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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오기 며칠 전에 친한 여사친이 25 일 날에 시간 되냐며 밥 사준다 함

공짜 밥은 못 참지 ㅋㅋㅋ ㅇㅈㄹ 떨면서 냉큼 콜 했는데

공짜 밥에 정신 팔려서 약속 잡은 해당 25 일이 무슨 날인지 까먹음

뒤늦게 웃대 눈팅하다가 아 시바..크리스마스네..? 하고 깨달으면서 심상치 않음을 느낌

그도 그럴 게 여사친+크리스마스+그것도 밥 사줌

이건 누가 봐도 사람 하나 담글 계획 아니면 분명 마음 있어서 약속 잡은 거

머릿속으로 내가 애한테 잘못 한 게 있나 하며 주마등 떠올리듯 전생의 기억 까지 싹싹 긁어 모았지만 기억 나는거라곤


5년 전 쯤에 여사친 포함 친구들 끼리 고깃집에 가서 n빵하기로 한 거 몇 천원 정도 삥땅 친게 전부 였음


설마 그거 때문에 날 죽일려는 건 아닐 거고, 또 다른 게 있나 싶었는데 그거 말곤 기억 나는 게 없음

혹시 얘 나 좋아했나? 라는 생각이 최종적으로 떠오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몰루게씀..

진짜 왜?

심지어 여사친 친구 중에서 내 전여친이 있어서 현실부정함



아무튼 어제,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당일 됨.

필사적으로 회피 하기 위해 거기 갈까? 물음, 분위기 좋은 곳 가면 진짜 조질거 같고, 예전에 친구들 끼리 자주 갔던 삼겹살 집 갈려고 한 거

그러더니 여사친 표정이

흡사

이제는 개가 사람 말을 하네 라는 표정이었음


어흑 싯발


결국 물주 님의 뜻대로 가게 된 곳은 몬가, 몬가.. 비싸 보이는 초밥집...

얘가 회사 오래 다닌다 싶었더니 돈이 많나 보다 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듦

거기다 난 살면서 초밥집에도 코스 요리가 있구나 라는 사실을 그 날 알았음


그러면서 중간에 술 까지 시키는데

술 까지 시키니까 진짜 머릿속으로 조졌다조졌다조졌다조졌다조졌다 이 생각 밖에 안 들었음

이러다 한 잔 걸치고 알딸딸해지면 결국 뜨밤 보내고 코꿰이고 연애 하게 생겼구나 싶었음

여사친 눈빛도 술 들어가니까 어쩐지 그윽한게 생각한 게 맞는 거 같았음


하지만 내가 누구? 엘든링 생존 전문가
엘든링, 엘밤통, 다크소울 합 3 천 시간의 프로 망자

어떻게든 살기 위해 술을 시키고, 또 시킴

내가 술 시키니까 여사친은 어쩐지 좋아했는데 왠지모를 죄책감이 느껴졌음

아무튼 난 술을 마시는 척 하면서 안 마셨고 여사친에게만 술을 먹임

당연하겠지만 여사친은 고주망태


애가 의식을 잃은 걸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여사친 폰을 꺼냄

잠금이 걸려있음

여사친 손가락 잡아 당겨서 지문인식으로 풂

바로 연락처에서 여사친 친구 겸, 나도 안면 아는 여자애 호출해서 데려가게 만듬

여사친의 친구가 오는데 그 친구 표정이


쓰레기가 말을 하네 라는 표정


왜 그런 표정인지는 모르겠고 어쩌면 내 죄책감이 그렇게 해석한 걸 수도 있음

아무튼 코꿰일뻔한 거 탈출함

쇼생크 탈출 주인공이 하수도를 지나 끝으로 자유가 됐을 때 이런 심정인가 싶었음



참고로 여사친이 밥사기로 한 거였는데 취하게 만든 댓가로 내 돈으로 삼...

술값 포함해서 18만원 가까이 나옴...ㅅㅂ

결제하던 사장님 표정도 쓰레기가 결제도 다 하네 라는 표정이었음. 아니 지금 생각하면 사실 그 정도는 아니고 거 희안한 걸 다 본다는 표정이었던 거 같긴함



아무튼 재미 없는 코퀘일뻔한 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