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다는 분들의 사연을 읽고 작년 이맘쯤에 저도 5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정신나간듯이 살았던 제가 떠올라서 끄적여 봅니다.
그 분들께 작은 위로라도 됬으면 좋겠네요.
짧게 얘기하자면 대학생때 만나서 저는 만난지 3년 후 취직하고 여자친구는 작년 헤어진 그 해 8월에 공시에 합격하면서 헤어졌네요.
5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헤어진 이유는 잘 모릅니다.
평소에 술을 싫어하던 애가 공무원 동기 모임에는 항상 참석하고
뭘하더라도 연락은 잘 됬던 애가 연수라고 1달간 연수원에 가선 술마시느라 연락도 안되서（연수가기전에 이유없이 심하게 짜증을 내서 제가 화내고 보냄）
5년간 한번도 해본적 없는 '너 혹시 남자 생긴거야?' 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어떻게 그런말을 하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헤어지기 시작했네요.
그 직전에 결혼하고 싶었고 세상에 둘만 남아도 다른 한 사람이 이 친구라면 살만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고 아 이게 결혼할 때라는 신호인가 싶었는데 저만의 생각이었고
100번중에 99번 좋았던 건 하나도 생각안나고 나머지 자기를 서운케했던 1을 아주 옛날 일부터 들춰내면서
다정한 사람이 좋은데 저는 그렇지 않아서 싫다고 그러더라구요.
이성적으론 이제 끝났구나 안 질척대야지 했는데 안그러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완전히 정리하는 데 5개월 걸린 것 같아요. 하필 또 헤어지기 직전에 저랑 같은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해서 오며가며 마주칠때마다 저는 쿨한 척하면서 집구석에서 많이 울었네요.
몇개월전에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 친구는 그새 결국 자주 얘기하던 2살 어린 동기 남자애랑 만나더라구요.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길래 만났다고.. 미안하다고 우는데 ..ㅋㅋ 나도 어차피 다시 만날 자신이 없는데 얘라도 잘 지내면 좋지 싶은 마음에 한참 달래줬습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별은 힘든 거지만 왜이렇게 오래동안 살고 싶은 생각까지 안들고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까
저는 이 친구랑 헤어진 덕분에 제 문제에 대해 알게됬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성장과정에서의 문제가 계속 우울과 불안을 만들고 있었더라구요.
아무이유없이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불안할 때가 있는데
지금까진 그 친구가 있어서 잘 넘겼던 것 같네요.
그걸로 퉁치고 보내줬습니다.
나 스스로 내 감정을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 때
혼자여도 안 우울하고 괜찮을 때
사는 게 다시 재밋어지고 기대될 때
그 때 다시 누군가 인연이 있다면 만나보려구요.
헤어지고는 이불 빨래를 몇번이나 할 정도로 울고 위염도 생겨서 한달만에 살이 10키로나 빠졌는데 집은 엉망이고 망가져가는 내가 너무 한심하더라구요.
그래도 살아야죠.
원래 취미가 런닝이라 숨이 터질때까지 달리기를 했는데 생각이 안나서 도움이 많이 됬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물이나 식욕도 생기고 땀을 흘리니까 씻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조금씩 （겉모습은）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금보니 1년간 1000키로 조금 넘게 뛰었네요.
내 맘처럼되는 게 세상에 내 몸뚱이밖에 없네요.
그 사람이 그랬던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유를 찾고 속으로 따지고 반박하고... 반복반복 해봐도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고 이제와 무슨 소용이겠어요.
친구들이 6개월이면 괜찮다는데 맞는 것 같더라구요.
씁쓸하게도 느껴집니다. 나도 6개월정도면 그 친구 생각이 별로 안나는게요.
그래도 이제 다음에 만날 분은 더 나은 저를 만나게 될 거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만날 기회가 있다면...ㅋㅋ）
그때 그대로 결혼했으면
저도 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로
그 친구의 문제도 함께 뒤섞여서
망쳤을 것 같기도 해서요.
종합하자면 아주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분명 좋아질 거에요.
그리고 식사 거르지마시고 잠 잘 못주무시면 병원 꼭 가보셔요.
고통스럽고 거짓말같은 하루들이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오지랖부렸다면 죄송해요.
저도 동병상련이라 작은 공감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2
217
스타2아둔의성지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