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내가 본 영화 결산 장문

CGV에서 66편

메가박스에서 18편

롯데시네마에서 4편

영화제에서 16편

시사회에서 36편 보고와서

총 140편 관람했음.

작년처럼 국내, 해외, 극장판 애니 각각 최고, 최악으로 나눠서 2편씩 뽑았고.

판단 기준은 내맘대로. 다만 '내가 보면서 졸았는가?'는 꽤 중요포인트임.

작년처럼 최악부터 간다.

원본

한국 영화 부문 최악은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과 전지적 독자 시점.

둘 다 참 못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은 영화들이었음.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멀티장르를 시도한 것 같지만 스릴러도, 미스터리도, 사회고발극도, 종교극도, 하다못해 범죄극조차 되지 못해서 대체 뭘 하고싶었는지 알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복합적인 연출의 완벽한 실패. 감독 딴엔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소름끼칠만큼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트라우마를 핑계삼아 선인 흉내를 내는 것 같은 우유부단한 쓰레기같은게 튀어나왔고,

작중작 주인공은 중2병 환자도 질색할 만큼 치명적인 척 후까시만 잡는 허수아비로 나오는데다, 액션 연출도 쉐도우 복싱마냥 허우적거려 보기가 괴로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든 진행이 소름끼칠만큼 작위적이었다. 이건 리뷰나 후기를 쓰는 걸 포기할 만큼 욕할게 많았기에 여기까지만.

후보작으로는 연초에 본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랑 연말의 다크호스 대홍수가 있었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제목에 비해 수위도 낮고 묘사도 유치한데다 편집이 잘못된건지 이야기가 뚝뚝 끊어진듯 뜬금없이 훅 전개되며, 전반적인 플롯 자체도 큰 줄기를 기세를 타고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없어서 좀 답답한 힘빠진 드라마 같은 영화였고

대홍수는 간만에 장문으로 후기를 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이 뭔가 엇나간 작위적인 상황과 설정들로 가득차있는 영화였지만

모든 면에서 저 두 작품이 압도적으로 안좋았기에 최악은 면했다.

해외 영화 부문 최악은 백설공주와 트론 아레스.

키워드는 지리멸렬함.

백설공주는 배우는 둘째치고 각색이 뻐킹 호러블 크리피하게 되서 동화의 마법을 전부 지워버리는 바람에 모든 등장인물들과 행동에서 끔찍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코스프레 쇼가 되어 제작진한테 '니들은 이게 진짜로 백설공주로 보이냐?'하고 묻고싶은 물건이었고

트론 아레스는 비주얼은 좋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이 이미 수백 수천 수만 번 우려먹어진 SF클리셰로 되어있는 뻔한 이야기라 신선미가 없었고, 작품 전반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포인트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서 굉장히 찝찝했다.

후보는 나우 유 씨 미 3, 위키드2, 일렉트릭 스테이트가 있었는데.

나우 유 씨 미3은 전반적으로 기믹들의 포텐을 100프로 뽑아내지 못한 데다 1,2편처럼 기억에 남는 마술이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마지막 반전이랑 그나마 딱 망작 직전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수준이었기에 4위.

위키드 2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내가 오즈의 마법사 원작시리즈를 좋아하기에 원작에서 변경된 부분들이 맘에 안들었고,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었지만 마무리는 그냥저냥 괜찮았기에 5위,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원작의 분위기를 전혀 안 살린 사상 최악의 각색을 했지만, 영화 자체로는 그냥저냥 볼수있는 팝콘무비였기에 3위에 머물렀다.

극장판 애니 부문 최악은 엘리오와 올 유 니드 이즈 킬（All You Need Is Kill） 극장판.

엘리오는 무난한 편이었지만 역으로 그 무난함이 독이 된 케이스로. 지구를 벗어날 때 다른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 딱 하나를 빼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기에 다른 두드러지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들 사이에서 빛나는게 없었다.

올 유 니드 이즈 킬（All You Need Is Kill）은 영화제에서 보고왔는데

영화판인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원작 소설 사이에서 타협하다 실패한 느낌.

이럴거면 굳이 여주인공으로 시점을 변경한 의미가 있나? 싶을만큼 전개에 변화가 없었고, 학원물 소년만화풍으로 변주된 주제의식이 불협화음을 일으켰으며, 후반 설명도 부족해 썩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다음은 최고작으로 넘어간다.

한국 영화 부문 최고작은 어쩔수가없다와 승부.

올해는 이병헌의 해였다.

어쩔수가없다는 종합적인 완성도에서 원탑이었다.

죄악감과 처절함, 가족애와 욕망, 되물림 되듯 돌고도는 역사와 익숙해지는 살인, 분명 해피엔딩일텐데도 소름이 끼치는 냉소적인 결말까지.

감독의 '나는 이걸 만들고 싶었다!!!'하는 외침이 들리는 것 같은멋진 이야기였다.

승부는 정적으로 타오르는 영화였음.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기세와 연출을 따라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쫒아갈 수 있게 만들고, 실화와 픽션 사이를 물흐르듯 타고 쭉쭉 진행되는 전개가 명쾌한 좋은 영화였다.

후보로는 살인자 리포트, 세계의 주인, 굿뉴스가 있었는데

살인자 리포트는 전체적인 짜임새는 좋았지만 육각형이 약간 작은느낌이었고.

세계의 주인은 완성도 자체는 어쩔수가없다랑 비등했지만 예술영화의 한계상 초반에 패턴이 보였고, 즐거웠는가? 하고 자문했을땐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기에 4위.

굿뉴스는 정말 잘 만든 블랙코미디였지만 마지막 펀치가 좀 약한 느낌이라 3위에 머물렀다.

만약 극장에서 보았다면 굿뉴스가 승부를 이겼을지도 모르겠네.

외국 영화 부문은 씨너스 - 죄인들과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씨너스 - 죄인들은 해외영화 올해 베스트는? 하고 자문했을 때 바로 떠올랐을 만큼 엄청났다.

신명나는 음악과 틈틈히 터지는 액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연출, 넘치도록 녹아들어간 텍스트와 섞인 진득한 결말의 이야기까지 최고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만큼 재밌었다.

언제 개인적인 해석을 장문으로 써서 어디 올리고 싶을 정도야.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플롯 자체는 단순하지만 연출과 입체적인 구성이 압도적인 영화였다.

플롯만 보면 단순히 딸을 구하러 가는 아빠의 답답하고 웃기고 치열한 추격극이지만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냉소가 곳곳에 녹아있고, 혼란스러운 전개가 대체 뭘 말하려는건가 십다가도 다 보고나면 세대간 충돌과 변화, 가족애에 대한 메인 주제가 보이는 등, 아주 신선함의 덩어리같은 즐거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