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4-04-07 01: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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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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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전직 여고생임
지난 1월 말, 심심해서 항공권 어플로 인천공항<->유럽아무데나 마구잡이로 검색해서 가격을 보던 도중
독일 프랑크푸르트 왕복이 90만원밖에 안 하는 걸 발견.
충동적으로 걍 샀음.
난 외국 나가본 것도 7년 전에 나가본 게 전부고, 심지어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곳을 여럿이서 간 게 전부임
유럽땅은 밟아본 적도 없음
하지만 아래 장혁 햄스터 짤처럼 ‘헤헤헤 유럽 싸다!!! 구매구매’ 이 생각만 들었음
나 P인가봄?
여튼 생각난 김에 독일 도르트문트에 사시는 지인분께 연락드림
나: 독일 가는 김에 한 번 뵈러 갈게요!
지인분: 와 좋아요! 그럼 저희 집에서 자고 가세요!
그래서 그러기로 함
-글 길어서 그냥 사진 넣음. 도르트문트 축구 기념관 앞
여행갔을 당시는 설연휴였음
나만 쉬는 사람이고 지인분께선 원래 업무 일정이 있으시니,
나 혼자 여행을 다니다 지인분 퇴근 일정에 시간맞춰 귀가하기로 함
쾰른 여행갔던 날,
지인분께서 쾰른 구경 끝나면 ‘본’이라는 지역의 00번지로 8시 반까지 오라고 하심.
8시 반에 일이 끝나시니, 일 끝나면 만나 차를 태워주시기로 했음
그래서 우버택시 타고 8시에 미리 그 집 앞에 가 있었음.
그 집은 대한민국 대사관 총영사님 댁이었고, 지인 분께서는 지휘자이심.
귀한 분들이 계신 곳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를 하시는 중이었음
밖에서 음악소리를 들으며 기다림.
거긴 정말 매우매우 한적한 주택가였음. 몇 없는 카페도 술집도 다 닫혀있음.
8시인데도 시골처럼 어둡구나 생각함
우버 택시 기사님께서는 ‘너 여기서 혼자 친구 기다릴 거야? 괜찮아?’ 물어보시더니 다음 콜 올 때까지 근처에 차 대고 지켜봐주심
근데 갑자기
정말 갑작스레 쉬가 마려워짐
저녁 먹으면서 마신 맥주가 문제였던 듯
참을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급상승 그래프처럼 더욱 마려워지고 있었음
구글맵으로 근처 식당이고 카페고 다 연락해봐도 받지 않음
지인 분께 카톡 드림. 혹시 일 끝나시면 그 집 화장실 좀 써도 되냐고….
하지만 카톡 보내자마자 후회함
엄청 중요한 자리인데 갑자기 들어가서 ‘저는 지휘자님 아는 사람인데 쉬 좀 할게요’ 하면 얼마나 민폐겠음
택시 기사님께 가서 ‘혹시 이 근처에 화장실은 없나요’ 물어봄
기사님께서도 구글맵으로 여기저기 연락해보심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 영업종료한 것 같다고 하심
최대한 참아보기로 했음
기사님께선 ‘도와주고싶지만 다음 승객을 태우러 가야한다. 행운을 빈다. 꼭 네 친구에게 연락해 봐. 꼭’ 당부하시고 떠남
하지만 지인분의 지휘와 합창단의 실력이 뛰어났기에… 일정 종료가 미뤄지고 있었음
8시 35분, 40분, 45분, 50분…..
어떡하지? 길에다 싸야하나?
생전 처음 독일까지 와서?
독일 할머니들이 창문으로 보고있다가 뛰쳐나오면 어떡하지?
경범죄로 잡혀가면 어떡하지?
나라망신 + 지인분께 망신일텐데?
（CCTV역할을 한다는 독일 할머니）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총영사님 댁 바로 옆 집! 거기 거실 불이 켜져있는 걸 보고 무작정 벨을 누름
웬 중년 여성분께서 나오시며 누구냐고 묻기에
이.. 익스큐즈미….. 하고 구글번역기에 쓴 글을 보여드림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한국인이고, 옆 집에서 업무 중이신 친구를 기다리는 중인데 친구가 바빠서 연락이 안 돼요.
정말로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글을 보여드리면서 입으로도 쏘리.. 쏘리…… 아임쏘리.. 플리즈… 했더니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심!!!!
