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미안 편의상 반말로 쓸께..



1학기 시작할때부터 CC해왔던 같은과 후배인데
멋지게 차여버렸네.
어느새부터인가 달라진 태도를 느끼고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했는데
돌아오는건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더라.
잠시간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고 했었는데,
2주일 정도 연락없다가 문자 한통으로 끝내더라.
헤어지는 이유는 군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래.
내가 얼마 후에 입대하거든.
난 이 아이 만나기 전까지 꽤 못된놈이었어.
내입으로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여자를 하찮게 보고 허구헌날 여자 후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찌하면 오입질이나 해볼까 이 생각 뿐이었어.
여자는 수도없이 만나봤지만, 사랑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런 삶이었어.
익명게시판이니깐 이런 얘기 하는거지만..어쨌든 난 그렇게 살아왔었어.
그렇게 오랫동안 가져온 가벼운 만남들이,
갑자기 어느때인가 너무나 혐오스럽고 지겨워지더라.
더이상 그전까지와 같은 가벼운 관계들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뭔가 새로운 나를 찾고 싶었고 정말 미칠듯한 사랑을 해보고 싶더라.
그런 상황에서 이 아이를 만나게되었어. 작년 겨울이었지.
수시1학기 여학생이었던 터라 입학전부터 아는사람들도 많았고
꽤 인기도 많던 애였지.
누구나 말하는 달콤한 거짓말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 아이는 달랐어 나에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돈으로 난생처음 커다란 선물을 하기도 했고,
밤새 감수성에 젖어 적어내려간 장문의 편지를 주기도 했고,
늘상 버릇처럼 해오던 육체적인 쾌락만을 좇는 습관은 떨쳐버리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입술만을 훔쳤을 뿐 모든게 소중했고 아껴주고 싶었어.
어쩌면 나는 처음 연애를 해보는 서투른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갔던 걸지도 몰라.
과에서도 다들 부러워하는 커플이었고, 정말 추억도 많은.. 나름대로 아름답게 사랑했어.
어쨌든 그랬던 아이가 이별을 말하더라.
그동안 함께 지내온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는지 문자 한통으로 말이야.
그래, 이별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도 그때문에 아파하진 않을꺼야.
근데 헤어짐 그 자체보다는 헤어짐의 방식과 헤어진 이후의 태도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알아?
내가 이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다른 여자들에게 해왔던 가벼운 이별의 모습들과
지금 이 아이가 나에게 보여주는 이별의 모습이 소름끼치도록 닮아있기 때문이야.
순간 깨달을 수 있더라.
'아, 얘도 대학 신입생이구나. 내가 그토록 가볍게 살아오던 때와 같은 나이구나.'
그걸 알게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누구보다 그 시절의 마음을 잘 알기에, 내가 행해보았던 모습이기에
그 잔인함을 알고 있고 그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을 알고 있기에..
난 모든게 날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일지도 몰라.
내가 진실된 만남을 시작했기에, 나의 상대도 당연히 진실된 만남일거라 애써 믿었었겠지.
글이 너무 두서가 없네.
어쨌든 난 헤어진 후에야 깨닫게 되었어.
내가 모처럼 만에 갖게 된 진지한 사랑의 대상은 나와 가벼운 만남을 해왔다는걸.
헤어진 사실보다는 그로 인해 얻게 된 실망감과 배신감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네.
단지 마음이 변했는데 군대 핑계를 댄건지 아니면 정말 군대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중 어떤 경우이건, 나에게 단 한번이라도 진실된 감정을 가진 적이 있다면
적어도 문자 한통으로 끝내는 길보다는 잠깐이라도 만나서 좋게 정리하고
서로에게 쌓인 이야기들을 전해준 채 끝내는게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나이차이 많이 나는것도 아니지만...20살과 그 이후의 20대는 많이 다른것 같아.
이 아이도 몇년후에 지금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2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어.
전역후에 다시 이 아이를 만나게 되면 웃으면서 잘 지냈냐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나를 가볍게 생각하고 만났다고 하더라도,
행복했던 시절에 나에게 보여줬던 고맙고 아름다운 모습만은 평생 간직할께.
나 군대간 뒤에도 학교생활 잘 하고 밝게 지냈으면 좋겠어.
어쨌든 난 이번 경험으로 사랑을 잃었지만 사랑이외의 많은 것들을 얻은 것 같아.
나 그리고 지금까지의 어린 행동들 이제야 벌받은거라 생각하려고.
하하하~ 좋은건가?
그냥 비도 오고 해서 주절거려봤어 횽들..
좋은 방학 보내.^^
내 글을 읽어준 모든 이들의 연애사와 인생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래!
헤어진 마당에 얼굴 팔기는 미안해서 얼굴은 가렸어 이해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