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공장에 미얀마 친구들이 입사함
21살에 영어도 굉장히 수준급임
입고 온 자켓이 있는데 거기에 과잠처럼
뒤에 MYANMAR라고 엄청 크게 써있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오는 것 같음
해외 나오는 동남아 애들이 좀 사는 집이거나
잘 배운 애들이라는 말이 맞는듯
처음에는 그냥 애가 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됐을텐데
타국 와서 고생이 많다 싶었음
애가 영어도 잘하고 나도 영어 썩히기 싫어서
영어로 얘기하는 게 좋아서 자주 얘기했음
그러다가 주말에 뭐하냐 물어보니
기숙사에서 아무것도 안한다길래
그러면 내가 한국 구경 시켜주겠다고 하고
스타필드 데려가고 밥 먹이고 구경하고
오락실이나 피시방도 데려가서
한국 문화를 좀 체험시켜줌
나는 그냥 가기 귀찮은 곳 정도인데
얘는 모든 걸 신기해하는거 보니 오길 잘했다 싶더라
내가 전에 VR 기계가 있었는데
하도 많이했더니 질려서 팔았음
근데 스타필드에 VR기기 시연 가능한 곳이 있었음
그래서 같이 해봤는데 애가 VR을 기계를 쓰더니
정말 너무 신기해하면서 놀라더라고
그거 보니까 또 오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뭔가 싱숭생숭했음
마지막으로 피시방에 데려감
무슨 게임 하고싶냐고 물어보니까
휴대폰 게임 밖에 모르는 것 같았음
그러다가 애가 슈팅게임이 하고 싶다고 하길래
내 아이디로 오버워치를 시켜줌
애가 키보드나 마우스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한 포즈로 손을 올리고 조금씩 움직이고 쏘는데
그것도 그렇기 신기해하더라
그렇게 나는 중간중간 알려주고 신경써주려고
옆에서 웹툰이나 볼까 했는데
나도 뭐라도 해야
애가 덜 불편할 것 같아서 롤토체스를 했음
그렇게 어느덧 한시간이 다 지났고
좀 더 하고싶냐고 물어보니까
다른 게임들도 해볼 수 있냐고 묻더라
피시방에 깔려있는 게임 아이콘만 수백개씩 되니
그거보고 또 되게 신기했나봄
그래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저녁이니까 한시간만 더 할까 물어보니까
애가 한 시간에 얼마인지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한 천원정도 한다고 말해줌
그랬더니 애가 미안한 표정으로
엄청 비싼거 아니야? 물어보길래
뭔가 대답하기 애매해서 마침 저녁이기도 하고
지금 집에 가야 적당하다고 말한 뒤
차로 기숙사까지 데려다줌
그런데 기숙사에 내려주고 인사하고 돌아오는데
계속 싱숭생숭하더라
정말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데
스타필드는 그냥 사람 많고 붐벼서 귀찮은 곳이고
VR은 발전과 응용이 덜 된 미완성 기술일 뿐이고
피시방은 집 컴이 훨씬 좋아서 갈 이유도 없고
게임도 질려서 게임 불감증으로 할 것도 없는데
얘는 이 모든 게 신기하고 놀라워 하는구나
피시방 한시간 천원도 솔직히
10년전 그대로라 비싼 것도 모르겠는데
얘는 이 하찮은 천원도 너무 중요하구나
그래서 내가 누리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음
애가 가고싶은 곳 더 있냐고 물어보니까
경복궁에 가보고 싶다고 함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듣더니
경복궁 갈거면 주차 힘드니까 지하철이 낫다고 함
그래서 애한테 그럼 차는 안되고
지하철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함
그리고 지하철로 갈거니까 인원수 상관없이
경복궁 가고 싶은 기숙사 애들 전부 부르라고 말했음
여기서 10년 일했는데 경복궁에 가보고 싶어도
못 가본 애들도 있다는거 말을 들으니까
데려가주면 좋아하겠지 싶더라
덕분에 31살에 새로 배운거 생각하면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애들 한번 투어시켜줄 예정임
경복궁 갔다가 동대문, 명동... 아니면
남산타워에 가볼 예정임
그냥 작은 호의였는데
덕분에 크게 배운거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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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역시칼싸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