화장실 위치 안내를 받고
아.. 독일에 천사가 있다면 저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화장실을 씀
화장실 안에 있으니 그 댁 아드님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림
아마 어머니께 이 시간에 누가 온 거냐고 묻는 것 같았음
온갖 쪽팔림과 죄송함과 안도감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몰려옴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고, 나갈 때도 ‘쏘리.. 쏘리… 당케…. 당케..’ 몇 번 씩이나 말 하면서 고개도 푹푹 숙임
중년 여성분께선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하심
와 진짜…. 나를 재워주신 지인분과 남편 되시는 분께서도 엄청난 천사이지만
이 분 역시 내가 독일에서 만난 또 다른 천사분이었음
9시가 약간 넘어 지인분께서는 일정을 무사히 마치셨고
화장실 해결한 이야기를 듣더니 ‘세상에 재주도 좋으셔’ 하심ㅋㅋㅋㅋ
중요한 일정 중에 화장실 이슈땜에 연락드린게 너무 죄송했지만,
오히려 바로 답장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해주신 대천사 지인분
생전 처음 아무 계획없이, 혼자 비행기 탈 줄도 모르는 채로 갔던 독일인데
너무나 좋은 기억이 많음
이 사연은 사실 컬투쇼에 보내려고 했는데
그 분들은 밖에서 싼 이야기가 아니라면 안 받아줄 것 같아서 그냥 여기다 주절주절 씀
독일 사진이나 몇 개 풀고 끝낼게
너희도 여행적금 작게라도 들어서 꼭 유럽가렴 너무 재밌다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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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었던 기내식
아시아나 항공 예약하길 잘했다
영어 1도 못하는데 루프트한자 탔으면… 이온음료 달라고도 말 못했을 듯
비행시간 총 14시간.
배고플만하면 깨워서 기내식 주시고, 졸릴만하면 불 꺼주시고..
승무원분들께 사육 당하는 기분이었음
뱅기 안에서 일기 진짜 많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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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 쯤 떠있는지 볼 수 있는 거! 이거 재미있었음 계속 틀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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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웅장했던 쾰른 대성당
별 생각없이 간 독일이었는데, 마침 카니발 기간이라 옷을 특이하게 입은 분들이 많아 눈이 즐거웠다
지인분께선 카니발 기간이니 소매치기/꽃 강매 등 조심하라고 일러주셨는데
불쌍해보였는지 아무도 나한테 안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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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신앙심이 생기는 곳임.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서 악당 프롤로가 대성당 앞에서 영아 살해를 저지르려다 성당에 있는 이런 조각상을 보곤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 있음
그 감정이 이해가 갔음
감히 죄를 저지를 수 없는 곳임
근데 이런 성스러운 곳에서 소매치기 하는 애들은 진짜 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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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독교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이런 작품들 보고있으니 진짜 너무 슬프더라
몇몇분들은 눈물을 글썽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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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조각상 한 켠엔 이런 디테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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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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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웅장해서 카메라에 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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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대성당 근처 로컬맛집
혼자 맥주먹고 있으니 눈 마주치는 다른 테이블 손님분들께서 ’프로스트!’ 하며 블루투스 짠 해주셨다
내가 시킨 메뉴를 보고 ‘굿 초이스’ 해주시기도 했다
한국말로 ‘건배~!’ 외쳐주시는 분도 계셨고
다들 넘 친절했다
위 사진은 테이블 합석하게 된 분들!
동년배 친구 캐롤라인 + 캐롤라인의 어머니 + 어머니의 동창분들
카니발 기간이라 다들 옷이 화려하심
혼자 여행왔다하니 스트롱 워먼이라고 해주심
맨 우측 저 캐롤라인이라는 친구도 천사임
본까지 가는 우버택시 저 친구가 잡아줌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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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스테이크.
양이 너무 많았다…………
‘남겨서 미안해요, 배불러서 그런거지 결코 요리가 맛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라고 번역기 돌려 메모지에 독일어로 적었더니
합석 테이블 일행들 다 빵터지고
캐롤라인 어머니께서 메모지 들고 서버한테 보여주고, 서버분께선 주방에까지 보여줌
다들 빵터지면서 ‘너 정말 귀엽다’ ‘러블리해’
‘괜찮아 이거 원래 양 많아’
등등 말씀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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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합석했던 일행 중 한 분이 들고있던 프레첼들🥨🥨🥨🥨🥨
중년이신데도 나한테 진짜 자랑하듯 차란- 하고 보여주심
귀여우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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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기념뱃지…..
이걸 날 주다니… 캐롤라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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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쾰른에서 얻은 것들
맨 아래 영수증과 함께 있는 건 맥주받침대임.
