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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입니까?”
상사의 뜻밖의 명령에 잭의 귀가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래, 새비지. 당장 내일부터 루이스가 맡던 현장에 투입하게.”
커다란 뿔을 벅벅 긁어대던 상사 보고가 콧김을 내뿜으며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하, 하지만 루이스는…”
“자네 때문에 죽었잖나? 상황통제실에 자네가 루이스를 제대로 서포트 했다면, 루이스가 이리 허망하게 갔겠나? 몇 년 공을 들여 타깃과 겨우 접촉할 기회를 잡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그르쳐?!”
-쾅!!-
누가 물소 아니랄까봐, 분을 이기지 못힌 보고가 잭의 책상을 들이받았다.
“잘 들어, 새비지. 루이스를 이미 잃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일을 그르칠 수 없어.”
보고가 한숨과 함께 잭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번 타깃과 접촉할 기회를 만드는 데 자네의 공도 컸지. 루이스 못지 않게 이 미션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이도 자네야. 이번 타깃이 얼마나 신중한 지 자네도 겪어봐서 알잖나. 아무리 뛰어난 요원이어도 몇 년 동안 접촉한 이를 단기간 내로 대신할 순 없어. 잠시나마 속일 순 있어도 조금이라도 이질감이 드는 순간, 놈은 그대로 잠적할 테지. 영영 놓칠 거라고!”
보고가 어색하게나마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자네는 이미 현장 요원의 자격도 갖추고 있지 않나. 훈련도 정기적으로 이수하고 있고.”
“…그게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보고는 안타까운 눈으로 잭을 위아래로 훑었다.
잭의 체격은 물소인 보고의 체격에 뒤쳐지지 않았다.
토끼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키와 체격이다.
귀 끝에 새겨진 백호의 무늬도,
새파란 육식동물의 눈도,
그리고 벌어진 입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까지.
그렇다.
잭은 혼종이었다.
이 곳에서 이종간의 교배는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잭의 아버지인 백호는 토끼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호와 토끼는 버진로드를 걸었고,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작고 연약한 토끼의 몸으로 호랑이 피가 섞인 새끼를 감당하긴 버거웠다.
이윽고 잭이 태어나던 날, 비로소 잭의 아버지는 이종간의 사랑이 금기되던 이유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호랑이의 피를 이어받은 잭은 이미 현장 요원으로서의 신체 조건과 자질이 뛰어났지만, 흔치 않은 외모로 인해 현장에 투입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놈만한 적임자가 없는데…’
지끈지끈 아파오는 골치를 간신이 붙잡은 보고가 잭을 쳐다보았다.
“타깃과 접촉은 언제랬지?”
“x월 x일 oo시, 장소는…”
“다음 주군. 우선 타깃과 접근할 루트들부터 짜오게. 시간이 촉박하니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잭은 동그랗게 눈을 뜨다 이내 귀를 바싹 세웠다.
“옙! 알겠습니다!”
***
잭 새비지가 만약 첩보물이었다면
대충 이런 느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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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보니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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