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 9단.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바둑을 시작해

고등학교 때 한중일 바둑 고교생에서 우승을 한 후 프로 기사에 입단 하게 되었다.

보통 스포츠 선수들이 그러하듯 다들 빠르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늦어도 초등학교 때 바둑을 접하는데

서봉수 9단은 늦은 나이에... 그리고 프로를 지망하던 학생들이 걷는 길이 아닌

오로지 독학으로 프로의 길에 올라섰던 것이다.

프로기사가 된 이후에도 기존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프로기사들이 있기에 곧바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서봉수 9단은 입단하고 1년 8개월 만에 당시 한국 바둑 최강자였던 조남철 9단을 상대로

명인 타이틀을 뺏어오면서

이미 한국 최강이라는 걸 인정했다.

참고로 프로 입단 1년 8개월만에 타이틀 획득은 역대 입단 후 최단 기간 타이틀 획득 기록이다.

명인전 우승 이후 했던 유명한 어록

'정석을 잘 몰랐습니다.'

그렇다.

바둑을 야매로 배웠던 서봉수 9단은 당시에 프로기사들이 쓰는 정석...

그러니까 빌드업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자기가 쌓아 올린 기량만으로 명인 타이틀을 따낸 것이었다.

스타로 따지면 빌드는 모르겠고 그냥 병력 뽑아서 컨트롤만으로 이긴 것과 비슷하달까...

그렇다면 서봉수 9단은 당시에 바둑 정석에 완전히 무지했을까?

서봉수 9단이 프로에 입단하기 1년 전쯤.

노량진 바둑 기원에서 서봉수 9단과 바둑을 자주 두던 유명 바둑 평론가가

당시 유명했던 유명 아마 바둑 강사와 정석사전（일종의 공략집）을 보던 도중 

굉장히 어려운 정석을 발견했다.

당시에도 무식할 정도로 강해서 기원에 있는 사람들 전부 두들겨 패던 아마최강급 서봉수가

정석은 거의 모른다는 걸 알았기에 놀려 주기 위해

서봉수를 불러서

그 정석의 뒷부분을 없앤 채

앞부분만 보여준 다음

'여기서는 어떻게 두는 게 최선일까?'

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정석에는 일자무식인 서봉수는 그걸 보고 어버버버버버버버!

했다고.

그리고 잠시후.

한수 한수.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수를 뒀는데

정석 사전에 나와 있는 그대로 모양을 만들어갔다고 함.

.............

바둑에서는 정석이란 말 그대로 최고로 승률이 높은 수.

지금으로 따지면 인공지능 추천 수가 정석인 셈.

옛날 바둑 기사들이 정석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요즘 바둑 기사들이 인공지능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어떤 국면에서 어떤게 최선인지 머릿속에 때려박기위해...

그러니까 해당 상황을 예습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인데...

서봉수는 그런 것 없이 이미 아마추어 시절에

 지금으로 따지면 인공지능 추천수를 자력으로 알아낼 수준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

모든 타이틀을 획득한 조훈현을 흉내바둑으로 이겨내 끝끝내 조훈현 전관왕 타이틀 무너트리고

일본 엘리트 바둑을 상대로 응씨배 우승하고

중국 최강 기사들을 밥으로 취급했던 서봉수.

서봉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세돌 조차 '천재형' 기사라 부르는 조훈현 조차

과거에 서봉수를 가리켜 '천재' 라 부르는 걸 망설이지 않는 걸 보면...

（지금은 이창호 빼고 다 본인 조차도 천재가 아닌 '천재형' 기사라고 생각하시는 듯...）

만약 서봉수가 조훈현 처럼 어려서 부터 바둑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