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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웃대인들

나는 32살 먹고 할줄 아는 게 없엉. 군대에 10년 있다가 나왔더니 취업이 막막하더라구. 아는 사람 소개로 보험 일 하다가 영업은 정말 나랑 안맞다는 걸 느끼고 직장 인간 관계에 치이고 아 이게 사회의 쓴맛이구나! 하고 제대로 느꼈지.

이제와서 머리는 다 굳어서 공부도 자신이 없고 그래도 군생활 하면서 모은돈 + 퇴직금으로 지방에 아파트 28평 자가로 들어갔어

집 구하면서 느낀건데 방3개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서울 오피스텔이나 투룸 전세랑 비슷한거 보고 새삼 고향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집도 확보 했고 10만 타긴 했지만 아직 쌩쌩한 18년식 아방이도 있겠다 취직을 해보려고 했는데 지방이라 그런지 확실히 일자리가 없긴 없더라

가진건 생생한 몸뚱아리 하나 믿고 쿠팡 물류도 가보고（이것도 자리가 없어서 고정적으로 못다니더라고）

택배 상하차도 해보고（와 이건 정말 힘든데 나보다 나이 많은 형님들, 아재들 진짜 열심히 하시더라 저게 가장의 무게인가 존경심이 들 정도로）

아무튼 몸이 고달프긴 했는데 적어도 사람 상대하고 먹기 싫은 술 먹고 하는것 보단 스트레스 덜 받아서 나는 좋았어.

문제는 그렇게 전역하고 1년 반정도 하니까 몸이 하나씩 고장 나더라고（군대서 발목을 다치긴 했음 ㅠ） 그래서 한 두 달 놀고 나니까 문득 생각이 들더라.

아 내 몸 하나 믿고 있었는데 몸이 망가지면 나는 이제 뭘 믿고 살아야 하지?

나이 32살 되니까 알바도 잘 안구해지더라 매장에 일하는 알바분들이 나이가 다들 20대니까 아무래도 껄끄럽긴 하겠지.

그래서 닥치는대로 편의점을 공략했어. 혼자 일하고, 적어도 상하관계로 스트레스 안 받고, 야간에 공부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진짜 장기 복무 붙었다고 평생 군대 말뚝 박고 살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공부 안한게 너무 후회가 되더라 자격증이라도 열심히 따 놓을걸하고 무작정 전역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그래서 늦었지만 뭐라도 해보려고 야간 편의점 알바하면서 물류 정리 끝나고 손님 없는 시간대에 열공중이야.

내 편의점 스케줄이야

월화목 00~08시 야간 8시간
월화수 16~20시 주간 4시간
목금 야간 23~07시 8시간
토일 주간 14시~22시 8시간

원칙은 딱 하나 하루 최소 6시간은 자기.

보험일 하면서 상사한테 겁나 깨진 노이로제로 사람 만나는게 힘들어서 처음엔 면접 전화도 벌벌 떨었엉. 알바 여러개 30대라는 이유로 거절당해서 두렵기도 했고 괜한 시간낭비 아닐까 하는 마음도 저절로 들었고.

근데 최대한 부딪혀 봤엉. 시간 협의라고 써있는 공고엔 전화로 꼭 물어봤고 면접에 가서도 솔직하게 편의점 여러개 한다고 말해서 사장님 네분이랑 다 시간 협의 봤어.

하려고 하니까 안 되는 일은 없더라고. 물론 아다리가 좀 잘 맞은 느낌은 있는데 암튼.

이렇게 편의점 4탕 뛰니까 내 군시절 월급보다도 많은데 야간은 당직선다, 철야 훈련 뛴다 생각하고 당직을 서는데 당직비 마넌받고 당직 부관 애들 먹을거 사주면서 적자 보던 때를 떠올리니까 즐겁더라.

아무튼 우때인들아 서울에서 취업 안된다고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해. 지방도 좋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도 결국 비전은 내가 만들어 가는거니까.

전국의 알바생들 취준생들 화이팅하자! 나도 군대에서, 보험일 하면서 치이고 힘들때 웃대 보면서 좋았어서 야간에 일하다가 비는 시간에 글 남겨봐.

32살 먹고 편의점 알바하는 나도 인생 즐겁게 살자나! 다들 잘 될거야 우리 모두 화이팅!