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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의 차기작 ‘PUBG: 블랙 버짓’이 클로즈드 알파 테스트로 첫 공개에 나섰다. 첫 인상은 긍정적이다.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전형적 형태에 ‘펍지식’ 개성을 얹었다. 특히, '자기장'을 연상케 하는 아노말리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클로즈드 알파 테스트 키는 정식 선발 외에도 치지직·트위치 드롭스로 추가 배포돼 체험 진입 폭을 넓혔다. 한편, 크래프톤의 첫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은 타임 루프에 갇힌 섬에 투입된 뒤 목적을 달성, 생존해 탈출하는 구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PC 스팀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테스트는 1주차와 2주차로 나뉘어 운영, 2주차 세션은 오는 12월 19일 18시부터 12월 22일 16시 59분까지 이어진다.

펍지의 첫 익스트랙션 게임

게임의 무대는 특정 시간이 되면 2002년으로 되돌아가는 타임 루프에 빠진 가상의 섬이다. 이용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현실로 복귀해야 하며, 섬에 남겨진 비밀 서류·정보·자원을 노리는 조직이 몰리면서 용병이 집결했다는 설정이 플레이의 동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파밍'후 '교전' 그리고 '탈출’로 이어지는 장르 고유의 문법을 따르되 섬 자체가 위험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비교 대상으로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가 거론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두 작품은 장르만 겹칠 뿐, 압박을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예컨대 ‘아크 레이더스’가 비교적 넓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방향이라면, ‘블랙 버짓’은 생존과 탈출을 더 빡빡하게 조여온다. 섬의 환경은 말 그대로 잔혹하다. 은신·은폐에 특화된 야생동물부터 특정 시설 내부의 실험체, 함정처럼 작동하는 식물과 벌레, 오염 지형까지 변수로 깔려 있다. 목적지 하나를 찾는 과정에서도 재규어·악어·독벌레·출혈을 유발하는 식충성 생물 같은 요소가 연쇄로 튀어나오며, 경험이 부족한 이용자는 이동 자체가 곧 리스크가 되는 순간을 자주 맞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환경 위협이 곧 PvP를 야기할 수 있다는는 점이다. 예컨대 퓨마 같은 동물이 튀어나왔을 때 즉시 처리하지 못하고 끌리기 시작하면, 낑낑거리는 소리가 위치 신호가 돼 주변 이용자를 호출한다. 그 틈에 다른 플레이어가 뛰어들어 헤드샷 한 방으로 정리하는 상황이 실제 플레이에서 충분히 발생한다.

실시간 조여오는 아노말리의 압박

‘블랙 버짓’의 핵심 압박 장치는 ‘아노말리’다. 구조는 배틀그라운드의 ‘자기장’과 닮았지만, 작동 방식은 더 변칙적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발동과 축소가 진행되고, 패턴이 불규칙하게 설계돼 있어 정해진 안전 루트를 반복하기 어렵다. 그 불규칙성은 ‘초자연 현상’이라는 세계관에 기인한다. 장르적 특성으로 자칫 탈출만 노리는 뻔한 흐름이 진행될 수 있으나, 아노말리는 공간에 압박을 가하며 이동을 강제시킨다. 물론, 탈출 방식이라는 선택지는 동일하게 주어진다. 

예컨대 초반에 임무 재화나 재료를 확보한 뒤 아노말리를 피해 해안가 탈출 포트를 노릴 수도 있다. 또는, 끝까지 버티다 특정 구간에서 웜홀을 작동해 탈출을 시도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중앙으로 밀려난 생존자들은 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바 자연스러운 교전이 발생되는 식이다. 블랙 버짓만의 독특한 콘텐츠도 있다. 사실 익스트랙션의 기본은 죽으면 전부 잃는다는 올드랍이 아무래도 신경쓰일 수 있다.

'블랙 버짓’은 이 규칙을 유지하면서도, 완충 장치로 ‘드론’을 끼워 넣었다. 레이드 한 판당 1회 사용할 수 있고, 귀한 아이템을 드론에 실어 먼저 보내면 전투 중 사망하더라도 해당 아이템은 확정 보상으로 남는다. 생존 페널티가 강할수록 이용자는 보수적으로 굳기 쉬운데, 드론은 위험을 감수할 명분을 일부 만들어 준다.

전투 감각은 배그 경험치 유리할 듯

전투는 의외로 배틀그라운드와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 총기 반동이 체감상 묵직하게 잡혀 있어 에임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다면 초반에는 총을 쏠 때마다 하늘을 보게 되기 쉽다. 반대로 배그에서 반동과 조준 리듬을 익혀온 이용자라면,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낮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펍지가 자기 아이덴티티를 익스트랙션으로 옮길 때, ‘손맛’을 그대로 가져와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론, '탈출'이라는 관점에서 여타의 콘텐츠가 다수 등장해 전투의 경험을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복·부상 시스템은 난이도를 끌어올린다. 

지혈과 해독이 사실상 기본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특정 부위 부상이 페널티로 이어지는 구조라 무리한 낙하나 과감한 동선이 곧 사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되는 타입이 아니라 ‘부상 치료제’ 같은 별도 아이템으로만 해결되는 구간이 많아, 실수의 대가가 크게 체감되는 식이다.

아쉬움과 숙제, 그럼에도 기대되는 포인트

언리얼 엔진 5 기반임에도 클라이언트 용량이 25GB 전후로 비교적 가볍게 느껴진다는 인상도 나온다. 눈이 시릴 만큼 과장된 화려함보다는, 용량 대비 준수한 비주얼을 목표로 톤을 조절한 느낌에 가깝다. 가능한 많은 PC에서 돌아가게 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다만 옵션을 낮춰도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이 버벅거리는 사례가 체험 후기로 확인되는 만큼, 알파 단계에서 최적화 과제는 분명히 남아 있다. 그 밖에도 ‘난이도’의 문제도 있다. ‘블랙 버짓’은 여러 익스트랙션 슈터보다도 더 혹독한 환경을 제공한다. 

실수 한 번으로 사망이 잦고, 그 결과 장비 보전이 어려워져 다음 판의 생존 확률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다. 재보급 같은 완충 장치가 있어도, 그것만으로 근본 해결이 되기는 어렵다. AI 측면에서도 숙제가 남는다. 특별한 존재가 있더라도, 다수의 적이 단순 패턴에 머무르면 위협의 종류는 늘어나도 공략의 깊이가 얕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알파 테스트로 보여준 긴장감과 장르 고유의 재미는 분명했다. 특히, 배그의 심리전을 익스트랙션 문법과 결합해, 다른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스릴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존재했다. 그래서 적극 권해본다. 다가오는 12월 19일 전후로 2주차 알파테스트가 재개된다. 관심이 있다면 직접 들어가 ‘아노말리와 환경 압박’이 만드는 감각을 한 번은 확인해볼 만하다. 특히, 대세 장르와 펍지의 만남은 내년 정식 출시 즈음의 완성도를 크게 기대하게 한다. 어느 걸 기대했든 이번 테스트에서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