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에 ADHD 진단 받고 악 먹고 있어요
한번도 ADHD라는 소리 못 들어봤는데 얼마전에 스스로 ADHD라는걸 깨달았습니다...
평생 남들도 나 같은 줄 알았는데, 약 먹어보니까 아니더라고요
내가 '정상 상태'가 신기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ADHD가 궁금하고 신기할거 같아서
약 먹기 전이랑 후 차이점 정리해 봤습니다
（당연히 의사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으로 깔짝깔짝 찾아본거라 정확하진 않음）
（음슴체로 씀）

ADHD 증상은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음
충동성, 주의집중력부족, 무기력

나는 조용한 ADHD고, 평균적인 사람보다도 충동성이 적은 성격이라（게임 할 때 빼고）
충동성 쪽에선 딱히 큰 변화는 없었음
대신 집중력이랑 무기력함이 확실히 달라짐

ADHD는 쉽게 말하면 도파민이 남들보다 적은 사람들임.
일반적인 사람들은 업무를 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도 충분한 도파민이 나와서 한가지에 쭉 집중할 수 있지만,
ADHD는 그 정도 도파민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감.
따라서 도파민 나올 구석을 더 찾아내려고 오만 곳에 집중이 분산 됨.

머릿속에 tv 채널이 4, 5개가 동시에 틀어져 있는 기분?
보통 하나에 집중할 때 총량 100의 집중력이 쓰인다고 하면,
나는 50정도만 쓰고있고 나머지 50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서 내가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정신이 흩뿌려짐.
모든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억지로 하나에 집중력을 쏟으려고 하면, 나머지 잉여 정신력 50이 모조리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바뀜.
결국 머릿속에 '하기 싫다'가 가득차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나다가 뛰쳐나오듯이 일어남.
그게 길어야 30분?
그래서 오히려 과제 옆에 유튜브랑 게임을 틀어놔야 딴 생각이 안들고 더 오래 집중할 수 있었음.（당연히 집중의 밀도는 개떨어짐）

다음은 무기력.
대부분이 ADHD 증상으로 충동, 집중력저하는 알아서 이해해주지만 무기력은 그냥 의지 문제로 생각하기 쉬움.
하지만 당연히 ADHD에게 이건 노력의 영역이 아니고 뇌기능 문제라 정신과 도움을 받아야함.
나도 몰랐다가 이걸 알고 스스로 ADHD인걸 확신하게 됨.

ADHD는 사소한 일에도 실천력이 크게 떨어짐.
자신의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걸 알지만, 그걸 뛰어 넘을만큼 일을 시작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쉴 때도 항상 불안해함.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니야?' 싶지만 쉽지 않음...
무언가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진짜 미친듯이 하기 싫어짐.
어떤 느낌이냐?
명절 저녁에 할머니가 차려준 진수성찬 먹고 뜨끈하게 데펴진 아랫목에서 이불덮고 누워서 가족이랑 다 같이 tv 보는데 누가 갑자기 과제하라고 일으켜 세우는 느낌을 상상해보면 비슷할거 같음.
이런 무기력함을 설거지하기, 아침에 일어나기, 심지어 밥 먹기등 모든 사소한 일에도 느끼니까 의지로 해결하기 어려움...

당연히 할 일을 마감 직전까지 미루게 되고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일을 시작함.
그래서 항상 계획보다 부족한 상태로 일을 마무리 하게 됨.



약 먹으니 이런 부분들이 크게 개선됐음.
정신도 산만하지 않고, 집 도착하자마자 빨래를 돌릴만큼 무기력도 사라짐.
당연히 부작용도 있음.
일종의 각성제라 밤에 잠도 잘 안오고, 저녁에 몸도 좀 뜨거워지고 헛구역질도 하지만（이정도면 약한편）
이제야 인간다운 삶을 사는거 같아서 너무 만족함.

혹시 ADHD 의심하고있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상담받아보길 추천함.
ADHD는 사람의 시간을 깎아먹는 병이니까 일상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얼마든지 정신과 도움을 받는게 좋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