C로 보내는 거래는 아래와 같이 패키지가 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뿌려집니다.
---------------------------------------------------------거래D----------------------------------------------------------------
| 입력0: （1） 주소A, （2） 주소A에 해당하는 공개키 pk, （3） Sig（주소A+현재 거래의 전체출력, sk） |
| 출력0: （1） 4.5 BTC, （2） 주소B |
| 출력1: （1） 5 BTC, （2） 주소C |
--------------------------------------------------------------------------------------------------------------------------------
이 거래를 받은 채굴자들/노드들은 주소A에 실제로 10 비트코인이 UTXO상태로 있는지 （확인1）, 입력0에 있는 pk로 주소 생성할때 실제로 주소A가 나오는지 （확인2）, 입력0에 있는 pk로 입력0에 있는 전자서명을 검증했을때 통과하는지 （확인3）, 출력0과 출력1에 있는 액수들의 합이 입력0의 총액보다 적은지 （확인4）를 확인합니다. 그 후에 채굴과정에 이 거래가 포함되고, 채굴이 성공한다면 거래가 블록체인에 포함되어 모든 노드들에게 인정을 받게 됩니다.
전자서명이 원 주인만 비트코인을 쓰게 해주는 핵심요소 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비트코인을 받을때 주소를 생성하는데, 이때 비공개키가 생성이 되고 사용자가 혼자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주소로 보내진 비트코인을 쓰려면 （=즉, 다른 거래에 입력으로 집어 넣으려면）, 주소에 해당하는 sk로 전자서명을 생성해서 "내가 주소A의 주인이 맞고, 내가 그걸 지금 출력0이랑 출력1에 보내고 싶은게 맞아"라고 증명을 해야합니다. 이건 주소를 생성했고 비트코인을 그 주소로 받은 원 주인만 할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sk를 제외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거래가 공용 네트워크에 뿌려져도, 저 10BTC는 원 주인이 지정한 주소B, 주소C로만 갈수 있고 다른곳으로는 갈수가 없습니다. 그걸 바꾸려면 전자서명을 변조해야 하는데, 이게 양자컴퓨터가 없으면 어렵습니다.
* 양자컴퓨터가 나온다면 누군가가 거래가 공개되는 즉시 공개키pk로부터 비밀키sk를 역산하고, 그걸로 재빠르게 다른 거래를 만들어서 비트코인을 탈취할수 있습니다만, 지금 이미 양자내성을 가진 전자서명이 표준화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전에 이미 모든 전자서명이 양자컴퓨터로부터 내성을 가지는 안전한 전자서명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그래서 양자컴퓨터가 나온다고 비트코인이 뚫리거나 그럴일은 없습니다. 그 내용은 https://humoruniv.com/pds1390577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 여기부터는 선택사항! 궁금한 분들만 계속 읽어주세요 ㅋㅋㅋㅋ =================
4. 채굴자는 수수료를 어떻게 가져가지? 새로 채굴되는 비트코인은 어떻게 가져가지?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에 저장이되고, 블록이 블록체인에 하나씩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블록 하나당 대략 2천개에서 4천개까지 거래가 담길수 있고,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하나의 거래에선 전체입력 = 수수료 + 전체출력이 만족되어야 합닏나. 여기에 유일한 예외가 있는데 모든 블록의 첫번째 거래는 "코인베이스 거래" 라고 해서 예외가 적용됩니다.
코인베이스 거래에는 입력이 없이 출력만 넣을수 있습니다. 그럼 출력값은 어떻게 산정하느냐? 여기에 블록보상 （Block reward）와 거래수수료가 들어갑니다. 블록보상은 초창기에는 50BTC로 책정되었다가 반감기를 가지며 지금은 3.125BTC 입니다. 채굴자는 코인베이스 거래에 입력 없이 이 값을 출력에 더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굴자가 블록에 포함시키는 거래들의 수수료를 하나하나 계산해서 （수수료 = 거래의 전체 입력 - 거래의 전체출력） 모든 수수료를 다 더하고, 그걸 출력값에 한번 더 더합니다. 그래서 코인베이스 거래의 총 출력값은 "블록보상 + 전체 거래 수수료" 입니다.