맥주집에서 맥주 추가 주문을 하면 맥주받침대에 주문 잔수를 표시해줌
캐롤라인 어머니께서 ‘네 거 말고 우리 테이블 받침대를 가져가! 한국 가서 나 혼자 이만큼 마셨다고 자랑해’하며 받침대 주셨는데 그게 없어짐 ㅜㅜㅜ
두 번째 날, 뮌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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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스터에도 큰 성당이 있다!!
쾰른과는 다르게 조금 더 포근하고, 신자들을 조금 더 보듬어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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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이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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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나라같은 곳
지인분께서 꼭 가라고 추천해주신 곳인데, 너어어어무 예쁘다!!
전쟁 때 피해가 가장 적었어서 옛날 건물들이 많이 남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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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부어스트.
키오스크로 주문한 건데, 키오스크로 팁 주면 뭐가 다를지 궁금해서 팁을 함께 계산함
하루종일 ‘00번 음식 가져가시라구요-!!😠’ 이런 표정으로 일하고 언성 높이던 직원이 내 주문전표를 보더니
‘00번 음식 나왔습니다☺️’ 온화하게 말씀하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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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예쁨!
세 번째 날 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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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지어둔 멋진 아하우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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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내부에서 보는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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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지인분의 제자이신 피아니스트님께서 아하우스 성에서 공연을 하는 날!
덕분에 아하우스라는 곳을 와보고, 성 안까지 들어와보다니….!!
감사함에 공연하시는 모습 열심히 촬영해드림
공연도 정말 멋졌다
공연 끝난 이후 버스 안에서 음악가분들이랑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재밌었음
한국 유학생분들도 많이 계셨음
내가 여행내내 인종차별 한 번도 안 당했다니까 놀라워하심
사실 차별했는데 내가 못알아들은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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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피아니스트님 집으로 같이 가는 열차 안에서 아이패드로 그려드린 것
요즘 연출이나 영상편집 위주로만 작업을 하다보니 그림실력이 많이 죽어서 아쉽
그런데도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고 좋아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이 날은 아하우스 공연 보고 피아니스트님 집에 가서 같이 자고 다음날 네덜란드 같이 놀러감
네덜란드에서 지휘자 지인분의 친척분들도 뵙고 같이 식사함 （밥 사주셨음 어르신들께서도 정말 천사…）
물론 다 처음 뵙는 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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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우스 성 근처 동네 돌아다니며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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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아하우스 주택가.
내가 예약했다가 갑작스레 취소했던 아하우스 에어비앤비 건물에 가보았다.
가서 벨 누르고, 초콜릿을 선물로 드리면서 너무 갑자기 취소해서 미안했다고 했더니
그럴 수 있다고 숙박업에선 흔한 일이라며
너 정말 귀엽다고 해주셨다
뭐지? 두 번이나 너 정말 귀엽대. 내가 귀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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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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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샀음ㅋㅋㅋㅋㅋ
제목이 강렬했음
서점 주인분께서 ‘한국에서 왔다고? 그럼.. 킴..킴정은…알아?’ 하시길래 ‘헉 나 사우스에서 옴’ 대답해드림
아! 사우스! 고개를 끄덕이시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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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진짜 맛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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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덜란드 가는 고속열차 ICE（이체）
유럽에 와서 느낀 점:
유럽 사람들은 ‘가까운 벨기에나 프랑스나 네덜란드 가보는 게 어때?’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서울이랑 부천이랑 가까우니 가보는 게 어때?’ 라고 하듯이,
국경을 넘어가라고 하니까 정말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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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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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센트럴 스테이션! 너무 예쁨
정말 재밌었음
그나저나 암스테르담은 화장실 찾기가 왜그리 어려운지…………………
돌아다니다가 진짜 화장실이 없어서 숙소 들른 적도 있음ㅋㅋㅋ
그리고 느낀 점
독일과 네덜란드는 영어를 다들 잘함
정말정말 잘함
노숙자분들도 잘 함
나한테 ‘처음 보는데 너도 혹시 우리 홈리스 패거리야?😯캐리어 끌고 여기저기 다니길래…’ 라고 영어로 물어볼 정도
다들 참 친절했고, 인터넷에서 보던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은 없었음 매우매우 다행이었음
럭키하게도 기차 연착 그닥 안 겪음
지인분들께 긍정적인 에너지도 정말 많이 받아옴….!
또 가고싶당
설 시즌이라 냉동떡국이나 곶감 등을 선물로 가져갔었는데, 다음에 갈 땐 카와이한 선물을 사가야겠당
특히 치이카와 대일밴드같은거 독일에 안 팜
유럽에서만 잡을 수 있는 야생 춤추새 밀렵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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