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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랫동안 눈팅만 하던 웃대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웃대에서 이별 글들을 많이 봐왔는데
제가 그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네요.

두서없고 장문이라 먼저 죄송합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을 만난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통보를 받은 게 11월 초였으니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네요.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디게 낫네요..

전 여친을 A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저와 A는 장거리 연애였습니다.
처음 1년은 강원도 내에 같은 지역에서 만났고,
이후엔 같은 강원도권이지만
편도 2시간 정도 거리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A는 2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잠시 공부를 접고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휴식기가 끝난 후, A는 카페를 하겠다며,
8개월 정도 준비를 했습니다만,
카페 오픈하기엔 시국이 좋지 않고, 건강도 안좋다며,
다시 공시를 준비할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카페를 접게 된 김에 차라리
알바를 하거나
중소기업 사무직에 들어가길 바랬습니다.
3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데이트 비용 대부분을
제가 부담하는 것에 무리가 오고 있었고,
편도 2시간 거리를 혼자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살짝 지쳐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직 생각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A에게는 그냥 1년을 더 기다리기엔 나이도 있고,
이미 2년넘게 기다렸고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A는 그런 저를 붙잡았고
저는 결국 또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또 1년, 대전으로 공부하러 간
A를 서포트 하며 기다렸습니다.


결국 A는 강원도 지방직에 합격했습니다.
A는 최종 합격날에
타지에서 1년 버틴게 오빠 덕이라며
고맙다고 연락했고,
저는 이제 A가 자리 잡았으니
저 역시 다시 자리 잡고
같이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2달 뒤인 임용 2주 만에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이별통보 카톡을 보고
마지막으로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이럴거였으면서 1년 전에 왜 붙잡았냐고’ 그랬더니
‘그때 헤어졌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라고 하더군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별 통보를 받았을 당시
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했다가
상황이 악화되어 퇴직한 상태였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통보를 받은 당일에는
자격증 준비 때문에 타지 학원을
며칠간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제가 무력할 때
이렇게 잔인한 타이밍에 헤어지자고 할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네요.
그렇게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A를 만나러 갔습니다.
납득하고 싶었습니다.
나한테 왜 그랬는지.

만나서 들은 첫 말은 ‘이렇게 찾아오는거 부담스럽다’ 였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웃으면서 얘기하던 사람이차갑게 불편한 짐짝 대하듯 하는 걸 보고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어찌저찌 붙잡고 얘기해보니,

‘아프단 소리 듣기 싫다.
저한테 본인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요즘 만나러 올 때 자기관리 안하는 니가 별로다.
공무원 돼보니 급여가 생각보다 적어서 힘들다.
주말에도 일해야 할 것 같아서 보기 힘들거다.
이런 것들 때문에 마음이 이젠 아닌 것 같다’
라고 얘길 들었습니다.
（A가 배정받은 부서는 정직원 공무원도 일정 시즌 빼고 주말 출근이 없고 게다가 A는 수습, 시보라 주말근무를 안시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뭐든 이유를 만들고 싶어하는 걸보고 상처를 크게 받았던 것 같습니다.）

공시 준비 동안 매번 아파서 학원에 지각, 조퇴해도
걱정하면서 먹고 싶은 거 사주고
A가 우선순위 였기 때문에
그 먼 거리를 4년씩 보러 갔고
공시 준비기간 초반 2년 동안 치장하고 가도
본인은 화장 안하고, 머리 안감고, 옷을 후줄근하게
입고 와도 마냥 좋아했고
금전적인 지출 대부분을 부담했고
주말에 출근이 있어도 퇴근하고서라도 만나러 갔는데
어떻게 저에게 시간, 돈, 우선순위 같은 것들을 이유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고 허탈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제가 했던 나름의 헌신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이 사람한테는 그저 당연한 일이었다는 걸 확인 했던 것 같습니다.

헤어지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니
A가 신입연수 다녀온 다음부터했던
말과 행동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저울질하기 시작했던거 아닌가 싶네요.

공무원들은 공무원끼리 많이 결혼 하더라.
연수에서도 부부가 공무원인 사람이 많더라.
지금 본인 아버지에게 날 소개하면 바로 반대할거다 （A의 어머니만 저희 관계를 알고 계셨습니다）
나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같이 살게되더라도
너희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는걸 희망하지 마라
공무원 동료 부부들은 00아파트 사는데 우린 힘들겠다
앞으로 동생들처럼 부모님 앞으로 되어 있는 본인 보험과 대출을 본인 이름으로 돌려야 하는데 사고 싶은게 너무 많다
본인 동생은 많이 버는 만큼 결혼 상대 조건을 보는데 이번 남자친구가 집안에 빚이 있어서 바로 헤어지자고 했다더라 （이때 동생과 했던 조건 얘기들이 헤어질 결심에 트리거가 됐다고 본인이 동의 하더군요. 저는 빚은 없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원조를 해줄만한 집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물론 조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해봤지만,
본인이 힘들 때와 여유가 생겼을 때의 태도가
너무 달라서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불과 2달 만에 혼자서
저울질을 끝냈다는 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이런 식의 이별이 처음이라,
처음 2달 동안은 무너지기만 했고
지금은 무너지다가 분노하고,
멀쩡하다가 무너지고 계속 반복이네요.

5년이란 시간이 무뎌지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냥 힘이 들어서
누구한테라도 좀 제 답답함과 힘든 것들을
얘기 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새해에는
지금 느끼는 것들이 조금이라도 무뎌졌으면 좋겠습니다.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