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한번씩 보면 경조사에서 경사는 몰라도 조사는 꼭 챙겨야한다는 글에서 주로 나오는 말이, 뒤에 그 사람이 잘 해준다는 말들이었어.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것도 케바케 라고 생각해.
큰 위로가 되어주고, 고맙고 다 맞는 말이야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나 예전 인연들도 얼굴 보고, 연락도 꽤 받았었는데 당연히 고맙고, 반갑고, 힘이 되어줬던건 분명한데,

뭔가 나는 사실 결국 다 까먹게 되더라...
그때 누가누가 왔었고, 누구는 바빠서 차마 못왔고 그런게 기억이 하나도 안나;;

뭐라고 해야할까, 장례식이라는게 사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인거잖아..?
그 충격도 너무 컸고, 상주된 입장에서 식장에서 지도사분들, 음식, 화장터 등등 비용이랑 일정들 조율하면서 동시에 조문객분들 인사 하고 그러는게 나는 아직 마음이 정리도 안되고 심란한데 뭐가 자꾸 주변에서 일들이 생겨나는게 정신이 없더라고;;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상이 난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나 그날 이후로 거의 5일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됐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

누군가 왔었고 한두명 기억 나는 사람이 있긴 한데, 누가 와주고 그런것 보단, 병원에서 처음 식장으로 가면서 운구차를 타고 가는동안 신호가 정말 길구나 라고 생각했던 순간, 화장터 들어가는 순간이나, 그 단지를 받았을 때 따뜻하고 무겁구나 같은 좀 큰 사건같은 경우가 제일 크게 남더라;;

아마 방명록을 다시 천천히 보면 분명 이 사람과 얘기했던 순간이 기억나긴 할거야 정말 힘이 됐고 정신 없던 나를 위해서 와 준거니까 너무나도 고마운건 사실이야.

근데 진짜 뭐라고 해야하나.. 특히 처음에 와준사람이 기억남는다 라는 말이 의무처럼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되려 내가 그 사람을 기억 못하는게 죄책감처럼 다가오는 기분이야..

그래도 조사를 챙겨주는게 분명 많은 힘이 되어주는건 사실이니까 나도 물론 그런일이 있으면 최대한 가려고 하는 마음이긴 한데, 그거에 대해서 너무 의미부여는 안했으면 해.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간 것 뿐이고 가족을 제외하고 조문오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그런 마음일거라고 생각하니까, 글에서 종종 보이는 안온사람보다 와준사람 편을 들어주더라 이런거 보면서 '이걸로 그정도까지 해야하나...' 한 생각이 괜히 마음에 걸리더라고;;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조사는 웬만하면 가라고 하는 글들이 있기도 한거니까. 잘잘못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이런게 당연한것 이라는 인식..? 사회적인 문화 라고 해야하나 의무라고 해야하나..

[경사는 못챙겨도 조사는 챙겨라] 라는 말 보단 그냥 각자 개인이 할 수 있는것을 생각하고 판단 하면 된다고 생각해. 누구는 연락받고 바로 뛰어갈 수도 있는거고, 누구는 2일차, 3일차에 좀 상황이 정리됐을때 갈 수도 있고, 차마 일정이 안맞아서, 멀리 있어서 못가지만, 문자나 전화로 연락할 수도 있는거지 이 사람들 중에서 누가 더 걱정해주고 그런건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글들 좀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