만약 채굴자가 채굴에 성공해서 블록이 블록체인에 추가가 된다면, 모든 노드들은 이 블록에 포함된 모든 거래를 인정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블록보상과 거래수수료가 들어간 코인베이스 거래도 포함되고요.
5. 채굴에는 해시인데.. 해시를 엄청 빨리 계산하면 블록보상이랑 수수료를 엄청 빨리 챙길수 있겠네?
비트코인은 채굴난이도가 수시로 조정됩니다. 프로토콜상 블록이 2016개 생성될때마다 걸리는 시간을 보고, 2주보다 빠르면 난이도를 올리고, 2주보다 느려지면 난이도를 낮춥니다. 이 난이도 조정은 비트코인 거래와 큰 관계가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2016개 생성되는데 1주일 걸렸다면 2주의 반밖에 안 걸렸으니, 모든 노드들이 "목표 난이도"를 정확히 두배로 높여서 채굴 성공률을 반으로 낮춥니다. 2016개 생성되는데 4주일 걸렸다면 2주의 두배나 걸렸으니 모든 노드들이 "목표 난이도를" 반으로 줄여서 채굴 성공률을 두배로 높입니다.
그래서 전체 네트워크의 해시 능력이 꾸준히 올라가도, 비트코인은 평균적으로 블록이 하나 추가되는데 10분이 걸립니다.
6. 거래는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에 한번 올라가면 장땡이야?
비트코인에서는 분쟁을 막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한가지 룰을 정했습니다. "가장 긴 블록체인 = 가장 많은 블록을 가진 체인 에 저장된 거래 정보들을 표준으로 삼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모두들 정직하게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한다면 = 발생한 비트코인 거래를 무시하지 않는 정상적인 채굴자들이 참여한다면, 블록체인은 블록 뒤에 블록이 생기고, 그 뒤에 블록이 생기며 꾸준히 길어집니다. 채굴이 어렵기때문에 약 10분에 블록이 하나씩만 생성이 됩니다. 공격자가 특정 거래를 무효화 하고 싶다면 （예: 10 비트코인을 람보르기니 사에 지급해서 차를 받은 후 거래를 무효화 하고 싶다면） 앞서 설명한 룰 때문에 본인 거래가 들어있는 블록부터 분기를 만들고 블록을 많이 쌓아서 그 분기를 현존하는 메인 블록체인보다 길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전체 네트워크의 51% 혹은 그 이상의 해시능력을 공격자가 보유해야 합니다. 현재 전체 네트워크 해시능력의 90%는 대형 채굴풀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격자가 소유가능한 해시 능력은 전체 네트워크의 10% 미만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굴이 랜덤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떨때는 운좋은 채굴자가 2-3분내에 연달아서 채굴을 3번 성공시키기도 합니다 （3분만에 5-6억 GET....） 이러한 일이 있을수도 있어서 거래가 블록체인에 올라간 후, 그 뒤에 블록이 적어도 6-10개 정도는 쌓여야 거래가 "안정적으로 성사되었다" 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블록이 6개 쌓였다면, 우연하게 거래가 뒤집어질 확률은 약 0.0000001%보다 적고, 공격자가 10%의 해시능력을 가졌을 경우 거래를 뒤집을수 있는 확률은 약 0.001% 입니다.
7. 와씨 생각보다 길어졌네...
쓰기 시작할때는 "뭐 이거면 한 20줄이면 되겠지? 했는데 엄청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궁금하신것 있으시면 아무거나 질문 주세요...
* 아, 이더리움이나 다른 코인들은 작동 방식이 조금 다르고, 걔네들의 소스코드나 화이트페이퍼를 제가 자세히 들여다본게 아니라 잘 모릅니다~ 비트코인만 대충 알아용...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